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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샤를로테 감상문 - 먹과 시험

짭타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6.30 01:01:36
조회 54 추천 0 댓글 0


1. 종이와 먹, 새하얌에 대한 동경.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일 것이다.

그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종이와 먹이다. 종이가 먹으로 물들이는 것은 이야기를 써내는 것을 상징한다. 문제는 이야기를 써내는 일이 고통을 야기한다는 점에 있다. 물론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느낌도 없지는 않다. 고통이 있기에 이야기가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둘은 서로를 심화시킨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며, 살아가면서 우리는 시험에 든다. 그런데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진정시키지 않으면 시험에 임할 수가 없다. 소란은 시험의 선결한다.

종이에 이미지인 새하얌에 대한 동경도 어느 정도는 거기서 오는 게 아닐까. 내가 내 앞에 있는 것들에 견뎌내기 위해서는 내 머릿속에 있는 소란들을 진정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데, 소란들은 그치지 않고 솟아올라 새하얀 몸을 그치지 않고 먹으로 물들인다. 순백을 지켜내는 일에 대한 집착은 먹을 놓아내는 일과 연관된다. 새하얌을 지켜내야지만, 시험-스칼렛 아일러-의 요구에 부응해낼 수 있다.

허나 결코 그것은 이뤄질법한 요구가 아니라는 것은 4층을 보면 명백하다. 언어의 세계. 바다에 빠져 죽어가는 언어의 무리는 이 세계의 시작점을 헤아리게 한다. 찰스의 폭발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생각하고,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바다에 빠져 죽은 말들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실로 의미심장하다. 그는 수많은 먹과 글자을 흩뿌리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다.


2. 연결과 재미.

창작자가 먹과 글자를 흩뿌리지 않고서 살아갈 수 없는 건 사람은 살아 있는 한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자아의 공개는 두려운 일이지만, 참기에는 너무 어려운 욕망이다. 그리고 이야기로 누군가와 연결되는 것은 재미를 보게 해주는 일과도 연관된다. 우산 씨의 절대적인 권위는 거기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며,(우산 씨는 게임 마스터적인 역할을 한다.),찰스의 설정을 따오는 작가라는 스스로에 대한 조소도 거기에서 연관되어 있다.


이 작품의 재미를 보게 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가 있는데, 우선 조소와 연관해 여러 설정에 대해 차용한다는 점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2의 클라이맥스는 실로 에반게리온적이고, 3의 몇몇 연출은  괴담적 scp와(사실은 저자의 경험에 따라 괴담 동아리를), 단간론파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주관적으로는 메다카 박스가 떠오르더라.


따라해봐.

나는 나쁘지 않아.

따라해봐.

나는 나쁘지 않아.

쿠마가와 미소기라는 캐릭터가 내 삶에 마이너스적 캐릭터의 미학을 얼마나 느끼게 했는지 간접적으로 느끼게 했다. 망가진 인간에게, 스스로를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에게는 마음의 괄호로 둘러싼 「나는 나쁘지 않아」만이 위로가 된다. 그것을 진심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 점에서.


두 번째는 공포다. 섬망편과 1편이 그 문법을 아주 충실하게 따른다. 스토리에 마주해야 하기 때문에, 공포 속으로 나아가게 하고, 그 공포를 통해 몰입감을 만든다.

세 번째는 조소다. 시니컬한 꼬집음이 123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수렴점에 우산씨가 메타적으로 존재한다. 당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으니까요. 부분적으로 안심원과 미소기 사이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것일까.


3. q84가 특별한 이유.

이야기를 자아내는데 쓰는 시간은 절대로 적지 않다. 하지만 사람은 살아가는 데 있어 늘 시험에 든다. 안녕 샤를로테 시리즈 전반에 너무나 간단하게 나타나는, 그로테스크한 끝들과, 시리즈2,3에서 나타나는 시험에 비중만 봐도 이 작품에 있어서의 시험에 무게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2에서의 시험을 통해 시험의 이미지는 투표와도 긴밀하게 얽히는데, 이건 3에서의 하얀 사회와 이어지는 하나의 이미지를 만든다. 투표 = 시험 = 하얀 사회. 이 부등호는 성립하며, 이 부등호야말로 q84가 특별한 이유다.


이 세상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한다. 마치 실패해 굴러 떨어지면 죽어버릴 것처럼. 찰스의 시험은 몇몇의 실패로 저항에 실패해 죽어버렸고, 스칼렛의 시험은 결국 그런 형태였고, 단지 q84만이 시험에 노골적인 분노를 터트린다. 시리즈3의 하얀 사회의 그것은 장렬한 비아냥이다. 샤를로테 시리즈의 죽음을, 시험에 들게 하는 것 전부에 대한 비아냥이다. 그리고 시험을 상징하는 스칼렛 아일러를 죽이려고 하는 것으로 그 상은 완성된다. q84는 시험에 저항했다. 그것이 q84가 특별한 이유다.


4. 고백록, 시험이 죽음으로 굴러떨어지게 할 것 같은 이 세상을 돌파하는 방법.


머릿속에 들끓는 것들이 스크린 바깥으로 뛰쳐나가도록 해. 감동시키고, 전율시키고, 미쳐 날뛰게 해. 그러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그러지 않으면 내 머릿속에 있는 모든 건 그저 구더기에 불과해. 그러지 않으면 머릿속에 있는 소란을 차라리 안개로 가려버리는 게 나을지도 몰라.


언제까지?


이야기가 더 이상 자신을 시험에 들지 않게 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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