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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1.28 00: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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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티엘 가에서 가져온 가면은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고, 코니의 얼굴에 딱 들어맞았다.


원래 흑옥(jet)은 상을 당했다는 뜻을 나타내는 장신구에 자주 사용된다. 그래서일까, 오늘 밤을 위해서 스칼렛이 고른 옷은 제대로 목 끝까지 잠근 칠흑의 상복이었다.


옛 몬트로즈 저택은 왕도 교외에 위치한 광대한 부지를 가지는 대저택이다. 몬트로즈 자체는 백 년 전에 대한 모반의 혐의가 걸려 멸문된 백작으로, 지금까지 몇 번이나 저택의 해체가 시도되었지만, 그때마다 관계자가 의심스러운 죽음을 당했기 때문에 지금은 아무도 접근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라는 일화를 가진 사정이 있는 저택이다.


「 초대장은?」


광대의 미소를 붙인 얼굴 전체를 덮는 가면. 완전히 몸을 감싸는 칠흑의 외투에 몸을 감싼 남자가 사무적인 어조와 함께 하얀 장갑을 낀 손을 내밀어 온다. 그것을 슬쩍 일별하고, 콘스탄스는 안색을 바꾸는 일 없이 남자의 물음에 대답을 돌려주었다.


「 ㅡ존・디 백작의 모자 안에」


약간의 침묵 뒤, 안내역의 남자는 과장된 몸짓으로 가슴에 손을 얹는다. 그리고 무대 배우처럼 우아한 인사를 했다.


「 어서 오십시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여」


끼익, 하고 녹슬은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린다. 코니는 등골을 펴고, 이매망량이 발호하는 복마전으로 발을 내디뎠다.







 넓은 살롱은 기이하게 출렁거리고 있었다. 천장에서 매달린 호사스러운 샹들리에에는 점점이 불꽃이 켜져, 아래층에 약간의 빛과 그림자를 낳고 있다. 하지만 오일램프보다 훨씬 희미한 등불은, 거기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을 분명히 하기보다는, 그 그림자를 보다 애매하게 만들어 갈 뿐이었다.


이국의 향신료를 연상시키는 향로가 피워지고, 대공동에는 몇개인가의 천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덮개는 비칠 정도로 얇은 비단으로, 안에서는 교성이 간간이 터져 나온다. 다정하게 바라보는 남녀의 모습이 검은 실루엣으로 반사되어, 코니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홀의 구석에서는 낯선 신비한 음악에 맞추어, 아름다운 이국의 아이들이 빙글빙글 춤을 추고 있다. 그 모습을, 가면을 쓴 연령은 물론 성별조차 미상인 사람들이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스칼렛이 코를 울린다. 『---고상한 취미지?』


어떤 의미인가 하고 돌아보면, 어깨를 움츠리고 빨리 주최자에게 인사하러 가자고 재촉당한다.





'그 여성'은, 난로의 앞에 놓여진 비로드 벨벳의 카우치에 너저분하게 앉아 있었다. 속옷처럼 얇고 부드러워 보이는 천에, 충분히 가슴이 열린 선정적인 드레스. 손에는 흑단의 부채를 가지고 있다. 나비를 본뜬 정교한 장식의 가면으로 눈가를 덮고 있어서 생김새는 뚜렷하지 않지만, 아마 에밀리아・카롤링거보다는 윗세대다. 아리아와 또래 정도일까? 피를 마신 것 같은 붉은 입술이 인상적이었다.


『 어머, 이번에는 데보라가 연 야회였구나. 정답이었네.』


스칼렛이 재미있다는 듯이 말한다. 아무래도 아는 사이인 것 같다.


요염한 여주인 데보라는, 문득 깨달은 듯이 이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느긋하게 미소지었다.


「 당신, 이름은?」


그 말에, 스칼렛이 입꼬리를 완만하게 올렸다. 코니가 잘 아는, 굉장히 오만하고 매력적인 미소다.


어느새인가 주위에는 인산인해가 되어 있었다. 가면 너머로 달라붙는 듯한 호기심의 시선이 코니에게 향하고 있다. 평소라면 그것만으로 위축되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니의 마음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좀처럼 대답을 하지 않는 상대에게, 데보라의 회색 눈동자가 차갑게 가늘어진다. 코니는 그 시선을 받아들인 채로, 피하는 일 없이 입을 열었다.


「 ---에리스, 라고 불러주세요」


시야의 구석에서는 스칼렛이 뺨에 손을 대고 즐거운 듯한 표정을 띄우고 있다. 이것은, 그녀가 사용하고 있던 또 하나의 이름. 그리고 릴리・오를라뮌데가 남긴 말의 반쪽.


웅성거림이, 딱 그쳤다. 정적이 주위를 지배한다.


「 어머, 그립네」


침묵을 깬 것은 역시 데보라였다.


「 십년전에도, 그런 이름을 쓴 분이 계셨던 거네요」


어느새 넓힌 흑단의 부채로 입가를 숨기면서, 즐거운 추억이라도 말하듯이 들뜬 목소리로 말을 한다.


