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난 산재 사망사고 얘기하면 이 글부터 생각나더라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2.154) 2024.04.27 21:00:22
조회 56 추천 0 댓글 1
														
7ced8076b5826df738e798bf06d6040379e5e464090c9a4cfd50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김훈 작가 특별기고 ‘죽음의 자리로 또 밥벌이 간다’

2019.11.25 06:00 입력김훈 작가


이웃에 사는 젊은 후배가 지난 11월21일자 경향신문을 가져와서 보라고 내밀었다. 신문 1면에는 2018년 1월1일부터 2019년 9월 말까지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1천2백명의 명단이 실려 있었다. 하단 광고를 들어낸 그 넓은 지면은 별다른 편집적 장치나 해석이 없이 깨알 같은 활자만을 깔아놓고 있었다. 거칠고 메마른 지면이 눈앞에 절벽을 들이대고 있었는데, 강력한 편집자는 멀리 숨어서 보이지 않았다.

떨어짐, 끼임, 깔림, 뒤집힘이
꼬리를 물면서 한없이 반복…

나는 오랫동안 종이신문 제작에 종사했지만 이처럼 무서운 지면을 본 적이 없다. ‘김○○(53·떨어짐)’처럼 활자 7~8개로 한 인생의 죽음을 기록하면서 1천2백번을 이어나갔다. 이 죽음들은 한 개별적 인간의 죽음이 아니라, 죽음의 나락으로 밀려 넣어지는 익명의 흐름처럼 보였다. 떨어짐, 끼임, 깔림, 뒤집힘이 꼬리를 물면서 한없이 반복되었다.

과장 없이 말하겠다. 이것은 약육강식하는 식인사회의 킬링필드이다. 제도화된 약육강식이 아니라면, 이처럼 단순하고 원시적이며 동일한 유형의 사고에 의한 떼죽음이 장기간에 걸쳐 계속되고 방치되고 외면될 수는 없다.

11월21일자 경향신문 1면에서는 퍽, 퍽, 퍽 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는 추락, 매몰, 압착, 붕괴, 충돌로 노동자의 몸이 터지고 부서지는 소리다. 노동자들의 간과 뇌가 쏟아져서 땅 위로 흩어지고 가족들이 통곡하고, 다음날 또다시 퍽 퍽 퍽 소리 나는 그 자리로 밥벌이하러 나간다. 죽음의 자리로 밥벌이하러 나가는 날 아침에 인간의 모습은 어떠한지 이 신문 2면 기사에 실려 있다.

31살의 박○○은 타워크레인 업체에서 면접 보고 온 날 아내에게 말했다.

“26일부터 나오래. 한 달에 이틀 쉬어. 급여는 150만원보다 조금 높아. 6개월에서 1년 정도 부사수하다가 사수 달면 300만원부터 시작한대.”

그는 취업했고, 출근한 지 사흘 만에 지반침하로 무너지는 크레인에 깔려 숨졌다. 경향신문의 김지환 기자가 이 기사를 썼다. 나는 소설을 써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지만 김지환 기자가 전하는 박○○의 마지막 말 같은 대사를 쓸 수는 없다. 박○○의 말은 대사가 아니라, 땀과 눈물과 고난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한 생활의 고백이다. 팩트만을 전하는 그의 무미건조한 말에는 그의 소망이 담겨 있고, 젊은 아내에 대한 그의 사랑과 책임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는 몇 년 후에 사수가 되어서 아내에게 월 300만 원을 가져다주고 싶었다. 그는 사수를 달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말이 두어 줄의 기사로 지면 위에 남아서 그의 소망과 사랑을 킬링필드에 전한다.

이것은 킬링필드다. 제도화된
약육강식이 아니라면, 이렇게
단순하고 원시적이며 동일한
유형의 사고에 의한 떼죽음이
장기간에 걸쳐 계속되고
방치되고 외면될 수는 없다
이 뿌리 깊은 야만은 이제 일상화되어 있다.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떼죽음하는 이 킬링필드에서 이윤의 집중과 책임의 소멸이 구성되고 작동되는 방식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수많은 일류 논객들이 명석한 분석력과 날선 문장으로 그 문제점을 규명하고 개선책을 제시해서 더 이상의 언설은 이미 필요 없어 보인다.

