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레스 펑크라는 소재 자체는 좋은 발상이라고 예전부터 계속 생각.

2. 인방이라는 소재와의 융합은 잘 모르겠음. 소설은 비참한 현실에 대한 인식을 전제하고 있는데,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는 소재로서 인터넷 방송을 쓰는 건 어떨지. 옛날 철구 시절이 대체 몇년 전인데. 요즘은 하다못해 우리 어머니도 인방을 보심. 인방이라는 소재가 자본이 개인을 휘두르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묘사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면, 적어도 독자의 눈에 그렇게 비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3. 복잡한 설정을 독자에게 친절하게 설명하지 못함. 생각기계는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휴머노이드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맞게 읽었는지 아직도 확신이 없음. 초고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리라이팅이 필요한 부분.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초고와 비슷한 분량의 작품으로 상정했는지, 혹은 훨씬 긴 일반적인 웹소설 정도의 분량으로 상정했는지 궁금함.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맥라 표절 목록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이 있음. 건달의제국에서 마피아들의 회합을 묘사하면서 좌장 역을 맡은 인물이 타 마피아들의 다툼을 중재하면서 도시의 역사를 쭉 읊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것이 블랙 라군의 표절이라는 주장. 어쨌거나 맥라는 작품 설정을 독자에게 친절하게 설명하기 위한 방법을 나름의 방식으로 고민했다.

4. 리카는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다른 인물들이 그만큼 매력적이지 않음. 특히 주인공의 어머니. 그래도 병원에 입원한 주인공의 어머니 앞에서 폭력이 행사되는 장면은 재밌었음. 구체적인 캐릭터로서의 어머니는 생략하고 상징으로서의 어머니만 남긴 채로 그 장면만을 살려도 충분히 재밌지 않을까?

5. 평소 갤에서 풀어내던 작가의 고민들이 소설 문장 한줄 한줄에 반영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브레스 펑크라는 소재 자체가 이미 일정한 주제의식을 함축적으로 갖는 소재인 만큼, 이 소재와 직접적으로 강하게 연관된 주제의식만을 선별해서 반영하고 나머지는 잘라내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6. 중간중간에 작품의 화자가 변경되는 지점이 있는데, 그러면 차라리 1인칭으로 쓰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3인칭 시점으로 쓴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