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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미소녀로 TS당하는 소설(후타주의).txt앱에서 작성

gozau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1.05 14: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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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무 살이 되는 마을 처녀 에일렌의 삶은 비참했다. 되는 일이 없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일곱 살 때에 부모를 잃었고, 열 두 살이 된지 얼마 안 돼서는 그녀를 맡아 기르던 삼촌도 죽었다. 그녀는 수녀원에 맡겨져서 자랐는데, 거기서도 그녀와 함께 방을 쓰던 아이들은 종종 사고를 당하곤 했다.


그녀는 결국 수녀가 되지 못했고, 열 여섯 살이 됐을 때에는 수녀원을 나서 독립해야 했다.


주위에서 다치거나 사고를 당할 사람들이 사라지자 그녀의 불행은 그녀 자신을 덮치기 시작했다. 꽃을 팔려고 산에 들어가면 발을 접질러 산길을 굴러 떨어지고, 벌에 코를 쏘이고,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으려고 하면 고기가 미끼만 빼먹고 도망치지를 않나, 분명히 잘 할 수 있엇던 바느질도 삯바느질을 하기만 하면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옷가지를 온통 피범벅으로 만들어 놓곤 했다.


실패만 하는 인생 열 아홉 해 째, 그래도 곱게 생긴 얼굴 덕에 마을에서 청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그녀였고, 어쩌다 보니 제법 잘 사는 상인 집안에 시집도 가게 됐다. 그걸로 그녀는 자기 불행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녀는 결혼하자마자 시부모를 잃었다. 자신을 많이 아껴 주던 시부모를 떠나보내며 그녀는 많이 울었다. 대체 왜 자기만 이런 꼴을 당해야 하나, 하고 자기 운명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러지 않는 것이 좋았다 아니면 상관없었거나. 시부모의 장례가 끝나자 이번에는 전염병이 돌았다. 마을 사람의 절반이 병에 걸렸고, 거기서 또 절반이 죽었다. 운명은 어찌나 궂은지, 그녀는 이번에는 남편마저 잃었다.


가장이 죽고 그 아들마저 죽게 되자 홀로 남은 에일렌에게 빚쟁이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에일렌이 상속받은 재산을 모조리 털어가려 했다. 그녀는 자신이 지게 된 빚의 액수를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 재판을 신청했다.


과연 빚쟁이들은 그녀에게 사기를 치려 했었음이 드러났고, 그녀가 갚아야 할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1년 내내 수많은 송사를 치른 그녀는 재판비와 변호사비로 전 재산을 날렸다. 그녀에게 남은 건 양 한 마리 뿐이었다. 그녀를 울게 만든 건 변호사의 마지막 한 마디였다.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부인. 그래도 그 양은 암컷이지 않습니까? 새끼를 치게 해서 수를 불릴 수는 있겠지요.”


그녀는 그 말에 울음을 터뜨렸고, 재판정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녀가 가진 건 품에 안은 새끼양 한마리 뿐이었다. 그 양을 끌어안고, 그녀는 계속 울었다. 더는 자기 게 아니게 된 집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집이 없는 마을 안에 머무르지도 못했다. 그녀는 해가 저물자 마자 마을 밖으로 쫓겨났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계속 울었다. 울다 잠들었다.


그녀는 숲 어귀에서 꿈을 꿨다.






황금빛 찬란한 광채가 온통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에일렌은 당황해서 주위에 소리쳤다.


“누구 안 계세요?”


“당황하지 마십시오, 부인. 저는 지금 당신의 꿈 속에 찾아왔습니다.”


황금빛 광채 사이를 뚫고 젊은 청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눈을 멀 정도로 잘생긴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훤칠한 키에 양털처럼 새하얀 머리칼을 하고 있었다. 샛노란 눈동자를 가진 그는, 그리고 온몸에 은빛 갑옷을 두르고 있었고, 그 갑옷에는 성기사단의 문장이 상감으로 새겨져 있었다. 은빛과 금빛의 광채에도 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게 생긴 기사가 말했다.


“마녀의 저주로 제 이름을 밝히지 못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부인. 하지만 당신만이 저를 도울 수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시죠? 저주라뇨?”


