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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영화 짧은 감상

민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01 22:44:31
조회 351 추천 13 댓글 29




기본적으로 러닝타임이 짧고, 등장하는 인물은 많은데, 그게 다 주요인물이라서 대충 넘어갈 수 없으니까

인물소개 이외의 나머지 분량을 엄청나게 짜른게 눈에 너무 보임

그러다보니까 인물들이 등장은 했는데 이사람이 누구고 내가 왜 이사람한테 감정이입해야하는지 납득하기가 좀 어려움(나는 퇴마록 원작을 전부 다 봤는데도 어려웠음)

그렇게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을 못하니까

현대 한국 배경에서 판타지 엑소시즘을 하는, 이 유치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움




퇴마록 원작에서 내가 좋아했던점은

박신부나 준후가 멋있는 판타지 기술을 써서 악을 퇴마하는 장면 그자체가아니라


사람의 악의가 만든 재앙이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저항할 수 없는 힘을 통해서

선량한 일반인, 혹은 퇴마사들의 인생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그리고 그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묘사하는데 분량을 엄청 할애한다는 점임

그래서 '제발 뭐라도 좋으니까 이새끼들좀 어떻게 해줘!!!!'라는 마음이 들게 성공했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공력이든 도력이든 판타지 파워를 써서 그 악을 물리치는 장면에서

유치함이 아니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음


단적으로 박신부의 퇴마를 아주 거칠게 요약하면

그냥 성경구절 읽고 십자가 들면 악령이 크아악 하고 물러나는 정도의 묘사에 그치는데

독자들이 그런 묘사에서도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유는


박신부의 인생이 그것때문에 엄청나게 꼬였고

그 힘을 얻는 과정에서 원치 않는 희생을 엄청나게 하고

그 힘을 얻었기 때문에 신앙인으로서 겪는 종교적 딜레마도 아주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절절하게 표현했기 때문임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 부분을 싹다 제거하고 그냥 마지막에 판타지 파워배틀 하는 장면만 남아있기 때문에

준후가 인드라의 벼락을 내려치는 장면, 박신부가 십자가 펀치를 날리는 장면들에

'와 속시원하다!!'이런 감정을 느끼기가 힘들었다고 생각함.


그럼 그 빌드업을 다날리고서라도 보여준 판타지 파워배틀의 묘사 자체의 퀄리티가 좋았냐??하면

그래픽적으로는 좋았으나 연출이 아동애니의 문법을 못 벗어났기 때문에

좀 유치하게 느껴질수밖에 없었음. 






그리고 아케인을 크게 참고한것으로 보이는 아트 스타일도 나는 좀 에러였다고 생각하는게

그래픽의 퀄리티 자체는 굉장히 좋았지만


아케인식으로 인물선이 굵고 감정을 과장하는 아트 스타일 자체가

인물들을 너무나 서양인처럼 보이게 해서

한국배경인 퇴마록이랑 안맞다고 생각함.

등장인물들이 한국 옷을 입고 도력을 쓰지만 전부 서양인이 스킨 입은걸로밖에 안보임(특히 기가채드가 된 박신부)


아케인 스타일은 서양 판타지라는 한정된 문법 안에서는 굉장한 시너지효과를 냈지만

등장인물들이 전부 한국 영화의 전형적인 클리셰대로 말하고, 전형적인 한국 유머를 구사하는 이 상황에서는

오히려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데 마이너스가 됐다고 생각함.

그래서 이 아트 스타일 또한 영화의 세계관에 몰입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반대로 방해가 됐다고 생각함.


그외에도 너무나 아동애니 악역스럽게 말끝마다 계속 쿠케케케 웃는 서교주라던지

마지막에 현암 박신부 준후의 3단에너지파같은 너무나도 아동애니스러운 연출이라던지


이런부분때문에 유치한 세계관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데에(난 '유치한 세계관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XX년 수련한 전문독자임에도) 실패해서

작중에서 벌어지는 서사는 굉장히 진지한 위기이고, 희생자도 많고, 여러 등장인물들의 인생이 꼬인 매우 심각한 사건인데도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준후나 박신부가 눈물흘리는데에 공감이 안됨.






그래서 요약하면

유치한 세계관을 시청자가 진지하게 몰입할 수 없게 만드는 부족한 서사랑 연출, 기술력은 좋지만 세계관과 괴리된 아트 스타일,

짧은 러닝타임때문에 수많은 인물을 쉴틈없이 소개하고,

위기가 발생하자마자 바로 해결되는 구성 때문에


영화가 아니라 88분짜리 매드무비를 본것같은 느낌이었음.

애니메이션 팀의 실력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로서는 더할나위 없는 완성도라고는 생각하지만

그게 하나의 영화처럼 느껴지지는 않음.


애초에 애니 제작사가 하고싶었던거랑 퇴마록이라는 IP랑 안맞는것 같다고까지 느낄정도



개인적으로는 퇴마록은 실사화했을때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는 IP 라고생각하고

제작사는 이왕 K-아케인이 될거면 현판이아니라 중세판타지 IP를 가져왔어야했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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