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넓은 방의 침대 위였다. ……엄청나게 넓은 개인 병실인 것 같다.

"아……."

오른쪽 눈에 손을 댔다. 꿰뚫렸어야 할 오른쪽 눈. ……보인다. 그건 꿈? 아니…… 현실인가. 파손된 건 에반게리온이지 내가 아니니까.

"아아아〜……."

그리고 나는, 덤으로 다른 쪽 눈도 손으로 가리고 신음한다.

"저질렀다……."

나는, 아무래도 나 자신을, 정권 지르기를 과신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실전 로봇 배틀이라도 어떻게든 되겠지, 애니메이션이니까, 하고 얕보고 있었다.

그 결과가, 위험한 상황에서 질 뻔하고 죽을 뻔했다. 그리고, 간신히 승리했지만 병원 신세. 하마터면 애니메이션이 방영 종료될 뻔했다.

……아니. 여기는 현실. 방영 종료가 아니라, 기다리고 있던 건 죽음.

"불쌍할 뿐만 아니라…… 너무 대단하잖아 이카리 신지……."

에반게리온.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마지막에 미사토 씨가 말을 걸어줘서, 겨우 정권 지르기 한 발을 날리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원작의 나는…… 정권 지르기 없이 쓰러뜨렸다. 그 사도를.

"너무 굉장해."

아마 원작의 나는 에반게리온을 휙휙 걷게 하고, 미사토 씨의 지시도 쉽게 해내고, 뭐 여러 가지 위기는 있었겠지만, 순조롭게 이겼을 것이다.

뭐라는 재능…… 에반게리온의 천재인가……?

……그런데, 왜, 그게 나는 안 되는 거지?

그건…… 이 세계의 나는 나다. 그러니까 나는 이카리 신지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나는 이카리 신지로 태어나서, 그 3살 때 환생을 깨달은 게 아니라…… 이세계에서 죽은 나의 영혼이, 그때 이카리 신지의 영혼과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내용물이 완전히 딴사람이 되었다면, 원작의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을 내가 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즉 나는, 본래의 내가 가졌어야 할 천재적인 에반게리온 조종 기술 없이, 앞으로를 헤쳐나가야 한다.

솔직히 절망적이다. 사도의 무서움은 몸소 실감했다. 이번에는 운 좋게 이겼지만, 아마 앞으로도 사도와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방심하면 죽음이 바로 코앞에 기다리고 있다.

아니, 병원 신세가 된 시점에서 이미 크게 원작의 흐름에서 벗어났을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불쌍한 주인공인데, 앞으로 크게 시간 지체된 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무섭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의사가 와서 간단한 검사를 하고, "오후에는 마중 나와서 퇴원할 수 있다"고 말하고 다시 혼자 남겨진 뒤, 나는 병실 바닥에 내려섰다.

"후우……."

그리고, 허리를 깊게 낮추고――

"핫! 핫! 하앗!"

단련을 시작했다. 정권 지르기의.

그래, 정권 지르기가 바로 나의 생명줄이자 새로운 희망이다.

에반게리온에 타서 정권 지르기를 날렸을 때, 나는 깨달았다.

――나의 정권 지르기는, 얼마나 미숙한가, 하고.

내 움직임을 몇십 배나 되는 크기의 에반게리온이 모방함으로써, 그 허점이 드러났다.

인간 사이즈라면 지각할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한, 그야말로 몇십 년이나 걸려야 수정할 수 있는 허점이 무수히 발견됐다.

정권 지르기에 완성은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일 단련해도 실력 향상량이 적었다. 하지만…… 이 허점을 알게 됨으로써.

"핫! 하앗!"

나의 정권 지르기는,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

나에게는 천재적인 조종 기술은 없다. 그 대신에, 이 정권 지르기로 사도와 싸워나간다…… 그 희망이 보였다.

주인공=걷기가 안되서 서있는채로 처맞다가 정권지르기 한방에 샤키엘 죽임

주인공이 생각하는 원작신지=처음부터 능숙하게 에바 조종해서 샤키엘 쓰러트린 초천재적 에바조종술을 지니고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