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수가 줄고 마물의 수가 늘어난 세상에서
인간과 오크들의 전쟁이 벌어졌다.
오크는, 인간에게 기생충 같은 존재였다.
스스로는 농사를 지을 인내심이 없어서, 인간의 음식을 탐했다.
스스로는 목축을 할 가축도 없어서, 인간의 가축을 탐했다.
스스로는 낚시를 할 도구조차 만들지 못해서, 인간의 음식을 탐했다.
스스로는 번식을 할 수도 없어서, 인간 남녀를 필요로 했다.
오크 남자는 인간 여자를, 오크 여자는 인간 남자를 필요로 했다.
그런 주제에
기생충들 주제에
오크는 인간보다 훨씬 힘이 셌고
그래서 인간을 자신들보다 밑의 존재로 두었다.
반발한 인간들에 의해 전쟁이 벌어지고
오크 포로 수용소가 건설되었다.
오크 남자 수용소는 저 산 너머
오크 여자 수용소는 이 산 안쪽에
오크의 번식 체계에 대해서 모르는 인간 권력자들은
단순히 번식을 막기 위해서, 서로 성별을 갈라놓았다.
처음에는 성공했다.
남자 수용소는 남자 간수들이 관리했고
여자 수용소는 여자 간수들이 관리했으니까.
하지만, 오크의 수가 늘면서 인원이 부족해지고
오크 여자들의 수용소를 관리할 여군이 부족해지자
어쩔 수 없이, 남자 간수를 몇 군데에 시범적으로 투입했다.
"... 이거, 승진이라고 봐야 하나?"
갓 성인이 되었을까. 아직 앳된 티가 남은 남자는, 비서에게 그리 물었다.
"좌천이라기보다는, 그냥 인원이 부족하니까 도련님처럼 애송이도 그냥 막 가져다 쓰는 것 같은데요?"
오랫동안 '애송이 도련님'을 모셔온 비서는, 반쯤 짓궂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린 도련님을 꽤나 높은 직위인 간수장으로 앉히다니, 도련님 능력도 어느 정도 인정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수용소의 첫 감성은, '무언가가 잘못되었다' 였다.
뭔가 구린듯 하면서도, 순간적으로 하반신에 자극이 오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곧, 부 간수장으로 임명받은 여자가 다가와서 남자에게 인사를 했다.
"환영합니다, 간수장님. 냄새는 죄송합니다. 이 오크들은 아무리 깨끗이 씻겨도, 발정 난 냄새가 지워지지를 않습니다. 오크 남자 수용소는 그래서 인간 여성의 출입을 통제했는데, 여기는 인원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안다, 알아. 어떻게든 적응해보도록 노력하지."
남자는, '역시 승진이 아니고 그냥 귀족가의 후계자가 아닌 쩌리들 때려박기였구나...' 하고 속으로 한숨을 쉰 뒤, 간수장실로 들어갔다.
감옥 내는, 아수라장이었다.
갈색과 녹색이 섞인 상태의 피부색, 인간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 근육질의 팔과 다리, 큰 가슴, 그리고, 숨길 수 없는 욕망이 얼굴에 드러난 추잡한 표정을 지은 오크녀들은 서로 낄낄대면서, 철창 안에서 간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들은, 통제가 안 되나?"
"노역이라도 시키려고 했습니다만, 언어가 통하지 않습니다. 가두어 두고, 음식을 주고, 포로 교환에나 쓰는 것 말고는, 애물단지입니다."
남자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특히, 오크 여자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는 것을 느끼게 된 직후, 더욱 더.
하루 하루가 지옥이었다.
내부 순찰을 돌고 특이사항을 보고받고(대부분 아무 일도 없었으며, 가끔 서로가 싸우는 일 뿐이었다.)
명령서를 받아 읽고 보고서를 써서 올리는 일상의 반복이었지만
그 놈의 냄새가 문제였다.
이젠 내부 순찰을 돌 때마다 자지가 뻣뻣하게 반응해 오기 시작했다.
꿈 속에서는 저들에게 깔려서 앙앙거리며 신음을 내뱉곤 했다.
그러면서 매일 몽정을 할 때마다, 남자의 기분은 점점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하아... 씨발..."
"간수장님, 진정하세요. 저들의 체취가 남자한테는..."
"알아, 하지만, 진짜 어떤 경험인지 알려면 너희도 남자 오크 수용소에 들어가봐야 할 거다."
"실은, 이미 피해자가 나왔습니다. 여기, 오늘 아침에 온 명령서입니다."
명령서에는 기절초풍할 일이 적혀 있었다.
평소에 사교계에서 이 남자 저 남자 건드리고 다니던 사고뭉치 공주가(그래도, 늦둥이 고명딸이라 왕이 차마 혼내지 못했다.)
