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상 작성글 검색해보고 든 생각이라

걍 또 갤에서 독백 해 보는 건데

독백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독백은 행동이나 대사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이어야만 한다'는 입장에서

독백의 활용이 조금 아쉽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꽤 있다는 거임, 독백 위주로 쓴 글들에서.

적당히 선문답처럼 말하자면, '좋은 독백은 독백 같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되겠고.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독백의 가장 교과서적인 사용 예시를 '무진기행' 도입부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의 독백을 생각해보자고.

아주 과격하게 말해서, 무진기행에서 중요한 건 주인공이 누굴 만나고 누구와 대화하는 게 아니라,

차 안에서 '무진에도 특산물이 있다. 그것은 안개다' 라고 말하는 게 실제로 더 중요한 부분이잖음?

그런 맥락에서, 나는 독백은 서사적으로 중요한 장면이어야 한다고 생각함. 

누군가 직접 누구를 죽이고 누구에게 욕설을 내뱉는 것보다, 누군가가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적어도 극적으로는 더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만 등장할 의미가 있을 거라고.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무진기행에서는 독백을 되게 다양한 방식으로 쓰잖음.

독백의 실마리에서 과거 회상으로 지금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던가,

강건체를 쓴다던가, 누군가의 심리를 추리한다던가, 그런 식으로.

나는 독백은... 개인적이고 섬세하고 복잡하게 똥꼬쇼를 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말하자면 '이 새끼 왜 표정 찌푸리고 지랄이지' 같은 식이 아니라

'얘 표정 찌푸리고 있네 -> 와, 실실거릴 때는 개병신 같더라마는 얼굴 찌푸리니까 좀 사람같이 생겼다

-> 아 이래서 얘한테 여자가 많이 꼬이는구나 -> 아마 사정하기 직전에는 참는다고 오만상 찌푸리겠지

-> 그러니까 여자들이 기꺼이 얘 아래서 다리 벌리는 거고 -> 병신이네'

약간... 이런 느낌으로다가, 이야기가 여러 방향으로 퍼지게.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독백이 너무 많으면

중요한 '나무'인 독백이 다른 독백의 '숲'에 감춰져 버리기가 쉽다는 느낌이었음...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