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아카데미물 프롤봐줘 2트

시모모(컴)(211.109) 2022.01.15 10:50:45
조회 21 추천 0 댓글 0

 성 아퀴나스 종합학원 어딘가에 숨겨진 지하실. 교사들조차 제대로 존재를 모르는 탓에 평소라면 쥐새끼 하나 없어야 할 이곳이 오늘따라 한 무리의 학생들로 북적였다.

 

 “, 신입생들 목 풀고! 잘 따라 해. 알겠지? 아이아이 가나글 파탄!”

 “아이아이 가나글 파탄!”

 “악신님! 얼마의 피를 원하시나이까!”

 “악신님! 얼마의 피를 원하시나이까!”

 “좋아, 그렇게만 해.”

 

 하나같이 검은색의 로브와 고깔 복면을 뒤집어쓰고 영문모를 주문을 연습하는 학생들.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나는 얼굴에 쓰고 있던 복면을 내팽개치며 소리쳤다.

 

 “대체 뭐가 좋다는 거냐!”

 “왜 그래 신입? 견학하고 싶다는 거 아니었어?”

 

 내가 소리치자, 한창 신입생들에게 주문을 가르치는 데에 열을 올리던 여학생 중 하나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래, 내가 견학하고 싶다고 하긴 했지!’

 

 당연한 일이었다. 대륙 최고 수준이라는 미션 스쿨에 떡하니 사교도 연구회라는 동아리가 있었으니까! 이름부터 이 꼴인 동아리에 대체 뭘 기대하고 왔냐 싶겠지만은...적어도, 적어도 이런 걸 기대하고 온 건 아니었다.

 

 그래, 예를 들면.

 

 “저건 뭐냐.”

 

 나는 분노로 벌벌 떨리는 손을 치켜들어 지하실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쓸데없이 큰 석상을 가리켰다.

 

 “악신님의 존안을 묘사한 석상이야. 선배님들의 말에 따르면 대륙 끝에 있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물건으로서, 처음 어부들이 건져 올렸을 때는 분명 아주 오랜 시간 소금물 속에서 방치되었을 텐데 조금의 흠집도 없었다고 해. 저 디테일이며 질감, 보고만 있어도 과거 악신이 어땠는지 상상이 될 정도지?”

 “아니다.”

 “?”

 “아니란 말이다!”

 

 그래, 저건 사실이 아니다. 저 쓸데없이 해산물을 닮은 외관은 뭐고, 여섯 개의 눈은 뭐란 말이냐? 턱에 달린 촉수는 수염이라고 주장할 셈인가?

 

 과거 내가 아직 현역이던 시절엔, 나를 적대하는 신들조차 내 미모에 홀려 동료를 배신하는 일이 심심찮게 나오곤 했다. 그런데 뭐라? 촉수 괴물? 나는 한 번도 저렇게 생겼던 적이 없단 말이다.

 

 “저기 걸려있는 내장들은 또 뭐고?”

 “돼지 내장이지, 몰라서 물어?”

 “그걸 왜 알아야 되는건데...!”

 “의식에 제물이 필요한 건 상식이잖아.”

 “그런 상식은 없다!”

 

 세상 어떤 존재가 돼지 내장 따위를 받고 기뻐한단 말인가? 바보가 아니라면, 아니 바보도 알 수 있는 사실이거늘.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 세계의 상식이 바뀌기라도 했단 말이냐.

 

 하지만, 무엇보다 내 화를 돋우는 것은 석상도 돼지 내장도 심지어는 의미조차 모를 멍청한 주문도 아니었다.

 

 마치 성물이라도 다루는 양, 제단처럼 꾸며진 테이블 위에 곱게 장식되어 올려져 있는 작은 도자기. 나는 약간의 수치심을 느끼며 도자기를 가리켰다.

 

 “저 도자기. 저것도 악신이 기뻐할 물건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 저거?”

 

 여학생은 마치 질문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가슴을 펴며 설명을 시작했다.


 “저건 피의 성배야. 산제물을 바칠 때 피와 목을 담아내 악신님의 목을 축이는 용도...”

 “아니야, 씨팔 아니라고! 저건 피의 성배 같은 게 아니라 내가 쓰던 변기란 말이다!”

 

 이 내가 어째서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는지. 이럴 줄 알았다면 인류 같은 건 어떻게 해서든 멸망시키는 편이 좋았을 것을.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치 없는 여학생은 짜증을 내며 물었다.

 

 “대체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신입생? 니가 뭔데 토를 달아?”

 

 내가 뭐냐고?

 

 “그래, 정 궁금하다면 말해주마.”

 

 한때 모든 신을 멸하고 세상을 무로 돌리려 했던 악신의 무리가 있었다.

 

 신과 악신으로 세상을 양분해 일만 년간 이어진 전쟁 끝에 신들은 악신들의 계획을 저지하는 데에 성공했으나, 강대한 힘을 가진 그들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유독 지혜로웠던 한 신이 내놓은 비책에 따라 그들을 봉인하기로 했다.

 

 그 힘을 잘게 쪼개어 자신들의 피조물인 인류의 혼에 봉인하고, 그 인류에게 순환의 운명을 부여해 모든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은 그들이 다시는 깨어나지 않도록. 설령 깨어난다고 하더라도, 수없이 많은 윤회 안에서 그들의 악의만이라도 중화되도록.

주술은 성공적으로 작동하여 악신들은 의식을 잃고 인류에 녹아들었고 그렇게 역사에서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중 하나가 자의식을 되찾고 인간의 몸으로 깨어나기까진 말이다.

 

 그것도 하필, 그 무엇보다 악랄하고 강했던 존재. 마지막까지 남아 단신으로 신의 군세를 괴멸시키기 직전까지 갔던 지배의 악신이.

