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학습에 참여해야 한다는 기본적으로 옳은 견해는 고전적인 구성주의 학습 방법이나 발견 학습 방법들(매혹적인 아이디어들이지만 안타깝게도 그 비효율성이 되풀이해서 나타나고 있다)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11 이는 아주 중요한 차이인데도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한다. 후자의 학습 방법 또한 적극적인 학습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어 혼동을 줄 여지가 많다.
(중략)
루소와 그의 후계자들의 견해로는, 설사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한이 있더라도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발견해 지식을 쌓아 가게 하는 게 늘 더 바람직한 일이다. 루소는 그런 시간을 결코 헛되게 날리는 게 아니라고 믿었다. 그렇게 해서 결국 독립적인 정신을 키우게 되어, 이런저런 지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미 정해진 천편일률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게 아니라 모든 걸 스스로 생각하고 어려운 문제들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루소는 말했다. “학생들에게 자연 현상들을 관찰해보라고 가르쳐라. 그러면 곧 호기심을 일깨워 줄 것이다. 그러나 그 호기심이 자라는 걸 보고 싶다면, 너무 성급하게 만족해하지 말라. 학생 앞에 문제들을 내 주고 스스로 해결하게 내버려 두어라.”
정말 매력적인 이론인데······ 불행히도 수십 년간 여러 연구들이 나와, 이 이론의 교육학적 가치가 제로에 가깝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이런 결과는 너무도 자주 반복되어, 자신의 논문 제목을〈순수한 발견 학습 원칙에 대한 삼진 아웃 룰이라도 있어야 하는 걸까?〉로 정한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아무 개입 없이 그냥 내버려 둘 경우 아이들은 어떤 분야를 지배하는 추상적 원칙을 발견하는 데 아주 큰 어려움을 겪으며, 설사 어렵게 뭔가를 배운다 해도 아주 더디다. 이게 놀라야 할 일일까? 그런데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지만, 인류가 몇 세기에 걸쳐 알아낸 일들을 아이들은 외부의 도움 없이 몇 시간 만에 알아낸다. 어쨌든 실패는 지금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ㆍ읽기 분야에서: 아이들에게 글자들의 존재와 언어음들의 연관성에 대해 명쾌한 설명도 해 주지 않고 무작정 쓰인 글들을 보여 주기만 해서는 아무 학습 효과도 못 올린다. 쓰이는 언어와 말해지는 언어의 연관성을 스스로 알아내는 아이는 거의 없다. 장-프랑수아 샹폴리옹Jean-François Champollion(프랑스인 이집트학 전문가로 로제타석에 새겨진 이집트 상형문자를 처음 해독했다―옮긴이) 같은 언어 천재도 어린 시절에 /R/ 음으로 시작되는 모든 단어들의 맨 왼쪽 끝에 ‘R’ 또는 ‘r’이 있다는 걸 발견하려면 얼마나 뛰어난 지력이 필요했을지 상상해 보라. 교사가 아이들에게 잘 선택된 예들과 간단한 단어들 그리고 떨어진 글자들에 대해 세심한 설명을 해 주지 않는다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수학 분야에서: 위대한 수학자 카를 가우스Carl Gauss(1777–1855)는 겨우 7세 때 순전히 혼자 힘으로 1부터 100까지의 합을 빨리 구하는 방법을 발견해 냈다고 한다. (한번 생각해 보라. 답은 이 책 말미의 주12에 있다.) 그러나 가우스의 이 얘기는 예외이며, 다른 아이들에게는 적용하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연구 결과는 분명하다. 학생들에게 비슷한 문제를 직접 풀어 보라고 하기 전에 교사가 먼저 어느 정도 자세한 예시를 보여 줄 때 학습 효과가 가장 크다는 것이다. 설사 아이가 혼자 해결책을 발견할 정도로 똑똑하다 해도, 나중에는 먼저 문제 푸는 법을 보여 준 뒤 직접 풀어 보게 한 아이들에 비해 학습 성과가 떨어지게 된다.
ㆍ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자신의 저서 《마인드스톰즈Mindstorms》(1980)에서 컴퓨터 과학자 시모어 페퍼트는 자신이 왜 로고Logo 컴퓨터 언어(스크린상에 거북이 패턴들이 그려지는 것으로 유명)를 발명했는지 설명했다. 직접 해 보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별도의 지침 없이 스스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하자는 게 그의 취지였다. 그러나 그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몇 개월 후에 아이들은 고작 간단한 프로그램들만 만들 수 있었다. 아이들은 컴퓨터 과학의 추상적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문제 해결 테스트에서도 훈련 받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특히 더 나은 게 없었다. 컴퓨터 언어를 조금 배운 것이 다른 분야에까지 영향을 주진 못한 것이다. 당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은 설명과 직접 해 보는 경험을 곁들여 가르칠 때, 로고 컴퓨터 언어와 컴퓨터 과학을 훨씬 깊이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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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혼자 내버려두면 아무리 자기주도적으로 읽고 쓰고 피드백해봤자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력 경험치통이 자라긴 커녕 자기 직관에 부합하는 표층적인 지식과 기술만 주워섬기면서 계속 맴돈다고.
물론 자기주도학습이니 발견학습이니 pbl(문제 기반 학습, 대충 듀오링고 같은 거)이니 하는 것들이 꼭 나쁘다기 보단 걍 어떤 교육이론이나 학습원리든 토론 글쓰기 프로젝트 뭐 그런 구체적인 학습 방법론을 1대1로 대응시키고 이거 하나만 하면 다 되는 것처럼 얘기하면 당연히 문제(그 어떤 효과적인 방법도 어떤 상황에는 효과가 없음)가 생길 수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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