“죄송합니다. 그것도 말할 수 없습니다.”


“마녀의 저주 때문에?”


성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지금 저를 잃었습니다. 제가 아닌 다른 모습이 덧씌워진 까닭입니다. 저는 제가 누구인지를 말할 수 없고, 제가 무엇이 됐는지도 말할 수 없습니다. 제가 어디에 있는지도, 어디서 저를 찾을 수 있는지도 말할 수 없습니다. 마녀의 저주는 그다지도 강합니다. 본디 제게 걸린 저주는 부인의 꿈에 들어와 이런 말을 전하는 것도 금지하지만, 저는 제 마지막 힘을 써서 저주의 틈새를 뚫었습니다.”


“마녀의 저주가 그렇게 강한가요? 기사님이 온 힘을 쥐어짜도 이런……. 이런 꿈에 들어오는 요술밖에 못 쓸 정도로?”


기사는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일렌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럼 제가 어떻게 기사님을 도울 수 있단 말인가요?”


그녀는 눈 앞의 기사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기사는 정말로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아름다운 외모를 하고 있었다. 깊은 황금색 눈과 매끈한 콧날, 그리고 완벽하게 균형잡힌 턱선과 크지도 작지도 않은 입까지, 에일렌을 홀리기에 충분한 외모였다. 기사는 그 얼굴에 절박함을 드러내며 대답했다.


“저를 찾아 주십시오. 멀다고도 할 수 없고, 가갑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어디 있는지도 알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부인께서는 저를 분명히 찾아낼 수 있습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것이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밖에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 말에 에일렌이 비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운명? 그걸 믿으시나 본데, 제 운명처럼 저주받은 데에다가는 기대 안 하는 게 좋을 걸요?”


“아닙니다, 부인. 부인은 천상의 고귀한 운명을 타고나셨습니다. 분명히-”


에일렌은 소리를 크게 질렀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요!” 그 소리에 기사는 말을 멈췄다. “천상의 고귀한 운명? 나는 7살 때 부모님을 잃었어요. 12살 때는 고아가 됐고, 수녀원에서도 사고만 쳐서 쫓겨났고, 얼마 전에는 결혼한지 1년만에 과부가 돼서 가진 재산도 모조리 뺏겼고! 그런데…… 어?”


기사를 몰아붙이던 그녀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기사의 눈의 황금빛은 여전했다. 그런데 눈동자가…….


“당신, 눈동자가?”


“눈동자요?”


기사는 자기 눈을 비볐다. 그가 “제 눈동자가 어떻게 됐길래 그러십니까?” 라고 묻자, 에일렌이 대답했다.


“당신 눈동자가…… 꼭 양처럼…….”


그 말에 기사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돌아섰다.


“보지 마십시오!”


그의 뒤통수에 난 새하얀 양털 같은 머리카락은 분명 곧은 결이었다. 아까까지는 분명 그랬다. 그런데 지금 보니 다른 의미로 양털 같았다. 그의 머리카락은 지금은 마치 양털처럼 곱슬거렸다.


“보지 말아 주십시오. 저주는 그걸…… 메에에!”


“기사님?”


“메에에!”






뭔가가 에일렌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아야!”


그녀는 잠에서 깼다.


“메에에!”


잠들기 전까지 끌어안고 있던 양이었다. 아마도 잠들면서 흰둥이, 양이 그녀의 품에서 풀려나서는 옷을 물어뜯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조용히 양을 도로 끌어안았다.


또다시 울음이 쏟아질 것 같았다.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보고 있자니 자기가 가진 게 이 암양 한 마리 말곤 아무 것도 없다는 게 다시 실감이 났다. 그녀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양은 답답하다는 듯 메에 하고 울어대며 발버둥쳤다.


“이제 세상엔 너랑 나만 남았구나.”


“메에에!”


양은 버둥거리면서 에일렌에게서 도망치려 했다. 그녀는 양을 단단하게 끌어안았다. 에일렌이 양의 귓가에 조용히 말했다.


“얌전히 있으렴, 흰둥아. 너까지 이러면 난 정말 울어버릴지도 몰라.”


