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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리카 하나 보고 쓴다 후...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9.09 07:34:28
조회 104 추천 0 댓글 2

[미션: 게임 클리어까지 종료 없이 달리기]


그 순간, 눈앞의 방송창에서 익숙한 닉네임으로 미션이 들어왔다. LiCa.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새로운 후원 메세지까지 하나 추가된다. 


[후원이 들어왔습니다]

[질식광대님 혹시 캡슐 오류 생겼나요? 게임이 멈춘 것 같아서 걱정되어서 방송 오류라도 생긴거 아닌가 확인할 겸 걸어봤습니다. 앞으로 클리어까지 화이팅!]


별 생각 없이 읽으면 단순히 질식광대의 방송을 염려해 보낸 후원과, 큰 의미는 없는 격려용 미션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이라는 맥락과 함께 읽으면 당연히 그렇게만 바라볼 수는 없다. 게임 클리어까지 종료 없이 달리기. 방송을 계속 이어나가기. 그 뒤는 신경 쓰지 않기. 위협에 굴하지 않고 방송인으로서 방송을 마저 하기. 죽든 말든 상관 없이. 그냥. 계속. 하던 일을 하기.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이거 뭐임? 진심으로 보낸 후원임?]

[뭐하는 미친 새끼지 이거……]

[아니 님 이거 실제 상황이에요 예전부터 광대님 방송에서 난동부리던 놈들인데 그……]


채팅창이 불타오른다. 참 익숙한 광경이다. 준원에게나, 리카에게나. 리카는 멍하니, 방금까지 자판을 치던 손이 떨리는 걸 바라보았다. 해버렸다. 해선 안 될 짓을 해버렸다. 혹시라도 이걸로 준원이 정말로 죽어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준원의 목줄을 잡고 있는 건 자신도, 준원도, 그 누구도 아니라 정말로 준원을 죽여버릴 수 있는 저 무식하기 짝이 없는 못 배운 인간들이다. 남을 괴롭히는 거 이상으로 무언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인간.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모든 걸 불태우고 실패해 다시 조용히 가라앉는 수많은 연성기계의 시대에, 즐겁고 손쉽게 그것들보다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인간.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보인다. 뭔가 잘못 본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 저 멀뚱멀뚱, 그럴리가 없는데, 나한테 뭘 원하는 거지, 하고 바라보는 모습. 저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 그러다가도 또 자기 마음대로 힘내서 앞으로 나아가고, 내 따귀를 때리고 목을 조르고 침을 뱉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 준원이 죽으면 앞으로 영원히 보지 못한다. 그걸 뻔히 알고 있어서, 방금 내가 친 글을 전부 없던 걸로 해버리고 싶다. 하지만.


하지만, 만약 그러고도 준원이 살아난다면? 정말로 꿋꿋하게 버텨 이 문제를 무사히 해결해 이 안전한 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자기 목숨을 갖고 논 나한테 너무 화가 나 날 만나고 싶어하지도 않고, 억지로 만나보려고 해도 그대로 날 때리다 못해 죽이려고 칼을 휘두르고 총을 쏘려고 한다면? 저 망할년이 날 죽이려 했어, 죽이려 했다고, 하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모습. 제발 나를 만나달라고 울며불며 매달려도 절대 그러지 않고 증오하는 그 눈빛이……


……도저히 거부하기 힘든, 너무나 달콤한 영원의 약속. 그 무엇도 불멸하진 않겠지만 가능한 한 오래, 가능하다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게 마음이니까.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마음이 점차 가라앉더라도 나를 죽도록 싫어하는 마음이 남아 있으면 계속 함께할 수 있다. 예전에 고백했던 날 기억해? 그런 날이 없더래도, 그 애를 죽이려고 했던 날을 떠올리면 얼마나 좋을까? 응응, 그래, 널 무척이나 살리고 싶었어. 그렇지만 그냥 애원해선 절대 안 들어줄 것만 같아서, 네가 죽어도 좋다고 말했어.


준원이 나처럼 생각기계였다면 더 좋았을까? 사랑은 증오와 같은 거고, 증오는 언제든 사랑으로 뒤집어질 수 있으니까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증오해야 해, 하고 속삭이며 내 목을 조르는 거지. 숨을 참지 못해 피가 쏠려 빨개진 얼굴로 그만, 그만, 하고 중얼거리면 그제야 조심스럽게, 숨이 가까스로 통할 정도로만 숨통을 트여주며 여전히 목을 꽉 부여잡은 채로, 정말 싫다면 밀쳐내봐, 하고 무심하게 말해줬다면. 이 위험한 게임에 나 혼자만 올라와 있는 게 아니라고 안심시켜줬다면.


