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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떡밥보면 이 소설이 생각나네용...앱에서 작성

ㅇㅇ(118.235) 2021.11.14 18:36:02
조회 44 추천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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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지?"

선배가 말했다. 그 말투에서는 자조보다 욕지기에 가까운 뉘앙스가 느껴졌다

"처참한 청춘시절이었어. 동성이든 이성이든 상대를 안 해줬어. 선배한테 툭하면 괴롭힘 당하고 후배한테도 무시당했어.

선생님한테도 눈밖의 존재였지. 교실 한구석에서 오로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도하는 매일이였어."

나는 사진의 그와 눈 앞의 그를 (중략) 마음먹으면 전혀 상관없는 사람 사이에서도 찾을 후 있는 수준의 유사상이었다.

"나 자신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한 건 열 여덟의 봄이였어. 4년 전 3월 9일."

그가 말을 이었다.

"졸업식을 마치고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데 내 앞에 한 쌍의 커플이 걸어가고 있었어.

두 사람은 나랑 같은 교복을 입고 졸업장이 든 통을 들고 있어서 같은 학교 졸업생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

잘 보니 여자 쪽은 나랑 같은 반이었어. 우리 반에서 유일하게 매일 아침 나에게 인사를 건네준 여학생이었지.

나는 남몰래 그 여자애에게 아련한 연심 이라 부를 수도 있는 감정을 품고 있었어.

내가 그녀와 어울릴 만한 남자가 아니라는 걸 아니까 어떤 행동을 취한 적은 없었지만 수업 중에도 점심시간에도 틈만 나면 그녀의 옆얼굴을 훔쳐 봤어."

선배는 (중략)

"커플 중 한 사람이 그녀라는 걸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던 건
연인과 나란히 걸어가는 그녀가 교실에서 봤던 그녀와 전혀 다른 종류의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야.

아, 그렇구나. 정말 행복할 땐 저런 식으로 웃는구나. 그렇게 생각했어. 

외모가 뛰어났으니까 남자 친구가 있다고 해서 딱히 놀라지 않았어.

그 애가 내 것이 되리라는 기대 따위는 애초에 없었으니까 새삼 질투와 같은 감정도 일지 않았어.

본래 자기평가는 바닥을 찍고 있었으니 더 이상 비참해질 이유도 없었어.

다만, '행복해 보이네.'라고만 생각했어."

'너라면 이런 기분 알 것 같은데. '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을 선배가 내게 보냈다.

당연히 알죠. 나도 눈빛으로 대답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새로운 생활을 준비하는 동안 난 몇 번이나 그때의 광경을 떠올리고는 격렬하게 마음의 동요를 느꼈어.

짐을 꾸리면서, 쓰레기장과 집을 왕복하면서, 생활용품 을 쇼핑하면서, 나는 졸업식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목격했던 광경을 머릿속에서 계속 반추했어.

이사 준비를 끝낸 뒤 나는 텅빈 내 방에 대자로 드러누워 내가 나 자신에게 원하는 게 뭔 지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어.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결심한 거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바꾸자고."

그 말의 의미가 내게 스며들기를 기다린다는 듯이, 그는 잠깐 침묵을 지켰다.

"다행히 입학하게 될 학교에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나 는 이사 날짜를 앞당겨서 자취를 시작했어.

다시 태어나기 위해 내 머리로 쥐어짜낼 수 있는 모든 행동들을 다 시도해봤어.

첫 학기가 시작되고도 한동안은 거의 얼굴을 비치지 않고 피를 토 하는 심정으로 금욕적인 육체 개조에 돌입한 거야.

다른 사람에 게 호감을 사기 위해서는 어떤 스타일이어야 하고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매일 밤 연구했고, 대학과는 무관한 장소에서매일 실천에 옮겼어.

칼을 대지 않는 범위 안에서 얼굴도 뜯어 고쳤어.

그렇게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을 즈음에야
강의에 착실하게 나가기 시작했어.

곧바로 많은 친구에,아름다운 여자 친구가 생겼지만 그래도 난 자기 개선의 노력을 멈추지 않았어.

오히려 노력한 성과가 너무 확실하게 나타나서 내 야심은 점점 불타올랐지.

뭔가에 흘린 것처럼 나는 미용이든 뭐든 열을 쏟았어. 이듬해에는 내가 수작을 걸지 않아도 여자들이 먼저 유혹해오더군."

그 시점에 그는 나를 향해 시험 발사라도 하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장밋빛 꿈을 꾸며 대학에 입학한 여학생이 봤더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사랑에 빠질 법한 미소였다.

"마치 세상이 나를 중심에 두고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 그 다음부터 난 잃어버린 청춘을 되찾는 데 온힘을 다 쏟았지.

그 시절의 나에게, 또 그 시절의 나를 상대해주지 않았던 무리에게 복수한다는 심정으로 어리고 예쁜 여자들을 닥치는 대로 안았어.

영원한 젊음을 위해 어린 여자의 생피를 뒤집어썼다 는 중세의 귀족처럼 말이야.

그렇게 하면 내 안의 '나'가 구원되 리라 생각했어.

교실 한구석에서 손가락을 깨물며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을 영위하는 동급생을

먼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나를 구원할 수 있으리라 믿었어."

(중략)

"대학교 4학년 여름에 문득 정신이 들었어.

그리고 깨달았지.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잃어버린 청춘을 되돌리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결국 열다섯에 해야 할 경험은 열다섯에밖에 할 수 없으며

만약 그때 그것을 경험하지 못하면 나중에 얼마나 풍부한 경험을 한들

열다섯의 내 영혼은 영원히 구원받을 수 없다는 것을.

그렇게 당연한 사실을 그제야 간신히 깨달은 거야."



너의 이야기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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