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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 감상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9 07:17:05
조회 211 추천 1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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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릴 곳이 판갤 말고 마땅찮은 글...

누군가는 보겠지


*


좀 더 일찍 봤어야 했는데 늦게 봐버려 아쉬운 소설이었다. 그렇다고 이 글이 아쉬웠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좀 더 일찍 이 글을 읽었다면 내게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식>은 어릴 때 빵을 먹다가 질식할 뻔해 사람들이 몰려와 자신을 구해준 경험 이후, 계속해서 질식을 가장해 남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을 기쁨으로 살아가는 한 섹스중독자 사내의 이야기다. 피해망상에 걸린 어머니가 홀로 키워온 주인공은 의대를 다니다가 미쳐버린 어머니의 의료비를 대기 위해 그만둔 뒤로 친구와 함께 일종의 역사 테마파크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족한 의료비를 채우기 위한 명목으로 식당을 돌아다니며 질식 연기를 하고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게서 돈을 타낸다. 덕분에 <질식>에는 너무나 많은 섹스 묘사가 더러울 정도로 자세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그는 비틀린 성자이기도 하다. 그는 어린 시절 포르노를 찾아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다 참으로 추한 방식으로 자위 행위를 보여주고 있는 사내를 발견하는데, 그 애매한 몸뚱이는 포르노가 되기에는 너무 추잡하고 불쾌하다 하기에는 그저 평범하다. 그것을 본 순간 그는 이 사내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자신의 욕망을 부끄럼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준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것을 줄 수 있는 영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질식 흉내는 그런 일환에서 하는 것인데, 누군가를 구한다는 경험은 아무도 위대해질 수 없는 현대에서 도저히 얻을 수 없는 보물이기 때문이다. 그를 구한 이가 그를 '사랑'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질식>이 다루는 도덕은 반어적이고, 아이러니하게도 부도덕적이다. 주인공이 영웅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주인공 본인의 행위도 결코 보기 좋지도 않고, 떳떳하지도 않으며, 아슬아슬하게 도덕과 부도덕 사이에 있다면 있지, 결코 순수히 도덕적이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나는 <질식>의 소재와 이야기가 너무나 익숙하다. 도덕을 거의 가지고 논다시피 하는 방식으로 도덕적인, 아이러니한 성자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아마 이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어떻게 현대에 더 이상 성자가 성자가 아닌지를 이야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고전적인 의미의 성자가, 어떻게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되 그저 신의 무차별적인 죽음을 전달하는 이로서만 기능하는지를 그리고 있다. 의사 베르나르 리유는 '의사'라는 직업이 무색하게도 페스트를 전혀 완화시키지도 못하고, 그 몰아치는 병세는 처음부터 끝까지 리유의 통제권 밖에서 이뤄진다. 욥기를 생각하되, 욥이 아닌 그 주변의 사람들만이 고통을 받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될 테다. 그 고통은 욥의 신실함과 무관하게 찾아오며 사람들은 욥을 원망하지만, 욥은 신앙을 포기할 수도, 이들을 구해줄 수도 없다. 그는 물론 성자라고 부를 만한, 불러야 마땅할 사람이지만, 주변의 모두가 그에게 도움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를 반쯤 증오하기까지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를 성자라 부를 수 있을까?



