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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1.27 23: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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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파리만 날리던 리튼 가게에 한 명의 소녀가 뛰어들어왔다.


「 제발, 도와줘! 」


---리튼은 옷의 세탁과 배송을 부업으로 하는 중견의 의류점이다. 물론 고객은 다양하지만, 제일가는 주문품이라고 하면, 뭐니뭐니해도 그 카스티엘가---의 하급 시녀---들 중에서도 한층 더 말단의, 이름이 들어간 제복을 가질 수 없는 자들을 위한 공용 의상이었다.


카스티엘 가문 정도가 되면 하녀복은 전부 가문의 문장이 들어간 지급품이며, 리튼의 일은 그 원단과, 더부살이로 일하는 메이드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 카스티엘가의 별채의 기숙사까지 가서 사용 후의 옷들과 세탁한 옷들을 교환한다는 것이었다.


「 아침에 일어났더니 옷이 없어졌어! 분명 마틸다가 한 짓이에요! 」


이야기를 들으면, 아무래도 소녀는 카스티엘가의 더부살이 메이드인 듯했다.


「 배속은?」


서랍에서 꺼낸 명부를 넘기면서 리튼이 물었다. 카스티엘가에 한하지 않고, 이렇게 하녀가 예비 하녀복을 구하러 리튼의 가게까지 발길을 옮기는 일은 드물지 않다. ---특히, 젊은 여자가 많은 더부살이 기숙사에서는. 차를 엎질러지거나 찢어지거나 그 이유는 다양하며, 모종의 통과 의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동정하고 있다. 그래도 형태만이라도 배속과 이름은 확인하도록 하고 있었지만.


「 세탁 메이드에요」


하지만 되돌아 온 뜻밖의 대답에 명단을 쥔 손이 멈췄다. 세탁 메이드는 오래 가지 않는다. 젊은 처녀는 사흘을 계속한다면 오래 간 편이다. 고참 이외는 금방 교체되기 때문에 고쳐쓰기가 귀찮아서, 이름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뭐, 괜찮나.


리튼은 머리를 긁적이며 선반에서 곤색의 제복을 골라내어 건넸다. 소녀가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인사를 했다.


개암 나무 빛깔 머리카락에 담녹색의 눈동자의,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얼굴의 아가씨였다.


◇◇◇


바네사는 물기를 짜서 쭈글쭈글해진 리넨을 달군 철제 다리미로 펴고 있었다. 다리미는 뜨겁고 무겁고,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바로 타들어간다. 그래서 허리를 구부린 채 계속 조심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혹사당한 허리는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요즘은 일어서는 것만으로도 삐걱거리며 아프다. 그래도 바네사의 처녀 시절에는, 너나 할 것 없이 기술을 연마하려 했던 것이다. ---요즘의 젊은 처녀들은 3일은 커녕 3시간 정도로 비명을 지르지만.


딸랑거리며 벨이 울리고, 완성된 리넨을 가지러 온 것은 기억에 없는 아가씨였다. 흔한 일이다. 세탁 메이드는 오래 가지 않는다. 알고 있었지만, 바네사는 초조함을 억누르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 캐시는 어디 갔어! 」


서걱 서걱하고 베틀이 떠들썩하게 소리를 낸다. 큰 소리를 내지 않으면 대화도 할 수 없다. 세탁 메이드가 오래 가지 않는 이유 그 두 번째이다.


「 머리가 아프대요! 」


「 핫, 머리가 나쁜 걸 잘못 말한거겠지! 」


요즘 젊은이들은 금방 꾀병을 부리고 싶어한다. 투덜거리면서 바구니에 들어간 잘 다려진 리넨의 산을 건네주었다. 생각보다 무게가 있던 모양이다, 소녀가 바구니를 짊어진 채로 비틀비틀 한, 두 걸음 물러난다.


「 잠깐! 떨구기라도 하면 가만 안 둬! 」


바네사는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 그렇게 되면 또 처음부터 다시 빨아야 한다.


「 네! 」


자그마한 몸에서 기세 좋은 목소리가 나온다. 대답만은 좀처럼 훌륭했다. 그러나, 그런 아가씨도 자주 있는 것이다.