새하얀 털의 암양은 신기하게도 그녀의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았다. 그녀가 말하자 흰둥이는 바로 딱딱하게 굳었다. 에일렌은 혹시나 양이 죽어버린 건 아닌지 살펴보려고 흰둥이를 품에서 내려놨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양은 다시 활기를 되찾아 폴짝거리며 뛰었다. 에일렌은 양이 도망치려는 줄 알고 벌떡 일어섰다.


“흰둥아!”


“메에에!”


자신을 다시 안으려 하는 에일렌을 보고 흰둥이는 큰 소리로 울었다. 늑대가 몰려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얼른 양을 붙잡아 입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양은 그녀가 그러도록 놔두지 않았다. 양은 에일렌의 손이 다가오려 할 때마다 이빨에서 딱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허공을 물어뜯었다.


“조용히, 흰둥아. 늑대가 올지도 몰라…….”


이미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늑대는 무서웠다. 힘없고 무기도 없는 여자는 늑대에게서 양을 지킬 수 없었다. 그녀는 애원하듯 양에게 말했지만 양은 오히려 그녀를 들이받기라도 할 것처럼 앞발로 땅을 고르기 시작했다.


“착하지, 그러면 안 돼……. 너도 늑대한테 잡아먹히긴 싫잖니?”


흰둥이를 진정시키려고 애쓰고 있으려니 하늘이 조금씩 푸르게 변해 가고 있었다. 그녀는 또다시 막막한 심정이 됐다. 늑대가 나타날 위험이야 조금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늑대에게 잡아먹히지 않는 게 곧 그녀가 배부르고 따뜻하게 살 수 있다는 뜻은 절대 아니었다.


이제 또다시 배고프고 추운 삶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것도 가족을 다 잡아먹고 혼자 살아남은 년이라는 낙인까지 찍힌 채였으니 마을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쌌다.


뭘 해야 되지? 어떻게 해야 되지? 어딜 가면 살아남을 수 있지? 가진 것도 없고 마을에서도 쫓겨난 아무 기술도 알지 못하는 젊은 여자, 그것도 과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었다.


“도시로 가야 하나?”


도시로 간다고 그녀가 할 일이 생기는 건 아니었다. 그쯤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도시에서 식모살이를 하려고 해도 거지 소녀들은 많았고, 그녀보다 어렸다. 옷집? 그녀는 부모에게 제대로 된 바느질을 배우지도 못했고, 그런 탓에 수많은 옷가지를 이미 피투성이로 만들어 놓은 과거가 있었다. 꽃 장사도 말도 안 됐다. 스무 살이나 된 여자가 꽃을 팔다니. 당장 건달들에게 붙잡혀 사창가로 팔려나갈 것이다.


그녀도 양 한마리 말곤 몸뚱이밖에 가진 게 없는 여자가 홀로 도시로 간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메에에.”


그녀가 복잡한 고민에 빠져 있는 동안 흰둥이가 그녀 곁으로 다가와 울어댔다. 그녀는 속으로 자기한테 신경을 안 써 주니 삐졌나 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기 치마를 물고 당기는 흰둥이를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그러면 안 돼요, 흰둥아. 언니가 꼬질꼬질한 차림을 하고 있으면 사창가에도 안 팔릴 거야.”


그녀는 어느새 자기 앞날을 정해 놓고 있었다. 흰둥이가 그녀의 말에 마구 울어댔다.


“메에에! 메에에!”


“조용히 해! 언니 정말 화낸다?”


“메에에…….”


양은 또다시 앞발로 땅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기 양이 다시 머리로 들이받을 준비를 하려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양은 메에 하고 울면서 바닥을 긁어댔다. 그러면서 좌우로 펄쩍펄쩍 뛰었다. 그리고 나서는 자기가 긁어댔던 땅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왜 그러니? 흰둥…… 아…..?”


양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던 에일렌은 깜짝 놀랐다. 양은 꼬불꼬불한 낙서를 써 놓았다. 아니, 낙서처럼 보이지만 그건 글자였다. 보통 사람은 모르는 글자, 신성문자였다. 양의 앞발치에 놓여 있는 신성문자는 분명히 ‘죄악’이라고 적혀 있었다.


“흰둥아, 니가 쓴 거야?”