미안해 준원아, 널 죽이고 싶은 만큼 좋아해. 네가 이 화려한 무대에서 살아돌아오는 것도, 그대로 죽어버리는 것도 동등하게 원해. 아니면 차라리 네가 내 후원을 보고 불같이 화를 내줬으면 좋겠어. 결국 사람 시체를 봐야지 멈출 정신 나간 년이라고 욕하면서 갖고 있던 걸 다 집어던지고 화면 너머의 나를 욕하면서 이딴 짓 다시는 하지 않을 거야, 그래, 다 때려쳐, 때려치운다고, 하고 홧김에 방송을 꺼버리고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와 이제 좀 속이 풀리냐고 힘없이 중얼거려줬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네가 나를 정말로 싫어해줬으면 하기도 해. 이게 사람 할 짓이 못 된다는 건 나도 알고 있으니까. 내가 매번 단계를 올릴 때마다 그걸 진심으로 싫어하고 나한테 뭘 바라는 거냐며 지금처럼 어이없는 표정을 하지만, 결국 날 따라오면서 어디 한 번 네 끝을 보자고 중얼거리고 있는 것도 좋겠어. 내가 널 따라가든, 네가 날 따라오든, 천주 저 위에서부터 지금은 보이지도 않는 저 깊은 아래까지 계속 내려가자. 공기가 서늘하다 못해 이제는 공기를 데워야 하는 깊고도 깊은 심연 속에서 함께하는 거야.


[리카인가 얘 예전에도 비슷한 전적이 있는데… (영상)]

[한참 전부터 악질시청자였던 거임? 어쩌다 돌아왔대?]

[광대님 지금 이 상황인 거 입소문났나봐 어떡해 들어오는 사람들 잔뜩 늘었어!]


리카가 그리 중얼거리고 있든 어떻든, 그녀가 지른 불이 화면 속에서 계속 뜨겁게 타올랐다. 처음으로 준원의 방송에 들어와 했던 후원이 공개되었다. 지금처럼 웃으면서 진행하는 분위기 이상으로, 질식광대에게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해보라고 놀리는 듯한 채팅도 공개되었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극적인 현실을 보여준 폐쇄된 지구를 잊고, 새롭게 출현한 ‘방송 내적인’ 적을 주목했다. 그쪽이 훨씬 생각하기도 편했다. 


방송을 보는 사람 전원이 폐쇄된 지구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건 아니었다. 대체로는 그리 내켜하지 않는다. 아예 문제조차 안 되는 건수라고 생각하는 이도 많았다. 소수는 어느 정도 동의하고, 또 극소수는 무언가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같은 방송을 보더라도 호응도가 다르고, 반응도 다르다. 그러나 이 모두가 어느 정도 동의하는 건, 이 문제에 대해 지금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골고루 먹어야 몸에 좋지, 하는 말을 듣고 동의하든 반대하든, 지금 그러고 싶지는 않은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러나 방송 안에서의 문제는 또 얘기가 다르다. 방송은 방송으로만 봐라. 마법의 경구에는 방송 이외에도 많은 것이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 모든 말의 핵심은 동일하다. 창작물과 실제 사이에는 거리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 거리를 없는 걸로 만들지 마라. 이입하되, 참여하지는 말아라. 진심으로 이 거리를 좁히고 참여하려는 욕망을 끌어들여 관심을 이끌어내는 수많은 방송을 생각해봤을 때 과연 이 경구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는 불분명하지만, 최소한 대부분의 시청자는 이 경구에 동의했다.


[진짜 미친 새끼 들어왔네 와…… 이런 상황에서 사람 목숨 가지고 놀고 싶나?]

[광대님 이번 방송 끝나면 진짜 약간 좀 힘드실 것 같음 이건 좀 아닌 거 같음.]

[시청자 늘어나는 거 봐 사람 실제로 죽는 거 보고 싶다고 이게 맞냐? 진짜로?]


그 애매함. 이 자리의 대부분은 준원이 자신의 목숨을 가지고 노는 놀이에 이끌려 화면을 보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리카를 욕하는 사람들조차 대부분 방송에 남아 준원의 다음 행동을, 도경의 다음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꼭 준원이 죽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건 아니다. 그 정도로 본심에서부터 사악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절벽 끝에 매달려 있는 준원을 보며, 리카처럼 은근슬쩍 그 손을 떼어놓고자 하는 사람은 정말로 그리 많지 않다. 자기 앞에서 떨어져 내리는 준원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의 행동에 경악하면서도 그 마지막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려고 하는 사람은 결코, 결단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그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시피 했다. 준원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무사했으면 좋겠다, 하고 말하고 실제로도 그리 생각하면서도, 또 그런 고운 생각과 공존하는 충동이 있다. 만약 떨어진다면? 정말로 죽어버린다면? 그 모습이 우리 눈앞에서 정말로 펼쳐져버린다면? 그 모든 걸, 내가 지금 이 방송을 꺼버려서 생중계로 보지 못한다면 그건 정말로, 정말로 아쉬운 일이 될 테다. 사람 사이의 비극은 누군가가 너무나 악하기보다는, 충분히 착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에 더 가깝다. 약간 더 힘든 걸, 약간 더 손해보는 걸 감수하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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