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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기름 후기.txt

김미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2.10 21:06:03
조회 123 추천 1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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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책을 추천하고 선물해주신 분께 저는 12월 말까지 책을 읽겠노라고 했습니다.


12월 중엔 바쁘게 되어 일만 마무리 되면 읽고 감상을 남기겠다고 했는데요. 죄송하게도 저는 약속을 완전히 어기고 연말은 커녕 연초까지 읽지 못했고, 또 다시 구정으로 다른 연초가 지나가는 가운데 책에 손을 대어  어젯 밤에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 바쁜 일이 여의치 않게도 2월까지 길게 늘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둘째로는 책의 내용이 그 '바쁜 일'과 밀접하게 연결지어져있기도 하고, 셋째로는 그게 정말로 내밀하게도 개인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책의 내용이 저에게 굉장히 아프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게 2달이나 약속을 어긴데 대한 변명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키도 사다리를 1년 넘게 낼름 받아먹고 잡아떼다 '만화 내용에 개인적으로 긁혔기 때문'에 차마 못 읽었다고 말하는건 변명거리도 안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서두를 질질 끄는 이유는


1. 제가 책에서 다루는 신학과 인문학적 지식에 상당히 무식한 관계로 그 쪽으로 감상을 펼 수 없으며

2. 감상문의 내용이 거의 제 개인적인 고백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키워드를 두가지 뽑자면 '도박중독자 주인공'과 '종말론'이 될 것입니다.



저는 책을 받아보던 당시 한창 도박에 열중하고 있었고, 자산이 크게 불어난 계기는 12월 3일의 그것이었습니다. 다들 아는 어떤 일로 그날 하루에 두 배로 오른 자산이 있었으며 그 날 제 순자산은 자릿수가 달라졌습니다. 



이후 2주간 저는 정말 가파르게 돈을 벌었고, 이후 2주 가까이 가파르게 잃었으며, 아파트가 되기엔 모자란 어떤 차 한대가 생겨났다가 사라지고 달라졌던 자리수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잃었다'는 생각으로 잃은 것을 되찾기 위해 금액을 추가로 투입하기 시작했고, 이후엔 패배한 부대가 도주하며 전과가 확대되듯이 가파르게 손실이 누적되었습니다.


구정즈음 되어 제가 완전히 패배했으며 물러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동안 손이 안 가던 '도박중독자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에 그제야 손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박살나면 박살날수록 - 현실을 인정하게 될 수록 - 책이 정말 빨리 읽히더라구요.


마지막에 가서는 홀린듯이 남은 절반을 밤을 새어가며 단숨에 읽었습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점은 나머지 내용을 읽게 될수록, 단순히 주인공만이 제게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소설의 기틀이나 뼈대 그 자체가 제게 밀접하게 다가왔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깨닫건대 저는 어떤 종류의 종말론을 믿고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이 끝나고 주변을 둘러보자 이제 막 사회에 나온 개인이 느끼건대 아마 이런 사회는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며


역병이 있었고 전쟁이 있으니 이제 어떤 신화적인 거품이 생겼다가 터지면서 다 박살날거라는 막연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마침 시기도 딱 100년이면 알맞게 차이나고...



그리고 국가와 사회는 그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고 빠르게 무능함을 드러낼 것이기에 결국 개인이 믿어야 할 길은 돈으로 성을 쌓고 방패를 만들어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몇달 전의 그 해프닝이 보여준 바 우리 나라의 사람들은 특히 그런 종류의 위기에 대처할 능력이 없으며 더더욱 국가와 사회가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에 확신을 더해줬고,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마치 주인공에게 보여지던 종말론의 환상처럼 믿음을 강화해주는 어떤 증거로 보였습니다.



단 하나 예상과 치명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돈으로 성을 쌓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들의 성이 높아지고 두터워지는 것은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길거리에 짓다만 벽돌 몇 장을 들고 그냥 서 있습니다. 그럼 제 믿음이 맞아서 무슨 종말론적 사건이 터진다면 저는 가장 먼저 쓸려나가는 가장 약한 고리중 하나가 될 것이며, 그런 일은 벌어나지 않고 제 호들갑으로 끝난다면 마찬가지로 저는 성 한 채 없이 길거리에서 굴러다니게 되는 것인데,



차라리 그냥 성을 쌓느니 뭐니 깝죽거리지 않았다면 어느 쪽으로든 더욱 결과가 좋았을지 모를 그런 생각도 듭니다.



꼭 종말론을 믿다가 사회에서 이탈해버린 작품 속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스치면서 내가 그 평균 어디쯤에 있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딱히 종말론은 믿지 않았으되 평생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주인공 하며...



평소에도 저는 돈으로는 시간을 사는 것이라 믿기 때문에, 이제 정말 제가 객관적으로 잃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 것이며 얼마나 인생이 뒤로 갔는지 객관적으로 계산해보려고 합니다.


논술강사 김씨의 말대로면 저승에서 이승으로 넘어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당장의 근시안적인 사고로 본다면 고작 몇달의 시간을 뒤로 돌렸다 할 수 있겠지만, 그 시간은 천금같이 귀한 20대의 시간이며, 제가 종말론을 믿어 저의 트렌치에 틀어박힌 채로 농성하던 시간을 제한 것이기도 하고, 당장의 실패는 둘째치더라도 솔직히 저는 아직도 (1929+100)년엔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앞으로도 믿음이 맞거나 틀리거나 시간을 더 잃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톨릭 냉담자로서 일견 동의하거나 의미있는 지점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책의 기기묘묘한 이단적인 신학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줄이겠습니다.


불쾌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식이 부족하여 반듯하게 글로 옮길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작가님께는 좋은 책을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읽는 사람의 껍질을 부수고 내면을 후벼파는 책이야말로 가장 잘 쓰인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책은 저에게 정말 의미있고 뜻깊은 책이 되겠습니다.


거의 주인공과 감정적으로 하나되는 경험을... 그리고 혹시 지금도 그 주인공이 거의 저 본인이 아닌가 싶은 착각을 하게 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다 내려놓은 것처럼 글을 쓰고야 있지만 아직도 제 생각이 어떤 자기합리화의 기제를 타고 굽어 흐르는 것도 느껴집니다.


결말에 가서야 우혁은 어떤 결론을 얻어냈지만 저는 좀 더 곱씹고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이고 나중에 꼭 다시 보고 싶은 책이라 책을 또 따로 샀습니다. 한 5년 뒤에 보면 거기에 느끼는 제 감상이 어떤 리트머스지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P.S. 제목이 뜻하는 바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다만 저는 평소 거기에 어떤 죄의식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느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 괴로워하면 사람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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