에일렌이 보기엔 흰둥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양이 어떻게 사람 말을 알아들어? 아니, 애초에 글자를 알 리도 없잖아? 그녀는 실소를 터뜨렸다. 사람 말을 알아듣는 양이라니. 그것도 글자까지 쓸 줄 아는 양이라니.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는데, 아직도 잠이 덜 깬 모양이다.


“메에에!”


흰둥이의 울음소리에 에일렌은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흰둥이가 계속해서 신성문자로 글씨를 쓰고 있는 모습은……. 그녀는 다시 꿈 속 세상으로 돌아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지는 모습은 너무나 생생했고, 분명 현실이었다. 그녀는 눈을 비비고 흰둥이가 쓴 글을 읽었다.


“간음은……. 죄악.”


“메에에!”


흰둥이는 계속해서 글을 썼다. 거기엔 그녀에게도 익숙한 경전 구절이 적혀 있었다. ‘사통하는 여자는 불결하다.’ 그녀는 그 뒤로 이어지는 양의 필사 아닌 필사를 더는 지켜보지 않았다. 그녀는 멍청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설마……?”


흰둥이는 에일렌에게 눈을 맞추고 있었다. 흰둥이는 메에 하고 울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꾸벅이는 건 절대 아니었다. 양은 마치 사람처럼, 목은 가만히 둔 채 머리통을 기울여 에일렌의 말에 대답했다. 이 암양이 자기 꿈에 나왔던 성기사가 분명했다!






성기사는 수많은 동료가 있었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수 년이나 마녀를 추적했고, 결국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녀는 강했다. 성기사는 동료를 모두 잃으며 그 대가로 마녀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성기사가 축복받은 성검을 마녀의 배에 찔러넣었을 때 마녀가 미리 준비해 뒀던 저주가 발동됐다.


성기사의 몸에서 빛이 번쩍이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바로 다음 순간에 이미 거기엔 영광스런 성기사의 모습은 없었다. 기사의 갑옷은 바닥을 굴렀고 그 밑에 받쳐 입고 있던 옷도 헐렁하게 축 늘어졌다.


“메에에!”


“꼴 좋구나, 성기사여! 그대는 영영 양의 거죽을 뒤집어 쓴 채 살아야 할 것이다! 아무도 그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할 것이며, 아무에게도 그대가 누구인지 알리지 못할 것이다! 내 저주의 열쇠를 찾을 때까지!”


마녀는 기세 좋게 그렇게 외치고선 입에서 피를 토하며 자리에 쓰러졌다. 자기 옷더미에서 겨우 벗어난 성기사는 메에, 하고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게 해서 저는 부인의 앞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흰둥이가 적은 글자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에일렌은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흰둥이를 내려다보고 있엇다.


“그치만…… 꿈 속에 나왔던 기사님은 분명 남자였는데? 요? 흰둥이는 암컷인데…….”


에일렌이 말을 흐리자 흰둥이는 빠르게 땅바닥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저는 남자가 맞습니다, 부인. 그저 마녀의 저주가 암양의 거죽을 뒤집어 씌우는 것이었을 뿐입니다.’


흰둥이는 그렇게 글자를 적고 에일렌을 쳐다봤다. 노란 바탕에 쭉 갈라진 눈동자가 사실은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티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흰둥이에게 말했다.


“여자가 된 게……. 아니, 암컷? 암양? 아무튼 그렇게 된 게 불편하진 않으신가요, 기사님?”


‘물론 불편합니다. 하지만 암컷이 된 것 보다는 양이 된 게 몇 배나 더 불편합니다.’’


흰둥이, 기사가 메에 하고 울었다. 한마디 대화를 나누려고 해도 한참이나 복잡한 신성 문자를 써 나가야 했다. 그나마도 바로 어제까지는 이런 대화조차도 할 수 없었다.


“얼른 돌아가고 싶으시겠네요.”


흰둥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닥에 글을 썼다. 흰둥이가 글을 쓰는 동안 에일렌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어떻게 하면 기사님 저주를 풀 수 있…… 나요……?”


흰둥이가 적는 글을 보면서 에일렌은 굳었다. 흰둥이는 바닥에 ‘키스’라고 적었다.






