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이름 석자도 제대로 쓰질 못해 바보 취급당하던 시절.
그녀를 만났다.
중년에 접어든 한 나이든 여협이었다.
백부인이라 불리는 그녀는 음공의 고수로, 지축을 뒤흔드는 고함으로 사자후란 이름의 기술이자 사자후 그 자체를 형상화하는 인물이 되었다.
어린시절부터 천재적인 면모를 보이던 그녀는 홀로 마을을 위협하던 삽사리를 제압해 그의 목청을 뜯어먹어 사자후를 완성했다고 한다.
이후 중원무림에서 가장 목소리 큰 사람이 누구냐 하는 이야기에선 빠지지 않고 등장했고.
무림맹주나 남궁가의 노로, 소림사의 배고승등이 거론되었지만 결국 가장 목소리 큰 사람은 그녀라는 이야기로 귀결되곤 했다.
워낙에 마당발이기도 하고 성격자체도 활달하다보니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나이가 들어 원숙해진 그녀는 더 높은 경지의 수양을 하고자 고향으로 돌아와 정심을 가다듬었다.
수분기가 충분히 흐르는 폭포옆 시끄러운 주변의 소음조차 자신의 음공으로 상시 상쇄하여 일대에 개미 걸어다니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만들었으니.
그녀가 만들어낸 무공은 방울조차 울리지 않는다 하여 묵령공이라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젠 그녀의 나이도 이미 한참 늦었을 무렵.
오직 자신의 무학에만 집중타 보니 이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는지도 가늠을 하지 못했더랬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숲을 두려워했지만 나는 오히려 그곳에서 기회를 노렸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귀가 밝은 대신 눈이 어둡기에 재빨리 가서 나무를 캐다 내려오면 그날 배를 곪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하고
여차저차 백부인 사자후 염봉에게 구해진 난 그녀에게 묵령공이라 불리는 독자무공을 사사받은 후 협객행에 나가 이름을 떨쳤다.
그렇게 10년 20년
얼마나 지났을까.
나이 사십에 고향으로 돌아와보니 스승님이 지내던 오두막엔 갓난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아 스승님께서 드디어 부마를 찾아 아이를 낳으셨나보다.
시간적으로 지금은 노년에 들었을텐데 장성한 아이도 아니고 갓난애라는게 의문이긴 했지만 원래 고수들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런데
하루를 기다리고
이틀을 기다리고.
한달 두달 세달.
일 년 이년 삼년
‘안오네…’
스승님은 돌아올 생각을 안했다.
대체 어디 계신걸까.
“스승님…”
“응? 왜그러느냐?”
그러자 자신이 딸처럼 길러준 아이가, 화답했다.
중략
걸으마도 일찍떼고 자신은 17살에 겨우 뗀 천자문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음에도 눈치채지 못한 자신이 한심스럽다.
스승의 자식이리라 추정되는 존재이니 너무 당연하게도 저정도는 할 줄 알았으리라.
날 때 부터 글자를 읽고 무공을 아는건 너무 당연하리라 생각했다.
아니 갓난애의 성장에 대해 자신이 무엇을 알겠는가.
자신은 17살이 될 때 까지 자신의 이름 석자조차 쓰지 못한 바보인데.
‘너무 그리 실망말거라 제자야.’
스승은 위로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300년전 장삼봉의 직전제자였던 그녀는 검선으로 불리며 스스로의 무예를 극한까지 갈고 닦았다고 한다.
스승은 진즉 세상의 모든 물욕을 놓고 우화등선 하셨고 그녀만이 남아 인간계를 돌보니 그 세월이 어느덧 100년이 넘게 흘렀다고 했다.
인간의 육신은 참으로 덧없어 아무리 선인의 일좌라 범인들은 칭송하여도 그녀는 망가져가는 자신의 육체에 반항심을 품어 주름져가는 자신의 몸을 버리고 다시 태어나기로 결심한다.
그 순간 분명하게 느낀 것은.
그것이 그녀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분기점으로서.
지금 모든 깨달음을 정리하여 인간세상은 인간세상대로 두고 스스로의 깨달음만으로 승천한다면 선계로 갈 수 있을 것이오.
이대로 다시 태어나기를 시도하면 앞으로 두번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음을 직감했단 것이다.
중략
결국 두번의 생을 검선으로서 살던 그녀는 세상을 조화롭게 바꾼 뒤 자신이 바꾼 세상이 과연 옳을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금 태어나 평범한 가정의 아이가 되었다고 했다.
이후의 이야기는 뭐… 알다싶이 지금에 이르게 된다.
“근데 검선이요? 하지만 소인은 스승님께서 검을 든 모습을 한번도 뵌 적이 없습니다…”
“내가 검을 들면 세상이 무릎 꿇을텐데 어찌하여 그 참혹함을 다시 내보이겠나. 그저 말로만 이 세상을 둘러보고자 했을 뿐이고 그 결과 난 다시 태어났다네.”
“스승께서 지닌 모든 의무에 책임을 지신 것 같은데 어찌하여 다시 태어나셨습니까?”
“난 지금까지 살아오며 단 한번도 남자를 사귀어본 적이 없으니. 개인적인 소망으로 난 한번만이라도 연애란 것이 해보고 싶구나. 나 역시 여자인만큼 아이를 내 품으로 안고 키우고 싶어…”
“스승님!!! 어찌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나는 이성을 잃고 X살먹은 아이에게 짐승처럼 달려들었고.
고막이 찢어지고 사지가 부러져 널부러졌다.
“너는 나의 아들과 같은데 어찌 서로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테에엥 마마… 쮸쮸죠”
“흠. 진짜 아이를 길러보기 전 자네로 예행연습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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