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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소설회랑에 4년전에 썼던 라한대 보는데

트루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1.08 02:40:42
조회 56 추천 0 댓글 2

“미친 거 아냐? 트윈테일? 나이 처먹고 트윈테일이 말이 돼? 쳐돌으셨어요? 끼부리는 것도 정도가 있고 사람이 기본적인 상도덕은 있어야지. 내가 1권부터 트윈테일을 했어요. 근데 이제 와서 표지에 트윈테일? 장난해?”


힘껏 발버둥쳐보지만 그럴수록 케이블 타이는 조여들 뿐 풀릴 기색이 없다.


“소꿉친구면 소꿉친구답게 도시락이나 쌀 것이지 어디 근본 없이 여동생 구역을 넘봐! 그런다고 오라버니가 눈길이나 줄 것 같아?”


짝!


“꺄아!”


작은 손. 


하지만 눈앞에 불이 번쩍거릴 정도로 맵다. 화끈거리는 고통이 뺨을 타고 번져나가지만 손이 묶인채로는 뺨을 문지르는 것도 불가능하다.


“내가 잘못했어. 나라고 좋아서 이런 머리를 한 게 아니니까...”


“아직도 변명질이야? 이년 인성 좀 봐. 사람 찔러놓고도 사과할 년이네.”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얼굴. 그녀는 이내 결심한 얼굴로 내가 묶여있는 침대 밑에 손을 집어넣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날이 시퍼렇게 서있는 도끼. 


도끼를 든 눈이 광기에 희번덕거린다.


 “어머, 미안해요 언니. 제가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솔직히 지난 인기투표에서 언니가 저 제쳤을 때 존나 짜증났거든요. 근데...”


 탕!


굉음. 총성이다. 총알이 창문을 깨고 안으로 날아들었고, 다음 순간 누군가가 유리창을 박살내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움직이지마.”


전학생. 


한손으로 총을 그녀에게로 겨누고는 반대쪽 손에 든 군용 단검으로 능숙하게 케이블 타이를 잘라낸다.


“다치게 할 생각은 없다. 어디까지나 대화로...”


“대화같은 소리하네!”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여동생에게 침착하게 전학생이 대응사격을 한다. 하지만 정확한 사격이 오히려 궤도를 읽기 좋았던 것일까. 심장 부근에서 도끼날에 막힌 총알이 불꽃을 튀겨낸다.


“미친년 심장 노리는 거봐, 어이털리네. 뒈져 쌍1년아!”


“눈!”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섬광이 눈을 비집고 들어온다. 내 손을 잡아채는 무언가. 나는 그 손을 잡고 흐려진 시야로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내 눈! 내 눈! 씨발 굴러들어온 돌 같은 년! 다음에 만나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지옥에서 울려퍼지는 악귀와도 같은 여동생의 비명소리를 뒤로 하고 한참을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고 생각했을 때. 전학생은 달리던 것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괜찮아?”


“난 괜찮은데 도대체 무슨 일이...”


“여전히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네.”


“무슨 일이야?”


“완결.”


“뭐?”


“우리 소설도 드디어 다음 권이 완결이야. 그래서 히로인 후보들이 미쳐서 날뛰고 있는 거야. 필요하면 상대방을 제거해서라도 자신이 히로인이 되고 싶은 거지.”


“그게 도대체 무슨...”

 

전학생이 한숨을 내쉰다.


“이럴 때 보면 둔감 속성은 좋겠어. 부러울 정도야.”


“그러면 너도...”


"나는... 우정으로 남는 캐릭터니까.”


그녀가 내 손을 잡는다. 


“전학생 같이 중도에 합류한 캐릭터가 잘 될 리가 없잖아. 거기다 나를 봐. 러시아 혼혈에 개연성을 부여한다고 스파이라는 기믹 까지 붙어버렸어. 이런 여자를 좋아해줄 남자가...”


전학생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그런데 왜.


“...왜 날 구해준거야?”


“나는 불가능하지만... 나는 너야 말로 히로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어째서...”


“그 녀석과 어린 시절의 추억...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졌으니까... 다른 년들이랑 비교할 수 없이 값진...”


“개소리 하는 군요.”


탕! 


반사적으로 전학생이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날아가던 총알은 그녀의 앞에 투명한 벽에 가로막히기라도 한 듯 공중에서 멈춰서 떨어진다. 


“패배한 개같은 년들은 그냥 입 닥치고 있어줬으면 고맙겠는데. 어째서 자기의 분수를 모르고 남을 귀찮게 하는 걸까요?”


나같은 것도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힘. 세계의 의지가 느껴지는 억제력.


오직 한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1권 표지...”


전학생이 씹듯이 내뱉으며 연달아 방아쇠를 당긴다. 소용없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다. 


부조리함.


시작부터 히로인이 정해져있다니.


“그런 거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재수없는 년.”


쾅!


충돌의 굉음과 함께 1권 표지를 가로 막던 벽이 사라지고 총알이 그녀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다. 

벽과 충돌한 도끼가 공중을 회전하더니 이내 원 주인의 손으로 돌아갔다.


“...여동생.”


“한 년이 도망가나 싶더니 쌍1년들이 여기 다 모여 있네. 꺄아~ 찾을 필요도 없고 잘됐어~.”


“흥. 입에 걸레를 물었나. 어떻게 그이같이 완벽한 사람 동생으로 너같은 년이 나온거죠?”