에일렌이 놀라서 소리쳤다.


“키스라니!”


동화 속 왕자님도 아니고 그냥 키스만 한다고 저주가 풀린다니. 그런 걸 떠나서 키스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몸서리쳐지는 일이었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양이잖아?’


물론 간밤에는 양을 끌어안고 잠들긴 했다. 하지만 그건 키스와는 다르다. 양이나 송아지를 끌어안고 잠자리에 드는 게 뭐가 이상하단 말인가? 게다가 그건 흰둥이가 마녀의 저주를 받은 성기사라는 걸 모르고 했던 짓이었다.


양과 키스를 한다니, 그것도 이런……. 그녀는 양, 기사의 모습을 살펴봤다. 길쭉한 주둥이에 길쭉하게 찢어진 눈동자, 그 얼굴은 순하기보다는 멍청해 보였다. 게다가 몸에서는 퀴퀴한 양 누린내가 났다.


어쩌면 그건 함정이 아닐까? 성기사라는 것도, 마녀의 저주라는 것도 모두 거짓말이고, 사실은 흰둥이가 마녀인 게 아닐까? 이게 모두 함정이고, 그래서 이 ‘저주’가 풀리면 자기는 마녀의 하수인이 돼 버리는 게 아닐까?


그녀는 복잡한 마음을 떨쳐내려고 애쓰며 양에게 물었다.


“어째서 키스에요?”


양은 멍청한 얼굴로 에일렌을 쳐다보고 있었다. 에일렌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대체 얼마나 허약한 저주길래, 내 키스로 저주가 풀린다는 거죠? 꿈 속에서는 엄청 세다고 했으면서.”


양은 재빨리 바닥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은 말보다 훨씬 느렸고, 에일렌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어떻게 물어보면 이 양이 진짜 꿈에 나왔던 기사라는 걸 증명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기사는 자신이 모든 힘을 짜내서 저주를 뚫고 꿈에 간섭했다고 말했다. 그 힘을 다시 한 번 보여달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성기사들만이 아는 지식을 물어볼까? 하지만 에일렌은 성기사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그들이 교황의 직속 기사들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마녀는 모르고, 한때 수녀원에서 살았던 처녀와 성기사가 알 만한 거라곤 그저 신성문자로 쓴 경전 구절 하나 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이미 흰둥이의 멋진 필체로 바닥에 쓰여 있었다.


‘사통하는 여자는 불결할지니.’


‘너희는 마녀를 살려두지 말지니라.’


‘이는 너희 주께서 하는 말씀일지니 이를 어긴 자는 돌로 쳐죽일지라.’


그녀는 마음을 정했다. 이런 의심이 피어나는 것도 다 양과, 이 ‘양의 모습을 한’ 기사와 키스하기 싫다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성기사는 분명히 자신을 증명했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흰둥이가 써 놓은 글들을 읽어 나갔다.


‘부인은 꿈에서 스스로 겪으신 불행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그 뒤로는 복잡한 설명이 이어져 있었다.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설명들이었지만, 뒤에 적힌 결론은 결국 ‘그 모든 불행을 불러온 건 부인께서 강한 마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였다.


말하자면, 마녀의 저주는 강력하지만 에일렌의 마력은 더 강력하고, 그 마력을 저주 위로 들이부으면 저주는 깨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설명은 에일렌에게는 부족했다. 그녀는 물었다.


“그러니까, 왜 키스냐구요?”


흰둥이는 아직 그녀의 말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흰둥이가 마치 인간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는 걸 보며 에일렌이 다시 말했다.


“왜 그 마력을 들이붓는 방법이 키스여야 하는 건데요?”


‘죄송합니다, 부인. 하지만’










흰둥이는, 기사는 거기까지 적어 놓고 앞발을 멈췄다. 그는 할 말을 고르느라 고민하고 있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그녀의 피, 그 중에서도 처녀혈이 가장 효과가 좋고, 그 다음으로는 음액(淫液)이며 타액은 어쩔 수 없이 쓰는 거라고 말해야 할까?


