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로 시작했고, 드군 시즌에 접었던 놈임.

처음에 리치왕 따까리 죽음의 기사로 시작했음.
이놈들은 죄다 뒤진놈들인데, 리치왕의 힘으로 되살아난 언데드의 일종임.

퀘 좀 하다 보면 리치왕 지배에서 벗어나서 어느 진영에 붙을지 선택할 수 있거든. 그래서 난 인간 측에 붙기로 하고 스톰윈드로 갔음.

근데, 아무리 내가 세뇌당한 거라고 해도 리치왕 부하로 시민들 학살한 이력이 있으니까, 당연히 시민들이 나를 곱게 볼 리가 없지.

NPC들이 막 저리 꺼지라고 하고, 죽기 보자마자 으악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님.
사실 난 퀘스트 시키니까 한거고 억울하긴 한데, 게임이니까 걍 넘어가려고 했지.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님.
갑자기 캐릭터 주변에 초록색 연기 같은 게 피어나길래 뭐지 싶어서 찾아봤더니, '악취가 납니다'라는 디버프가 걸린 거였음. 뭐지 이거 시발? 하고 있는데, NPC들이 썩은 계란 던지는 거였더라고.

'악취'라는 디버프가 실제로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닌데, 그 순간 몰입이 확 되면서 "이 씨발놈들, 그냥 호드 가서 다 쓸어버릴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

어쨌든 퀘스트 때문에 꾸역꾸역 스톰윈드 왕 만나서 "나 이제 니 편이야" 하고 얼라이언스에서 활동하게 됐음. 리치왕 죽이고, 보스들 잡다 보니까, 어느새 나 같은 죽기도 슬슬 인정받는 분위기가 됨.

그렇게 뽕차서 드레노어 전쟁군주 지역에 입성했는데, 주둔지라는 하우징 비슷한 공간을 캐릭터당 하나씩 주더라. 병사들이 나를 '지휘관님'이라고 부르는 거 보면서 예전에 썩은 계란 맞았던 게 떠오름.

정말 별거 아닌데, 뭔가 코끝이 찡해지더라.

그때 와우는 진짜 장점이 많았'던' 게임이었음.
한손검을 써도 한손 지팡이로 투영 가능하고, 이펙트도 마음대로 탈부착 가능했지. 물론 커마는 개씹창이었지만ㅋㅋ

파판도 장점이 많긴 한데, 파워레인저 같은 연출은 진짜 좀 병신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