「 하지만 그 분은, 멍청이셨죠. 눈 깜짝할 사이에 목과 몸통이 나눠져 버렸다는 모양이지만---」


착, 하는 소리와 함께 부채가 닫혔다.


「 당신의 그 목은, 제대로 연결되어 있는 걸까요?」


춤추듯이 우아한 행동으로, 그 끝부분이 쑥 코니에게 향해진다. 가리키는 것은, 검은 옷감에 확실히 덮인 목이다. 누군가가 비명을 지른다. 목까지 잠근 드레스. 오늘 밤의 야회에서는 그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던 것은---


그런, 거구나.


팽팽한 공기 속에서, 스칼렛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






소곤소곤 서로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린다. 물론 화제는 코니에 대해서일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현재 정면으로 접근해오는 사람은 없다. 한가해진 코니는 벽쪽에 준비된 간단한 음식을 가지러 이동했다. 그 구석에는 고풍스러운 벨이 비치되어 있다. 잘 보니 여기뿐만이 아니라, 방의 모서리에 각각 설치되어 있는 듯했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스칼렛의 기막힌 듯한 한숨이 들렸다.


『 이런 시간에 잘도 먹네』


변명을 하자면, 긴장한 나머지 저녁 식사가 제대로 목구멍을 통과하지 않았던 것이다. 작은 꼬치에 꽂힌 한입 크기의 생선이나 고기를 음미하고 있노라면, 달콤한 향기가 났다. 시선을 방황하고 있으니, 여성이 극채색의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 게 보였다. 등이 크게 열린 장밋빛의 드레스를 입은, 코니보다도 몇 살 연상이라고 생각되는 젊은 여성이다. 스칼렛이 중얼거렸다.


『 어머 그립네. 제인이야』


제인? 가면을 쓰고 있어서 얼굴은 모르지만, 오뚝한 콧날과 볼록하고 요염한 입술이 몹시 고혹적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코니는 하나 중대한 문제를 깨달았다. 지금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그 정체는 모른다. 그러니까 수상한 인물은 겉모습으로 기억해둘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가면을 벗은 상대와 여기 이외에서 만난다고 해도, 그것은 그것대로 누군지 알아볼 수 없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 에리스양, 이라고 하셨습니까?」


갑자기 말을 걸려서 움찔 어깨를 굳힌다. 기합을 넣고 되돌아본 코니는, 상대의 모습을 보고 약간 힘을 떨어뜨렸다.


왜냐하면, 그 뚱뚱하게 살찐 거체는 어디를 어떻게 봐도 --- 그 헴즈워스 자작이었기 때문이다.


「 정말, 둘도 없는 아름다운 가면입니다. 하지만, 거짓으로부터 해방된 본모습의 당신은 좀 더 아름다우시겠지요. 그것을 생각하면 이 만남은 요행이지만, 또 억울하기도 하군요.」


「 하, 하아…」


「 하지만, 이것도 또 여흥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오늘 밤은 진실의 모습을 감추고, 잠시 동안의 자유를 즐기고 있는 것이니까요」


아니 안 감춰졌어. 자작에 관해서는 전혀 숨겨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작일 수 밖에 없다. 코니의 미적지근한 시선에 눈치 채고, 이미 그 정체를 의심할 여지도 없는 상대는, 아아, 하고 대범하게 끄덕였다.


「 이름을 밝히지 않다니 실례를. 아무쪼록 저의 일은 달을 숨긴ㅡ헴, 이라고 불러 주세요」


어째서 그렇게 되는데.


마음의 소리가 무심코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 서둘러 입을 막았지만, 자작은 특별히 신경쓰는 모습은 없는 모양이었다.


「---여기까지 성대한 연회는 최근에는 드무네요」


헴즈워스는 천천히 방을 둘러봤다.


「 나뭇잎을 숨기려면 숲에, 라는 것은 옛날부터의 격언입니다만, 오늘 저녁은 또 도대체 어떤 썩은 나뭇잎을 들여온 것인지」


담소하는 가면의 사람들. 흔들리는 천막. 사랑스러운 이국의 아이들


「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그렇게 말하고 자작이 코니를 쳐다봤---지만, 시선이 맞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왜인지 스칼렛이 있는 근처에 향하고 있다. 일순간 보이는걸까 오싹했지만, 단순한 우연인걸까. 그 증거로, 자작은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이쪽으로 돌아본다.


코니가 뭔가 말하려고 한 그 때, 방의 모서리에 비치되어 있던 벨이 일제히 요란한 소리를 울렸다.


손님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당황한 것처럼 얼굴을 마주보고 있다. 코니도 무심코 스칼렛을 보았다.


「 무슨, 소리…?」


『 이건---』


스칼렛의 얼굴이 험악하게 되어 간다. 입구 부근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난다. 날카로운 비명도. 도대체, 이건---


「---헌병이다! 」


누군가가 외쳤다.


「 도망쳐라! 왕립 헌병의 적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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