그랬다가는 에일렌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상상하기도 싫었다. 기껏 겨우 얻어낸 기회였다. 그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 기회를 잡고 싶었고, 그래서 거짓말을 했다. 에일렌이 “기사님?” 하고 자신을 재촉하자, 그는 설명을 시작했다.


‘하지만 부인께서는 마법을 쓰지 못하시니, 마력만을 얻어 제가 저주를 풀도록 하겠습니다.’


신의 성기사로서 차마 완전한 거짓말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하는 말이 모든 사실인 건 아니었다.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계속 글을 썼다.


‘마력은 생명의 힘입니다. 생명은 몸 안에 깃듭니다. 몸과 몸을 통하게 하면 제가 부인의 마력을 얻어 저주를 풀 수 있습니다.’


아마도 에일렌은 자신이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아들었을 것이다. 그녀의 어깨가 굳는 게 양의 눈으로도 잘 보였다.


“하지만 짐승과 정을 통하는 자는……..”


‘맞습니다. 하지만 이건 정을 통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저주를 푸는 것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부인, 저는 저주로 짐승 거죽을 뒤집어 쓰긴 했지만, 분명 사람입니다.’


“그래요. 맞아요. 그렇죠. 미안해요. 하지만 키스라니…….”


에일렌은 선뜻 응하려고 하지 않았다. 기사가 한 번 진의를 흘린 마당이었다. 자기 생각보다 훨씬 더, 저주를 푸는 법은 꺼림직한 것이었다.


“기사님이 사람이고 원래는 남자라는 것도 믿을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이게 간음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잖아요?”


‘아니게 되도록 하겠습니다.’


에일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사를 쳐다봤다. 기사는 글을 마저 썼다.


‘제가 사람으로 돌아간다면, 부인의 키스가 간음이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에일렌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 그거, 혹시 청혼인가요?”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양이 되는 저주에 걸린 걸 처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주인이라고는 해도, 자기 양이 양심의 가책을 받는 표정이 어떤 건지 에일렌이 알 수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는 성기사고, 귀족이다. 당연히 출세는 보장돼 있다. 귀족가 여인과의 결혼도, 아직 혼담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거의 확실했다. 그런데 대체 왜 그가 에일렌과 결혼한단 말인가? 일단 저주가 풀리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사람으로 돌아가는 게 그에겐 무엇보다 중요했다. 에일렌, 흰둥이의 주인과의 약속은 그렇지 않았다.


기사는 불안한 마음으로 에일렌의 대답을 기다렸다. 상식적으로 제 정신을 가진 과부라면, 그것도 가진 게 양 한 마리 뿐인 과부라면 들어줄 리 없는 부탁이었다. 그 하나 뿐인 재산이 사람이 돼서 사라진다는데, 원래대로 돌아가면 결혼해 주겠다는 거짓 약속이라도 해야만 했다.


그는 처음으로 양이 된 사실에 감사했다. 불안한 마음과 간절한 표정을 양의 몸과 얼굴로 표현하기는 어려웠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건 그 혼자만이었다. 에일렌이 말했다.


“불안해 하지 마세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기사는 놀랐고, 에일렌은 놀라는 게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입을 뻐끔거리는, 양의 거죽을 뒤집어 쓴 기사에게 말했다.


“이리 가까이 오세요, 기사님.”


기사는 다시 한 번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처녀와 양, 오히려 머뭇거리는 쪽은 양과 키스해야 하는 처녀가 아니라 사람이 되고 싶은 양이었다. 에일렌은 무릎 꿇고 앉은 채로 눈을 감았다. 기사는 머뭇거리며 에일렌에게 다가갔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처녀와 암양의 입술이 서로 닿았다.






에일렌이 가진 막대한 마력이 기사에게로 흘러들었다. 그 마력은 불안정했다.


그녀는 이제껏 모든 불행을 불러오는 존재였고, 그건 모두 그녀가 가진 방대한 마력 탓이었다. 그 마력이 기사의 저주의 틈으로 파고들었다. 저주와 한 몸이 돼 있던 기사는 그 마력의 흐름을 느끼고 당황했다.


그가 조정할 수 있을 만한 마력이 아니었다. 거기 섞인 불행은 말 그대로, 기사를 더욱 불행하게 만들었다.