“입 닥쳐.”


“그리고 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여동생? 조선 라이트 노벨에서 여동생 히로인이 가당키나 한줄 알아요?!”


“그게 대가리 핑크색인 년이 할 소리냐!”


악귀수라의 형상으로 여동생이 달려든다. 나를 보호하는 자세로 그 모습을 전학생이 지켜보지만. 그 눈 또한 결의에 가득 차있다. 


이내 그녀 또한 두 사람에게로 달려든다..


“재수 없는 금수저년! 1권 표지면 다야? 나도 표지에는 세 번이나 나왔어 이년아!”


“천박한 년! 머릿속에 든건 숫자 밖에 없는가보죠!”


“나도... 나도 초반부터 나왔으면 히로인이 될 수 있었는데!”


“꿈도 야무지네 미친년!”


이건...


잘못됐어...


막아야 해...


“그만해요.”


...


“모두 그만해요!”


정적. 손을 멈추고 모두가 이쪽을 바라본다.

 

“이건 잘못됐어요! 히로인은 이렇게 정하는게 아니라 그의 마음에 있는 사람이 되는게 옳은 일이에요!”


침묵.


침묵을 깨고 나온 것은 의외로 여동생이었다.


“맞는 말이야. 근데 그거알아?”


“...뭘요?”


“뒤진 년이랑 하면 시간(屍姦)이라 출판을 못해서 히로인 탈락이야 쌍1년아!”


세상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보인다.


의기양양한 표정의 여동생.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1권 표지. 손을 뻗으며 달려드는 전학생.


그리고 나를 향해 날아드는 도끼.


콰앙!


“해치웠나?”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공중에서 도끼를 잡은 손.


“오라버니!”


“이게 뭐하는 짓이야!”


“하지만 저년이 끼를 부렸단 말이에요!”


“히로인...”


“뭐?”


“모두 히로인이 되고 싶어서 여기 있는 거야.”


이야기에는 결말이 필요하다.


그리고 결말을 이끌어내는 것은 철부지 여동생도 아니고 믿음직한 전학생도 아니고 1권부터 주인공이 짝사랑해온 표지녀의 일도 아니다. 


그건 오직 부족한 존재감으로도 항상 곁에 있어왔던 소꿉친구의 일이다. 


“이 자리에서 니가 직접 정해줬으면 좋겠어. 히로인을.”


“뭐...”


난처하게 붉게 달아오른 얼굴. 


그동안 얼마나 오랜 연재 기간 동안 저 얼굴에 마음을 뺐겨 왔던가. 이대로 아무 것도 결정나지 않고 계속 되었으면 했던 적도 있었지만. 


좋은 것에는 항상 끝이 있는 법이니까.


“힘든 줄은 알지만. 여기서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더 힘들어 질 거라고 생각해.”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을 본 그가 머리를 긁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부끄러우니까 두 번은 말 못할 거야. 한 번 뿐이니까 잘 들어야해.”


“네, 오라버니.”


“응.”


“알았다.”


“...그래.”


머뭇거리지만 이내 결심을 굳힌 듯. 그기 비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 보추가 좋아. 아무래도... 남자가 아니면 안될거 같아.”


“뭐?”


“왜! 어째서!”


"나... 나는 전쟁터에서 오래 생활해서 충분히 남자답다!"


“그냥... 보추는 너희들이랑 달라...”


“똥꾸멍은 저도 있어요, 오빠!”


“그 정도가 아니야! 걔는... 특별해... 하여튼 난 말했으니까 간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 새끼한테 가는 거에요? 오빠 아니죠?!”


“야이 똥꼬충 새끼야!”


길길이 날뛰는 두사람을 두고 전학생이 다가왔다. 


“아쉬워?”


“너는?”


“말했잖아. 나는 우정으로 남는 캐릭터니까. 기대를 아예 안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차라리 이게 후련해.”


“나도 소꿉친구니까. 추억으로 충분해...”


전학생이 내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어째서.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언제부터인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고 있었다.


“이렇게 됐는데 맥주나 한 잔 할까?”


“아 미친. 여긴 또 여자들끼리 왜 이래. 누가보면 라노벨이 아니라 LGBT 갤러리인줄 알겠네.”


“그러게나 말이지. 야. 너 나랑 안 갈래?”


“금수저년이 왜 또. 가긴 어딜가.”


“보추 새끼한테 지고 잠이 올 거 같아? 물리치료하러 가지 않을래?”


그 말에 여동생은 미소를 지으며 도끼를 들어올렸다. 


“이 언니 나랑 마음이 좀 맞는데?”


“가자!”


“네! 언니!”


여동생은 대지를 박차고 지붕울 밟고 뛰어올랐고 1권 표지는 천천히 몸이 떠오르더니 호버링하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 그거 유혹하는 거야?”


“아까도 말했지만 난 스파이라 초기 설정에 양성애자도 있었거든.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는 정도지만... 너만 괜찮으면.”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적은 한번도 없는데...”


“그럼 괜찮아.”


“하지만 오늘 만이라면...”


조심스럽게 말하는 내 손을 그녀가 잡더니. 다시금 힘차게 나를 이끌며 달리기 시작했다. 


이런 것도. 나쁘지 않을 지도.




뭔가 추억의 한페이지를 들춰보는거 같아서 병신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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