 

 “그게 바로 나다. 이제 알겠냐?”

 

 설명을 끝마친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드디어 제 주인을 알아봤는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녀석들의 눈빛에선 나를 향한 경외심이 절절히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 솔직히 방향성이 많이 엇나가긴 했지만, 뭐 어떤가? 잘못이야 고치면 될 뿐이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내 존재를 잊지 않고 숭배를 이어왔다는 사실은 치하해야 마땅한 일인 것을. 방금까지 열을 내던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나는 아직도 얼이 빠진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녀석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다.

 

 “조금 방향이 엇나가긴 했지만, 너희들의 믿음은 잘 느꼈다. 그러니 특별히 나의 사제로써...”

 “좋아! 신입생들 지금부터 첫 미션이다. 이 새끼 끌어내.”

 “!”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주위의 유혹에 쉽게 마음이 흔들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0/21 - -
924862 근데 일본인들이 애플 외에 외산폰 안 쓸수밖에 없더라 [2] 재일교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57 0
924861 ㄴ나랑 무'슨상'관이죠? 방울칭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8 0
924860 부랄아픈 판붕이들 보셈 [4] 네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31 0
924859 책에 낙서를 어케안함;;; 움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9 0
924858 크로니가 구글 픽셀폰 쓴다던데 [1] 김해비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51 0
924856 ㅋㅋ 차단해서 안보이는데 아래글 윗글 제목으로는 보이거든? [5] gozau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50 0
924855 갤럭시 통화녹음 말고는 쓸모 없잖아 [9] 롤케잌은맛있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51 0
924854 미친 나 방금 코로나시국 첫기침해버림 네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15 0
924853 판갤 재일교4도 훈모인거 검거 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21 0
924852 어반판타지 조직의 보스(미소녀)가 고등학교에 김해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23 0
924851 가터 던파룩 궁금ㅎ9짐 [2] 니뒤이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33 0
924850 이건 그냥 발도 짤임 [1] 재미교쓰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24 0
924849 아니 삼성 일본명 삼슨임? [6] 빵케이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47 0
924848 학대녀 묘사는 이런게 좋음 ide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16 0
924847 디포시 이녀석 아직까지 사구 만화를 보지않았어 밀크커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17 0
924846 오늘도 하나 할때까지 바이 [5] 엘프사이[믿어서행복해질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16 0
924845 이재명 선대위 주적은간부 입갤ㅋㅋ [1] 뉴구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23 0
924844 소니 폰 이거 한정으로는 명기라니깐 ㄹㅇ ㅇㅇ(211.117) 22.01.14 27 0
924843 아까 재일교4:훈모 인증 못하냐니까, 훈모 댓글로 이거 씀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20 1
924842 누구븽 씨발년아 대답하라고 [23] 가터검은색스타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63 0
924841 일본의 폰 사정 팩트 [13] 재일교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147 0
924840 재일교4 일본거주민이라면서 왜 메모인증하나 못해??????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9 0
924839 롤 시발겜 오늘도 연패하면 삭제함; [5] 움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25 0
924838 그냥 폰은 전세계적으로 아이폰 아님? [2] 롤케잌은맛있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69 0
924837 날 싸만코맨이라불러다오 [3] 밤나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18 0
924835 피멍들게 맞는거 묘하게 흥분되고 신날수밖에없는거맞지 [5] 네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38 0
924833 일본 폰 쓰면 좋음 ㅇㅇㅇㅇㅇㅇㅇㅇ [5] ㅇㅇ(211.117) 22.01.14 33 0
924832 아득바득 절대 메모인증 못하노 재일교4:훈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15 0
924831 좀 부끄러운 질문인데 [10] 이성적사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44 0
924830 아파트 붕괴 사망추정 떴네 김해비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37 0
924828 훈련소까지앞으로Dday30 [3] 유명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59 0
924827 그 흔한 일본 편의점도 못나가냐???? 나가서 인증하라고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10 0
924826 ㄴ 치킨 먹다가 치킨이 되어버림 ㅇㅇ(211.117) 22.01.14 9 0
924823 내일 즈음이면 집의 와인을 다 마시겠지 방울칭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44 0
924822 오배권 [2] 김해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21 0
924821 아니 그런거 말고 밖에 나가서 간판이랑 메모 인증하라고 [1]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32 5
924818 나 훈모임 [6] 최고덕성백소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45 0
924817 일본에서 뭐 부치는거 생각보다 돈 만이듬; [3] 재일교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49 0
924816 빨리 수영복 히나 이벤트 안하냐 [4] 움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20 0
924815 붕괴 구조자 사망 추정이라는데 반가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24 0
924814 훈모닉 다 기어나온다니까? 인증소리만 나오면 ㅋㅋㅋㅋㅋ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10 0
924813 이거 13만명이나 청원한게 개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인터네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44 0
924812 김쓰 발작하는거 오랜만에보네 wwww [2] 웨일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32 1
924811 ㄴts후 미소녀랑 매일 보빔 엘프사이[믿어서행복해질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12 1
924810 판갤에는 갤창랭킹1위하는 일본거주자지만 인증못하는 KIM쓰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16 0
924808 저녁머먹을까요 회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9 0
924807 눈 가리게 발도하는 짤 자체가 거의 없네 [2] 어사일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21 0
924806 초콜릿 화단에 씨발 버리지 말라고 [3] 니뒤이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24 0
924805 위문편지 저거 야간자율학습같은거긴하자늠.. [4] 네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32 0
924804 정신병 있어서 그런가 책에 흔적남기는거 왤캐 싫지 [3] 롤케잌은맛있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1.14 17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