에일렌의 마력이 저주로 흘러들기만 한 건 아니었다. 저주 역시 에일렌의 마력을 타고 그녀에게 흘러들어갔다. 기사는 당황하며 저주가 더 퍼지지 못하게, 익숙하지 않은 마력을 억지로 틀어잡았다.


마력이 새어들어와 저주가 더 강한 힘을 발했다. 기사의 몸에 바싹 달라붙어서 모습을 숨기고 있던 저주가 마력을 받아 그 구조를 드러냈다. 기사는 자신에게 흘러들어오는 마력을 제어하며, 또 저주가 에일렌에게 흘러들지 않도록 제어하며, 그러면서 저주의 얼개를 파악하려 애썼다.


기사는 인간이고, 남자였다. 저주는 양이고, 암컷이었다. 에일렌은 인간이고, 여자였다. 저주가 사라지면 기사와 에일렌만이 남는다. 그는 저주가 에일렌에게 파고들지 못하도록 단단히 붙잡고, 자기가 움직일 수 있는 마력을 저주에 들이부었다. 그의 마음 속으로 저주가 이룬 문자들이 서서히 무너지는 게 보였다.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저주는 기사와 한 몸이 돼 있었다. 그는 저주와 함께 자신이 분해되는 걸 느꼈다. 그리고 에일렌도.


분명 저주는 흩어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저주를 풀어야 하는 자신이 흩어진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게다가 에일렌까지…….


순간적으로 에일렌이 사라져 버린다면 차라리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러면 약속을 지킬 필요도 없고, 거짓 맹세를 했다는 가책도 느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성기사였다. 아무리 거짓 맹세를 했다지만, 자신을 도우려 했다는 이유로 그녀가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구하자. 그리고 원래대로 돌아가서, 잘 타이르면 될 거야.’


그는 이를 악물고 마녀의 저주가 흩어지지 않게 묶어 두면서 그걸 필사적으로 해독했다. 효과가 있었다. 그는 저주의 가장 비밀스럽게 감춰진 부분을 발견했다. 그건 그 자신과 저주의 결합이 약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그리고 에일렌이 조각나지 않게 애쓰며 저주를 깨뜨리는 데 성공했다. 아침나절의 숲 어귀에서 빛이 번쩍였다.






“서, 성공인가?”


기사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자기 앞발을- 아니, 손을 내려다봤다. 거기엔 분명 사람의 손이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성공이다!”


그는 기뻐하며 펄쩍 뛰었다. 아니, 뛰려고 했다. 그는 제대로 뛰기는 커녕 서 있지도 못하고 엉덩이를 땅바닥에 찧었다. 그는 당황해서 발을 내려다 봤다. 그의 입에서 전혀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양 발굽?”


그는 자기 손과 발을 번갈아 쳐다봤다. 두 손은 분명 사람의 것으로 돌아왔는데, 두 발은 양의 것 그대로였다.


두 갈래로 갈라진 양 발굽에, 뒤로 꺾인 발목, 그리고 거기엔 새하얀 양털이 돋아 있었다.


뭔가 잘못됐다.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저주는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그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만졌다. 작지만 단단한 양의 뿔이 거기에 있었다. 게다가 그는 자기 머리카락이 마치 양털처럼 곱슬거린다는 걸 알고 비명을 질렀다.


“꺅!”


이상한 건 발이나 뿔 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목에서는 여자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다리 사이에 손을 가져갔다. 눈에는 풍만한 젖가슴이 보였고, 손에는 꼬불꼬불한 털 말고는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그는 제대로 사람으로 돌아오지도 못했고, 남자로 돌아오지도 못했다.


“마, 말도 안 돼! 저주는 분명히 풀렸는데……!”


“기사님……? 분명 남자라고…… 하시지……?”


에일렌이 기사를 보고 놀란 눈으로 물었다. 하지만 기사는 거기에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부인!”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투로 새하얀 머리칼의 여인이 말했다. 목소리도 에일렌이 꿈에서 들었던 것과 전혀 다른 높다란 여자 목소리였다. 게다가 그녀, 기사처럼 말하는 그 여인은 양 같은 발을 하고, 양 같은 뿔이 돋아 있었다. 자기 다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녀는 엉덩이에는 꼬리까지 달려 있었다.