「 이봐, 세탁 메이드의 마음가짐 그 하나! 먼지가 나지 않는것에 긍지를 가져라! 」


「 옛써! 」


역시 대답만은 훌륭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3일---아니 3시간이나 갈지 어떨지다. 바넷사는 재차 소녀를 보았다.


개암 나무 빛깔 머리카락에 담녹색의 눈동자. 보면 볼수록,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얼굴의 아가씨였다.


◇◇◇


콘스탄스・그레일은 바구니를 끌어안은 채 2층 복도를 오로지 돌진하고 있었다. 무섭게도 너무 길어서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거야, 이 저택---아니 이미 성으로 괜찮다.


잠시 나아가자 불빛이 새어나오고, 아래층에서 떠드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트여진 구조로 되어있는 그곳은 원통형의 큰 방으로, 시선을 떨어뜨리자 중년 신사가 얼굴을 새빨갛게 하면서 나이가 젊은 여성들과 놀고 있다.


『 어머 싫다. 역겨운 쟈레드잖아』


스칼렛이 마치 벌레라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코니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 아름다운 얼굴에 자애로 가득찬 미소를 띄운다.


『 방탕한 삼촌이야. 내가 살아 있었던 시절에도 가끔 오고 있었지만, 아직 건재했던 거네. ---빨리 썩어서 떨어져 버리면 좋을텐데』


무엇이, 라고는 무서워서 물어보지 않았다. 스칼렛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태연한 얼굴로 코니에게 지시를 내린다.


『 저기 모퉁이를 왼쪽으로 꺾어』


『 다음은 오른쪽』


『 계단을 올라가 』


『 똑바로야, 똑바로 』


그렇게 도착한 것은 롱・ 갤러리(르네상스 시절 유행한 길고 좁은 회랑형태의 전시실) 이다. 하얀 회반죽의 천장에는 성화(聖畵)가 그려져 있고, 벽에는 멋진 장식의 거울이나 그림이 빽빽하게 장식되어 있다. 받침대에는 보석이나 장신구, 혹은 위인을 본뜬 조각도 있었다.


『 가장 안쪽에 튀어나온 창문이 있지? 그 앞의 판금 갑옷을 입은 동상까지 가줘』


확실히 흐릿하게 갑주가 보였다. 거기를 목표로 하면 좋은 걸까, 라며 바구니를 안고 다시 기합을 다시 넣는---그 때였다.


「---거기 네놈, 뭘 하는 거지?」


위압적인 목소리에 튕겨지듯이 돌아보면, 방의 입구에 사람의 그림자가 있었다.


연한 금색의 머리카락에, 붉은 빛이 도는 보라색 눈동자. 냉철한 미모의 남성.


『… 오라버니』


스칼렛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오라버니라는 뜻은 그가 차기 당주인 막시밀리안・ 카스티엘, 일까. 소문은 듣고 있다. 여동생과는 전혀 닮지 않은 품행 방정한 분이라고. 확실히 부인은 파리스의 대귀족이었을 것이다.


막시밀리안은 마치 수상한 자를 보는 듯한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스칼렛이 곧바로 코니 쪽으로 다시 향한다. 『 ---쟈레드에게 불렸다고 말해』


「… 쟈레드님에게, 불렸습니다」


「 뭐?」


막시밀리안이 스윽 눈을 가늘게 떴다.


「 여기에, 오도록, 이라고」


「---그, 돼지가. 또 나쁜 벌레라도 나왔나? 다음에 저택의 사람에게 손을 대면 거세한다고 말해 두었을 터이지만. … 그렇다 치더라도...많이…취미가…바뀐 것 같군…」


카스티엘가의 인간은, 뭔가 범인의 마음을 후벼파는 방법도 알고 있는 걸까. 악의가 없는 진지한 어조에 괜히 상처를 입으면서, 코니는 고개를 숙였다.


「 그, 그런 일이므로 눈감아---」


「 응? 바보냐, 너는. 됐으니까 빨리 위치로 돌아가라. 내가 한 마디 하고 올 테니.」


그렇게 단적으로 지시를 내리고 코니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그대로 발길을 돌리고 만다. 작아지는 등을 배웅하면서 코니는 안심하고 가슴을 어루만져 내렸다.


시대를 잘라낸 듯한 미술품의 바다의 사이를 걷고 있자, 스칼렛이 중얼거렸다.


『---안 닮았지?』


응? 라고생각하고 시선을 돌린다.