'대체 오크가 어떻길래 저 난리냐'라는 호기심에 남자 수용소를 몰래 들어갔고
발견되었을 때엔 이미...
"추잡해서 더 못 읽겠군. 대체 명령서로 야설을 써 놓으면 어쩌자는 거지?"
"저, 명령을 요약해 드립니까?"
"그래."
공주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필요없이 장황한(하지만, 하반신은 충분히 반응시킬) 설명 뒤로, 명령이 내려왔다.
1. 여자 간수가 직접 도구로 오크 포로들을 범해 볼 것
2. 남자 간수가 직접 오크 포로를 범해 볼 것
"명령이 왜 이 따위야?"
"오크들은 인간을 밑으로 본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즉, 인간이 위라는 것을 몸에 새기기 위한 실험이라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부간수장은 그리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 수용소에 남자 간수는
간수장 하나 뿐이었다.
다음 날부터, 여자 간수들의 '오크 길들이기' 가 시작되었다.
실험된 포로들은 처음엔 반항하다가 나중에는 점점 순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냄새는 더욱 심해졌다.
보고서에 '효과가 나름 있었습니다' 라고 적으며
간수장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남자 간수는 보충되지 않았고
그것은 즉, 자기가 직접 해 봐야 한다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다시 며칠이 지나
결국 간수장은 큰 맘을 먹고
포로 중 제일 순종적인 오크를 묶고
밀실로 들어갔다.
"하 씨발, 씨발..."
오크녀는 어떤 일을 당할지, 기대 반 두려움 반의 표정으로 변했다.
그와 동시에, 체취가 좀 더 진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왜... 하..."
숨을 참을 수는 없었다.
점점 다시 뻣뻣해지는 하반신을 보며
'이 냄새에 길들여진 자신'과, '이 상황에 순종해야 하는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끼며
전희 같은 것 없이
오크녀에게 자지를 박아넣었다.
"#$^&! &%&!!!"
무언가 알 수 없는 소리와 신음소리를 내는 오크녀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간수장은 계속 허리를 움직여 자지를 박아댔다.
'이건 일이야, 이건 일이야' 하고 되뇌며.
그렇게 되뇌지 않으면, 이 오크 여자에게 자신도 발정이 났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았으니까.
실험은 성공이었다.
여자 간수보다 더 쉽게, 오크는 순종적으로 변했다.
깨끗이 샤워를 마치고, 자괴감에 휩쌓인 상태로, 보고서를 작성하며, 간수장은 부간수장에게 물었다.
"내 몸에서 이상한 냄새 안 나지?"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거친 오크보다 순종적인 오크를 박는게 더 효율이 좋았다.
온순한 오크들은 심지어 간수들의 손짓 발짓을 알아듣고 노역도 하기 시작했다.
모든게 잘 되어 갔다.
그렇게 보였다.
휴가를 받고 집으로 가서
그제서야 간수장은 깨달았다.
아침에, 우람하게 군용 텐트를 우뚝 세우던 하반신이
아직도 자고 있었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서지 않았다.
몸에 좋은 것을 이것저것 먹었다.
그래도 서지 않았다.
휴가가 끝나기 전날 밤
다시 오크녀들을 범하는 꿈을 꾸었다.
그 냄새, 그 몸, 그 표정...
역겨운 꿈이었다.
그 악몽에서 깨어나
'복귀하기 싫다...'고 느끼며 정신을 차리려는 순간
그 순간, 하반신은 다시 서 있었다.
포로 수용소 입구에서부터
자욱한 냄새가 퍼졌다.
"복귀를 환영합니다, 간수장님."
"...그래."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은 이제 오크 여자들 아니면 서지도 못하는 몸이 된 것을.
"야 간수장 왔다."
"하 씨발, 존나게 꼴리네, 저 새끼. 표정 존나 역겨워 하면서도, 존나 박더라."
"캬...나도 저새끼가 임신시켜줬는데, 개쩔더라. 좀만 더 얌전한 척 하면 한번 더 박아줄 것도 같은데?"
"근데 이 새끼들 진짜 일 안 하네. 어떻게 대놓고 외부 통로를 파는데도 눈치를 못 채냐?"
"몰라. 뭐, 우리야 좋지. 며칠 뒤에 남자새끼들 수용소랑 연결되거든? 그 날 저 간수년들 남자 주고, 우린 저 새끼나 먹자."
"와, 지금 표정 봤냐? 개꼴리네? 걍 철창 부수고 지금 따먹으면 안 되냐?"
"참아, 새끼야. 저 새끼들이 인내심을 가르쳐 줬으니까, 배운 대로 잘 참아야지. 그리고 그 다음엔... 으흐흐흐..."
오크들 사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도 모른 채, 간수장은 오늘도 오크의 체취에 발정하는 자신에게 역겨움을 느끼며, 제일 얌전해 보이는 오크녀를 하나 밀실로 끌고 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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