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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7.04 00: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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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리리링!


고전적인 알람 소리와 함께 일어난 준원은 반사적으로 알람을 껐다. 4시간 만의 기상이라 피곤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이 쓸데없이 좋은 몸은 피로를 제외하면 아무 지장 없다는 듯 끄떡 없었다. 심지어 호흡곤란조차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몸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덕분에 준원의 하루는 보통 24시간을 훌떡 넘겼다. 기절하듯 잠들 때까지 24시간을 가볍게 넘겨 깨 있다가, 잠들면 그 때가 하루의 끝이다. 그리고 서너 시간 후 강제 기상. 그 스스로 해둔 세팅이다. 이 파멸적인 루틴 덕분에 준원은 이제 남부럽지 않은 폐인의 외견을 만들 수 있었다. 일종의 보디빌딩.


피곤한 몸을 이끌고 냉장고로 간 준원은 빠르게 문을 열어 손을 집어넣어 아무 거나 잡히는 걸 끄집어내고 바로 문을 닫았다. 냉장고라는 이 익숙한 금속질 거죽 너머엔 무엇이 있을지 별로 상상하고 싶진 않았다. 혹시라도 자기에게 말을 걸어오는 기능이 있을까봐 더 꺼림칙하기도 했다.


그나마 먹을 건 그냥 평범한 햄버거와 마운틴듀. 아쉽게도 정크푸드만 먹는 게 몸에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아니면, 정크푸드인척 하고 있는 또 다른 뭔가일지도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비서가 집에 찾아올까 싶어 빠르게 자기 방으로 돌아온 준원은 문을 잠그고 다시금 익숙한 방어 마법, 알람 마법을 몇 번이고 걸었다. 강화될 때마다 색이 조금씩 변하면서 거의 다이아몬드에 가깝게 반짝이는 문이 매우 인상적이라, 사진을 찍어 커뮤니티에 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냥 올릴까? 어차피 익명인데.’


고민은 길지 않았다. 바로 인터넷에 접속한 준원은 잠시, 어디로 들어갈지 생각했다. GOD 게시판은 사람도 많고 게임 얘기가 아니면 어차피 별로 관심도 안 줄 게 뻔했다. SNS는 망할 안드로이드 판이라 곧바로 똑같이 해보고 뭔가 새로운 걸 찾았다고 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결국 올릴 곳은 하나 밖에 없다.


[종합 마법 게시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늘 보느라 무감각해진 메시지를 적당히 넘긴 준원은 또박또박, 자판을 쳐나갔다.


[제목: 수려한 광경을 보아 공유하고자 글을 올립니다]

[(사진 첨부)


안녕하세요, 종합 마법 게시판 이용자 여러분. 


다른 일이 아니라, 금일 다양한 강화 마법을 시도하던 중 특이한 방식으로 형성된 탄소 결정이 빛을 산란, 투과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빼어나 혼자 보기 아깝겠거니 하여 잠시 시간을 내서 글을 써보았습니다. 


여러분의 미래도 이렇게 빛나는 결정만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가 되길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이만 총총.]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남들이 보는 글을 써서 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러느니 차라리 밖에서 사람들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정작 밖에 나가면 볼 수 있는 건 전부 안드로이드 뿐이니. 그나마 게임에 접속하면 사람들을 볼 수 있긴 하다만, 그것도 영 어색하다. 사실, 게임에서 만나는 사람이나 밖에서 만나는 안드로이드나 그게 그것 아니겠던가.


[ㄴ시발 쉰내 작렬하는 거 보니까 또 그새끼네]

[ㄴ어르신,,,제발,,,이이상저희를,,,부끄럽게,,,만들지,,,말아주,,,십쇼,,,,,,]

[ㄴ와중에 방 왤캐 좋아 보이냐 ㅅㅂ… 그시절에 꿀빤 영감들 다 뒤졌으면……]

[ㄴㄴ진짜네아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도 늘 쉽지 않았다. 대체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까? 처음 인터넷에 접속했을 때처럼 아예 무슨 말인지도 못 알아먹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여기서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같은 맥락은 여전히 상당히 어려웠다. 귀엽게 봐줄 만하긴 하다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윽.”


보지 않아도 누구에게 왔을지는 뻔하다. 할 일도 없는지, 아니면 정말로 그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수준으로 온 인터넷을 정말 장악하고 있는지, 그가 글을 쓰기만 하면 비서에게서 꼭 연락이 오곤 했다. 마치 그가 직접 비서에게 글이라도 써서 보낸 것처럼. 물론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머나, 정말 예쁜 문이예요. 찬란하게 빛나는 게 보석이 가득한 창고로 들어가는 동화 속의 비밀 문만 같은 걸요? 저도 다음에 꼭 같이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언제 한 번 시간이 되시면……]


아니나 다를까 읽지 않는 게 나은 내용이었다. 아예 읽지 않으면 몇 번이고 연락이 올지 몰라 읽기는 했다만, 메시지를 누를 때마다 한숨을 푹 쉬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이렇게 얼굴 맞대지 않고 텍스트로만 소통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으련만……


[제목: 사람도 쓸 수 있는 호흡 강화 마법 ABC]


……저 망할 안드로이드년들도, 텍스트로만 본다면야.


[ㄴ그건 매우 비효율적이고 의미 없는 마법 구사에 불과합니다. 편의성을 위해 숭고한 생명 마법의 의의를 완전히 팔아치워버렸다고 할 수 있죠. 영혼 없는 계산기는 모르겠지만 이 글을 읽게 될 사람들을 위해 노파심에 미리 몇 글자를 적어봅니다. 무엇을 위해 마법을 구사하는지, 어떻게 우리가 기계를 버리고 생명을 껴안았는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지를 염두해야만 합니다. 깨어 있는 마음. 깨어 있는 지성. 그것이 핵심입니다, 이용자 여러분.]


제목만 보고 글의 내용은 읽지도 않고 빠르게 댓글을 작성한 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선행을 베풀었다. 이 몸에서 깨어나 세상을 돌아다녀보고 느꼈던 끔찍한 무력감과 죄책감이 그래도 하루하루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만 같았다. 기를 못 쓰고 억눌려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라도 입 바른 말을 해야 하지 않겠던가?


[ㄴㄴ제발!제발!제발!제발!좀!!!!!!!!!]

[ㄴㄴ이양반 진짜 돋보기 보청기 +로 뭐 속독기??? 같은 거 달고 있는 거임???]

[ㄴㄴㄴ읽기나햇겟냐병신아]

[ㄴㄴㅎㅎ 뭐가 그렇게 문제인가요 영감님? 알려주시면 저도 뭔가를 더 배우고 좀 더 유익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더 이상 안드로이드가 판치는 곳에 굳이 있고 싶진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알아서 염증을 느끼며 자리를 떴을 테니, 준원 역시 여기 있을 필요가 없기도 하다. 망설이지 않고 웹 브라우저를 종료하고 캡슐에 눕는다. 저번 접속 때 그리 오랫동안 플레이를 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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