『 솔직히 말해줘. 머리카락의 색? 얼굴? 아아, 아니면 성격일까?』


그 말로 겨우 이해가 갔다. 막시밀리안의 일인가. 동시에 입이 미끄러진다.


「 에, 두 사람 비슷하지 않나요?」


『 응?』


「 에?」


스칼렛이 눈을 부릅뜨고 놀랐다. 그 반응에 코니 쪽이 놀라 버린다.


『…어디가?』


「 그… 사람에게 명령할 때의 사람을 사람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태도라고 할까」


그리고 당연한 것처럼 사람을 네놈이라고 하는 곳이라든가. 그런 곳은 벌써 똑같다.


스칼렛은 허를 찔린듯한 얼굴을 하고,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 그런 말, 처음 들어봐.』


「 그런가요?」


『 그래. 왜냐하면 오라버니는 금발이고, 눈동자는 확실히 왕가의 색이지만, 나와는 조금 색깔이 다르고, 머리가 좋고, 성실하고』


술술 입에서 나오는 것은, 이전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일 것이다. 조금 의외였다. 그 스칼렛・ 카스티엘이 이런 말을 하다니, 하고.


『 게다가 어머니도 다른 거야』


코니는 무심코 발을 멈추었다.


『 어머 몰랐어? 우리들의 시대에는, 암묵적인 비밀이었지만』


---십년이란 생각했던 것보다도 긴 거네. 차가워진 회랑에 어딘가 쓸쓸한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툭 떨어진다.


『 별의 왕관의 코넬리아는 알고 있어?』


코니는 수긍했다. 그것은 이웃나라 파리스가 아직 거대 제국이었던 무렵의 ---그리고 멸망해 가던 시대의 마지막의 황녀의 이름이다.


당시의 파리스는 침략한 땅의 부족장이나 나라의 왕족을 적극적으로 맞이하고, 제국의 혈맥에 짜넣는 것으로 속국을 간접적으로 지배하려고 하고 있었다. 물론 황족은 순혈의 파리스인이 아니면 안 되었기 때문에, 피를 섞도록 선택된 것은 제국에 충성을 맹세하는 고위 귀족들 중 하나였다. 선택된 집안은 더러운 피라고 불리며 기피당하고 있었지만, 그 발언력은 컸다고 한다.


코넬리아의 아버지는 당시의 황제의 막내 아들이었고, 더러운 피의 영애와 사랑에 빠져 사랑의 도피와 다름없는 혼인을 맺었다. 그리고 태어난 코넬리아・ 파리스는, 그 몸에 별의 수 만큼의 왕관을 가진 제국 사상 최초의 황위 계승권자라는 의미로 [별의 왕관]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속국의 반란에 의해 제국은 해체되어, 차례차례 황족이 처형되어 갔지만, 코넬리아・ 파리스는 당시 중립을 유지하고 있던 소르디타 공화국에 유학하고 있었기에 무사했다. 그녀는 그대로 망명해, 그 뒤의 소식은 분명치 않다. 일설에 의하면 그대로 공화국에 머물며 원수의 아들과 혼인을 맺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무디게 빛나는 강철로 된 판금 갑옷은 이미 눈 앞이었다. 스칼렛이 갑옷의 머리 부분을 가리켰다. 『 그 안이야』


투구를 벗기는 데에 그다지 힘은 필요 없었다. 아무래도 몸통과 연결되어 있는게 아니라, 안에 사람을 본뜬 버팀목이 있고, 거기에 씌워져 있을 뿐인 것 같다.


키잉, 하는 금속음과 함께 안에서 밀랍제의 인형의 얼굴이 나타났다. 코니는 흠칫 눈을 부릅떴다. 밋밋한 얼굴 윗부분의 절반---그 움푹 들어간 눈부터 코까지를 검은 가면이 덮고 있던 것이다.


재질은 별 없는 밤하늘에도 닮은 ---흑옥(jet), 일까.


『 소르디타 공화국의 시골에 말이지, 별의 왕관의 코넬리아의 피를 이은 이라 불리던 딸이 있었대. 그것이 진실이고, 그 혈통이 인정받는 시대였다면, 분명 대륙의 패자들이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했겠지.』


툭하고 스칼렛이 중얼거렸다.


『 관 없는 알리에노르. ---그것이, 나의 어머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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