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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의 상자 감상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02 18:37:23
조회 40 추천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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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고쿠도 시리즈를 다시 읽어보고 있는 중이다. (아마 꽤나 천천히...) 감상을 적기엔 아무래도 쉽지 않은 글인데, 비단 <망량의 상자>가 아니더라도 아무래도 교고쿠도 시리즈는 중심인물인 교고쿠도의 민속학/오컬트 잡설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그렇게까지 재밌게 다가오지는 않을 글인데다가, 추리소설을 표방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제목 및 서두에 제시되는 요괴와 관련된 민담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서 만들어낸 '신전기' 소설에 가깝다보니 더더욱 할 말이 없다. 다만 <망량의 상자>는 이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일상적인 추리소설에 근접한 글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 시리즈 내에서 가장 인기도 많다. (1편인 <우부메의 여름>과도 좋은 승부가 될 것 같기는 한데, 아무래도 그쪽은 좀 더 말이 안 되는 서사를 갖고 있다보니 추리소설을 기대한 사람에게 그 점에서 또 마이너스 포인트가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오타쿠가 보기엔 이런 딱딱해 보이는 소설이 이렇게까지 오타쿠스러운 매력을 갖고 있을까, 싶고, 아닌 사람이 보면 어떻게 인물들이 이렇게나 '캐릭터'스러울 수 있는지 의아해하는 글이기도 하다.


다만 <망량의 상자>는 정말 당대 기준으로 봐도 지금 기준으로 봐도 기묘한 매력을 가진 소설인데, 어떻게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준의 괴상한 설정을 바탕으로 여러 사건이 서로 얽히고 이걸 오컬트의 영역이라고 봐야 할지, 아니면 정말로 뭔가 신비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은-시신을 되살려내는 것처럼 옛 SF소설의 허용 범위 내에서-합리적인 서사 속에서 정리되는지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심연은 사람 속에 있고 모든 이성적인 설명은 누군가에게 찾아오는 어떤 '순간'을 포착하지 못한다는 교고쿠도의 설명이 이처럼 잘 맞는 소설도 없는데, <망량의 상자>는 너무나 괴상하고 자극적인 인간군상을 제시하는 데에는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그 '트릭'이라고 해야 할까,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는 데에서는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사실 그런 점에서 보면 <다아시 경 시리즈>처럼 판타지와 추리 사이의 분리를 영리하게 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망량의 상자>의 전말을 추리소설로 생각하고 읽기에는 무리가 있기는 하다.


대신 이후 서브컬쳐의 맥락에서 보면 역시나 참 알록달록하기 짝이 없는 글이다. 홈즈와 왓슨의 정석적인 이해하기 힘든 탐정-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서술자 조수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판타지의 영역에 들어가, 분명 실제로 오컬트가 실존하는 듯한 서술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데도 판타지스러운 방식으로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이는 마치 00년대 라이트노벨에서 이후 몇 번이고 반복될 여러 해결사 캐릭터-관계의 원형을 보는 듯하며, 에노키즈가 초능력자로서 탐정 노릇을 하는 일은 그리 노골적이지는 않으면서도 보다 더 괴짜 탐정의 캐릭터성을 부각시켜 사건의 진행 방향을 느닷없이 틀어버리는 역할을 하는 등, 서서히 리얼리즘에서 서브컬쳐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듯하다. (핵심 사건인 두 여학생 사이의 일은 백합 분위기를 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그쪽에는 그리 관심은 없다) 그런 와중에 사소설로서의 괴기문학을 쓰는 이야기와 실제 저자인 교고쿠 자신을 적당히 얽는 구상이 여기쯤 나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따금 교고쿠 나츠히코의 사진을 볼 때마다 장갑에 기모노를 차려입은 모습이 정말 어색하기 짝이 없다......)


재미 차원에서는 역시 교고쿠도를 다시 돌아볼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느끼기도 했다. 동방 프로젝트를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동방 프로젝트의 자체 내용물은 사실 그리 재미를 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 내용물은 대체로 이런 교고쿠도 풍의, 옛 요괴담을 적당히 변형한 듯한 일본 전통 괴담에서 오는 편이고, 그래서 결국 따지고 보면 형식은 동방, 내용은 교고쿠도, 라는 느낌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싶은 동인지가 자주 있다. 다양한 시점을 쓰면서 다소 난잡하게 돌아다니는 형식도 상당히 훌륭하게 쓴 편인데, 비슷한 시도를 보여준 많은 글이 어떻게 지리멸렬했는지를 생각해보면 비교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보면서 머릿속으로 교고쿠도를 비롯한 여러 캐릭터에게 클램프 풍의 미형 외견을 덧씌우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라이트노벨이어야 하는데 아직 라이트노벨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 라이트노벨이 되지 않은 안타까운 글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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