기사가 자기 몸에 남아있는 저주의 파편들을 살펴보는 동안 에일렌도 자기 몸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벌거벗은 새하얀 여인의 나신에 에일렌은 흥분했다. 그녀는 자신이 왜 그러는지도 몰랐다. 다만 그녀는 이제는 죽고 없어진 남편과 보냈던, 1년 전의 첫날밤의 기분이 되살아나는 걸 느꼈다.


에일렌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녀는 여인, 기사인 것 같은 그 여인을 계속 쳐다보는 건 실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 한 구석에서는 여자끼리인데 뭐 어떠냐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에일렌은 진한 숨결을 내뱉었다. 자기 몸의 이상에 당황하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아랫도리에 피가 몰리는 게 느껴졌다. 에일렌은 어째서 기사가 여자가 됐는지를 알 것 같았다. 그녀는 기사를 불렀다.


“기사님?”


“잠시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기사가 외쳤다. 에일렌은 그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주저앉은 채 자기 몸을 살피는 기사에게 삐죽하게 솟아오른 치맛자락을 들이댔다. 거기서 풍겨오는 강렬한 사내의 냄새에 기사는 아랫도리가 축축하게 젖어오는 걸 느꼈다.






저주는 기사의 몸에서부터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여전히 양은 있어야 했고, 암컷은 여전히 있어야 했다.


에일렌의 마력에 쪼개진 저주는 기사와 에일렌 역시도 찢어놓았다. 그걸 얼기설기 붙인 게 기사의 마력이었다.


에일렌의 마력과 기사의 마력이 뒤섞였고, 그 과정에서 저주의 파편도 뒤섞였다. 인간 남자와 암컷 양과 인간 여자는, 쪼개지고 뒤섞인 끝에 가장 불행한 형태로 합쳐졌다. 성기사는 암컷이며 인간인 양으로, 에일렌은 남자이며 여자인 인간으로.


“하아, 하읏……. 그건 말도 안 됩니다, 부인.”


“하지만 이게 현실이잖아요?”


에일렌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기사의 가슴에 혀를 가져갔다.


“하앙! 그만, 그만 하십시오!”


기사는 비명을 질렀다. 아니, 비명이라기보다는 교성에 가까웠다. 에일렌은 그를, 아니, 그녀를 가만 놔둘 생각이 없었다. 기사가 발버둥칠때마다, 그녀와 연결된 에일렌의 남근이 그녀의 속을 헤집었다.


“착하지, 흰둥아. 가만히…….”


“부, 부인! 하앙! 하앙!”


그녀는, 흰둥이는 곧 얌전해졌다. 자신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는 흰둥이에게 에일렌은 조용히 삭였다.


“부인이 아니에요, 흰둥아. 남편을 그렇게 부르면 안 되지.”


길게 이어졌던 정사가 다시 시작됐다. 에일렌의 남근이 흰둥이의 속을 헤집어 놓기 시작하자 그녀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교성을 질러댔다. 흰둥이는, 자기 이름이 정말로 흰둥이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곧 에일렌에게 박히고 싶다는, 암컷의 본능에 온통 뒤덮이고 말았다.


숲 안에 에일렌의 거친 숨소리가 퍼졌다. 거기에 흰둥이의 교성이 덮였다.


그들은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저주의 파편은 가장 불행한 형태로 그들을 변화시켰다.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그 저주에 얽힌 자들이 가장 불행해지는 일일 것이다.


흰둥이는 불행해질 것이다. 그 불쌍한 암컷은 짐승처럼 에일렌의 남근을 원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암컷이 된 그녀는 교단에서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할 것이며, 집안의 수치가 될 것이다. 더 불행한 일은, 그녀는 그게 불행한지도 모르리라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자궁에 에일렌의 정액을 가득 채우고 그 정액으로 새끼를 치는 것만을 위해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에일렌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불행하지 않았다.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그녀의 막대한 마력은 저주와 함께 사라졌다. 그녀는 이제 흰둥이의 주인이고, 남편이었다. 그녀의 불행하고 비참했던 삶은 이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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