늘 그렇지만 빛나는 말이 모자라서 세상이 이 지경인 것은 아니다. 말은 늘 넘치고 넘친다. 이 시대의 말은 짧은 목줄을 차고 이쪽저쪽의 말뚝에 바싹 묶여 있다. 말이 저 자신의 목에 목줄을 채운다. 말들은 양쪽으로 묶여서 서로 마주보며 짖어대는데 그 사이의 현실의 땅바닥으로 사람들의 몸이 떨어져서 으깨진다. 말은 들끓고 세상은 요지부동이다. 노동현장의 안전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많은 재원이나 고난도의 기술이나 정의로운 말이 필요하지 않다. 돈이 없고 기술이 없고 말이 모자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넘치되, 그 능력을 작동시킬 능력이 없으니 능력은 있으나 마나다. 능력을 작동시킬 능력이 마비되는 까닭은, 이 마비가 구조화되고 제도화되고, 경영논리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깔끔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십 년 동안, 퍽 퍽 퍽은 계속된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더 이상 말로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슬프다. 말로 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말을 할 수밖에 없으니 더욱 참담하다. 노동자들이 몸이 터져서 죽으면 사업체 대표나 담당관리들이 빈소에 와서 ‘명복을 빈다’는 화환을 들이민다. 나는 ‘명복을 빈다’라는 말에 분노를 느낀다. 현세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명복을 빈다니, 노동자들은 명복을 누리려고 고공 작업장으로 올라가는가. 명복은 없다.

경향신문 1면을 들여다보면, 그 1천2백 위의 원혼들이 아직도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청와대나 정부청사, 국회의사당이나 사고가 난 작업장 근처의 어느 허름한 여인숙에 묵으면서 밤마다 거리에서 통곡하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분하고 억울해서 못 가는 것이다.


내 무력한 글로 지껄이고 따지느니보다 저 여인숙의 원혼들과 끌어안고 함께 통곡하는 편이 더 사람다울 것이다.

나는 대통령님, 총리님, 장관님, 국회의장님, 대법원장님, 검찰총장님의 소맷자락을 잡고 운다. 나는 재벌 회장님, 전무님, 상무님, 추기경님, 종정님, 진보논객님, 보수논객님들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운다. 땅을 치며 울고, 뒹굴면서 운다. 아이고아이고.