선행과 결과의 불일치는 여러 현대 작품에서 반어적인 냉소로 곧잘 다루는 주제다. 이보다는 훨씬 직접적으로-그래서 약간 저급하다고 느껴질 정도로-동일한 주제를 다루는 루이스 부뉴엘의 <비리디아나> 역시 신실하고 성실한 성녀가 어떻게 그녀의 의도가 완전히 무색해질 정도의 난장판을 부르는지를 묘사하고 있는데, 이런 작품이 제기하는 문제에 제대로 답하지 않고서 성인을 진지하게 주장하는 것은 무의미할 테다. 만약 정말로 의도가 중요한 것이라면, 왜 이들을 성자와 성녀라고 부르는 데에 불편함을 느끼는가? 더 노골적으로 말해서, 개인의 머릿속에만 있는 의도라는 것이 도덕에서 대체 왜 그리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야 하는가? 그 의도와 어긋난 행위를 매번 하며, 거기에서 불편함까지 느끼고 있다면, 그는 그저 평범하게 도덕적이지 않은 사람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에 대한 반대의 시도는 이제 의식에 대한 초점을 역으로 돌려, 의식을 완전히 괄호 속에 몰아넣은 채 그가 하는 행위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오직 그가 실제로 이룬 것에 의거해서만 이뤄지며, 코미디 영화에서 이따금 나오는 '의도는 사악하지만 실제 결과는 선량한' 행위자는 실제로 선량한 사람이 된다. 여기에서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건 어떨까? 선량한 사람으로서 보이고자, 숭고한 희생자가 되고자 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행동하는 이를 생각해보자. 실제 의도와는 별개로, 희생자가 되고 싶어하는 습성은 기독교의 역사에서 흔한 이야기다. (고대 로마 시절 기독교는 희생 중독자들의 종교라고 폄하되기도 했다) 우리가 이들을 성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여기에 '그릇된' 의도 하나가 추가되었을 때 그는 성인이 아닌 것이 되는 걸까? 무엇이 그를 내쫓는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현대에 사람은 어떻게 선량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현대는 순진한 성인이 더 이상 성인이 될 수 없게끔 내쫓았으며, 어떤 극적인 선행이라는 것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자기 목숨을 걸고 남을 구하는 소방관이 될 수 있을 테고, 제3세계의 만들어진 빈곤 속으로 들어가 사람들을 돕는 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다. 대부분의 현대인의 삶에서 악행은 너무나 손쉽지만, 선행은 가짓수 자체가 드물다. 우리는 대체로 남을 도울 수 없다. 그의 삶은 그가 태어난 상황에서부터 이어지는 연속적인 선상에서 벌어지며, 현대인의 손은-아무리 구함의 대상보다 조금 더 나은 상황에 있을지라도-그 선 자체를 벗어나게 하게끔 할 능력은 없다. 오직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 같은 극적인 상황에서야, 자기가 선한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맹자가 우물에 떨어지는 아이를 자기도 모르게 구하려 한다는 데에서 선함의 원천을 찾은 건 당연한 일일 테다)



그럼 묻는데, 선행을 더 이상 제공할 수 없는 사회에서 누군가가 선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다니는 주인공은, 성자라고 볼 수 있을까? 그 선행은 가짜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들통났을 때 사람들이 자신의 선행의 "도금"이 벗겨져 상처 입은 채로 그에게 달려들던 모습이 보여주듯 말이다. 하지만 그것 뿐일까? 다른 이들이 영웅이 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그의 의도는 어떤가? 의도를 중시한다면, 이건 선행이 아닌가? 의도를 무시한다고 치면, 그가 부양하고 있는 미친 어머니의 문제가 남는다. 어머니가 자신에게 의존하는 상황이 좋아서 상태를 진전시키지 않는다는 그릇된 의도도 있는 반면, 그녀를 낫게 하기 위해 자기가 만든 태아를 쓰는 건 비윤리적이라는 의도는 또 '딜레마'를 일으킨다. 이는 도덕이 어렵다는 질문보다는, 의도의 선량함과 행위의 선량함을 구분하는 태도가 문제라는 걸 지적하는 듯하다. 그를 성자로 인정하거나, 모두를 성자로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기이한 논증을 담고 있는 듯한 <질식>은 마지막까지 이 모든 걸 약간 바보 같은 꼴로 남겨둔다. 주인공은 시작부터 추잡했지만 마지막에도 그렇고, 그의 기이한 믿음은 다른 사람의 망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며, 돌 수집가 친구가 쌓아올리는 "교회"는 주인공의 비밀이 들통나며 무너진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질식>은 여유롭게 자신이 하려는 말을 제시하는 글이다. 덕분에, <질식>을 읽으며 내가 판타지와 라노벨을 읽지 않았고, 애니와 만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혹은 일반 문학을 쓰고자 했다면, 아마 이런 글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약간 아쉬웠다. 좀 더 일찍 보았다면 좋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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