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진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깨달음의 실마리를 힘껏 붙잡자, 당무진의 앞에 끝없이 넓은 심상 속의 공간이 펼쳐졌다.
일전에 닿은 적 있었던 공간. 오직 어둠만 가득하며, 길 따위는 없었던 공간.
길을 찾지 못해 좌절했던 공간.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공간.
이번에도 변한 것은 없다.
길도, 목적지도 없다. 오직 암흑만 가득한 세계.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세상 누가 독과 암기로 초절정의 영역에 닿고자 했을 것이며 세상의 어느 무인이 방어를 도외시하며 다음 경지로 나아가고자 했을 것인가.
당무진보다 먼저 나아간 사람이 없는데 어찌 길이 있을 것이고 어찌 발자취가 있을 것인가. 그 누가 당무진보다 앞서 나아가며 목적지를 정했을 것인가.
발자국 하나 없는 새하얀 설원을 홀로 묵묵히 걸어 북해빙궁으로 돌아왔듯, 당무진은 발자취 없는 어둠 속에서 홀로 걸음을 내디뎠다.
여전히 길은 없었다. 목적지도 없었다. 과거엔 그 사실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젠 오히려 즐거워졌다. 뒤따를 사람들을 위한 목적지를 정하는 것. 그리고 첫 번째 발자취를 남기는 것. 그건 오직 대종사의 특권이니까.
길을 찾아내고 따라가는 친구들과 달리 당무진은 자유롭게 나아갔다. 날카로운 가시덩굴이 단무진을 향해 다가왔다. 그러나 당무진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고, 천천히 풀어내며 천천히 걸었다.
그 날카롭다던 가시덩굴이 그 잔인할 정도로 질기고 단단하다던 가시덩굴이 당무진을 휘감지 못하고 제 색채를 잃어갔다.
당무진의 걸음을 따라 수많은 가시덩굴이 말라 비틀어져갔다. 수많은 덩굴이 왕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마침내 당무진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바라보았다
길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발자국이 남아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언젠가 이 발자취를 따라 걷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 발자취들이 모여 하나의 길을 만들게 되리라.
당무진은 성급히 나아가는 대신,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훗날 자신을 따라올 사람들을 위해 하나의 이정표를 남기기로 했다.
당무진은 체내에 모든 기운을 끌어올려 정교하게 쌓아갔다.
의술 지식을 바탕으로 수십 종의 약과 독을 순서대로 쌓아 위태로우면서도 정교한 균형을 잡았다.
당무진는 마지막으로 그 위에 인면 지주의 독을 흘렸다. 인면지주의 독 아래에서 모든 독이 어우러지며 한 방울의 투명한 액체를 이루었다.
투명한 액체 방울이 허공에 떠올라 찬란한 빛을 뿌렸다. 후대의 누군가는 이 빛을 거머쥐고자 필사적으로 손을 뻗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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