박○○ 아이고 서른한 살 아이고
OECD 아이고 삼만 불 아이고
내년에도 퍽퍽퍽 후년에도 퍽퍽퍽
대한민국 아이고 공정사회 아이고


-------
ㄹㅇ 바짓가랑이 붙잡고 다 같이 진창으로 끌어내리려는 결기가 느껴지는 글인ㄷ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5823433 원 인 과 결 과 , 말 하 자 면 인 과 응 보 특 정 현 상 의 9 판갤러(110.47) 00:12 7 0
5823432 대추야자 이거 먹어봤는데 걍 양갱이더라 [5] 모하비배달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1 44 0
5823431 임신튀 하니까 요즘 뭔 이상한 광고 보이더라 [5] 백하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1 34 0
5823430 그 사채업자가 일부러 숨어서 빚 늘리는 수법이란게 잇잔 슴? [11] 저지능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0 99 0
5823428 붕스 두더지파 애들이랑 술래잡기 10분 걸렷군ㄷ [2] 푼제리를동경해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0 14 0
5823427 영길리 귀족들에게 Sir Lord 잘못 부르면 긁힌다며 [4] 그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9 49 0
5823426 일 그만두고 싶어… 상담할 사람이 필요해 [3] 아니오아니오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9 26 0
5823425 트릭컬이란게임 영상만 보면 너무 재밌는데 왤케 안하게되지 [6] 화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9 26 0
5823424 저지능카톡ㄹㅇ당황햇네 [5] 시구르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9 61 0
5823423 근데 저런 작가 사인회 초대는 그게 궁금함 백하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9 16 0
5823422 죽은 여동생 남자친구랑 사귀는 언니 나오는 소설 보고싶다 [4] 엉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9 11 0
5823421 지금 회귀수선전 31절 이후 폼이 좀 무너진 느낌 [3] ㅇㅇ,(58.29) 00:09 35 0
5823420 민심투표) 투표범죄에 세뇌당하기 VS 차단하기 판갤러(110.47) 00:08 7 0
5823419 닭정육 쿨타임 찼나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8 26 0
5823418 외식하려고 했는데 너무 늦어버림 진피즈레몬반조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7 10 0
5823417 마이너장르에 퍼거요소 넣어두고 잘되길바라진않았지만 이루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7 13 0
5823416 "성인 여성" 이라고 말해. [7] 투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7 49 0
5823415 퓌퓌전은 신파보다도 그게 문제임 [2] 그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7 31 0
5823414 호주 인당 gdp 한국 두배네 ㄷㄷㄷㄷ [8] 초보판갤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7 54 0
5823413 60대정병특) 준내 투표함 판갤러(110.47) 00:07 7 0
5823412 버거는 역시 조금 매콤한 맛이 배여야 더 맛있군 [1] 변불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7 16 0
5823411 근전밥 한정판 살까 백하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7 13 0
5823410 여성향 임신튀는 ㄹㅇ 무슨 감성인거지 [6] 폭유밀프모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6 59 0
5823409 역대 최대 투표율 94% 당선자 이승만 역대 최저 투표율 63% 당선자 판갤러(110.47) 00:06 5 0
5823408 이거보면 ㄹㅇ 전생검신 볼 필요가 없다. [2] D4C서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6 38 0
5823407 역시 정의는 오공 ㅋㅋ 루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6 18 0
5823406 내 우연이가 죽어간다 [4] 이루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6 27 0
5823404 잘 모르겠네 [2] 엉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5 10 0
5823403 상속부자가 되고싶구나 [2] 지름코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5 25 0
5823402 마듀 팩깡 잘떴는데 좀 아쉽노 [2] 얼음울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5 16 0
5823400 주인공이 진짜로 희생하면 감동적이긴해 [8] D4C서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5 65 0
5823399 니들이 유럽 상속부자 어쩌고 하니 또 프랑스 대역이 땡기는군 ㅇㅇ,(58.29) 00:05 8 0
5823398 페그오 뽑고싶은애들 싹 근본캐들임. ㅇㅇ.(175.198) 00:04 15 0
5823397 저거 투표뭐시기 판갤러(110.47) 00:03 6 0
5823396 지금딜레마빠져서 이도저도목하는중 [2] 고햐쿠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3 27 0
5823393 투표글 소름돋는점 판갤러(110.47) 00:02 5 0
5823392 홈즈의 유연한 허리놀림이면 꿀잠잠 [2] ㅇㅇㅇ(223.39) 00:02 25 0
5823391 족병신처럼 죽고난뒤로 운도 안 따라주고 별로군 을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2 11 0
5823390 전독시식 희생은 그런 좀 역겨운 면이 있지 않나 [1] 지름코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2 39 0
5823389 유럽 상속부자놈들 자수성가 양키 졸부라고 따돌리는거 줌 웃김 [6] 낡치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1 67 0
5823388 워싱턴 d.c도 파리 선망해서 방사형 구조로 프랑스인이 설계한건데 ㅇㅇ,(58.29) 00:01 11 0
5823386 구원튀 하니까 여성향 임신튀라는 거 신기하더라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1 37 0
5823385 괴로우면 일단 괴로움의 근원으로부터 멀어지는게 최고임 [2] ㅇㅇ(121.145) 00:01 18 0
5823383 실제로 전 대통령 둘이 나오는 노래 [2] 화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1 18 0
5823381 던전밥 생각해보니 한정판 사는게 이득? 인거?같은데? [5] 재미교쓰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0 32 0
5823380 군필자도 투표거부하노.jpg 판갤러(110.47) 00:00 5 0
5823379 반룡 골통 두드리기 [1]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0 16 0
5823378 핀볼추첨동영상 대신올려주실분구함 고햐쿠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0 17 0
5823377 진짜 리세계 씨가 말랐구나 [1] 삐리릭빠바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0 23 0
5823376 중갤에올라온블아일페만화먼가먼가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9 26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