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도 재밌긴 한데

메인퀘랑 서브퀘 꼬박꼬박 하는데도 퀘가 끊겨서 헉... 어떻게 업하지... 하고있는 내 자신을 보니까

옛날 게임들은 퀘스트고 뭐고 닥치는대로 사냥 사냥 사냥 어쩌다가 한번씩 퀘스트였는데

요즘게임들만 하다보니까 너무 퀘스트라는것에 길들여진것같은 느낌이 난다

와우가 엄청 흥한 이후로 와우 싸대기는 못때리더라도 다들 와우 싸대기 어루만질만큼은 되는 무거운 세계관과

스크롤압박 쩌는 게임스토리, 뛰어난 그래픽과 광활한 맵으로 중무장한, 서로 몇백억짜리 게임이네 돈경쟁하는

그럼 블록버스터급 게임들이 우후죽순 나오고있잖아

근데 아이러니한건 고작 몇십억 투자한 옛날게임들은 오년 칠년 심지어 십년이상 롱런하는데

요즘나오는 블록버스터급 게임이라는 것들은 삼년 남짓 하면 유저 쫙 빠져나가서 점핑캐릭풀고 각종 이벤트하면서

몇년정도 더 골골거리다가 서비스종료하는점...

그게 내생각에는

옛날게임은 퀘스트가 부족한 대신 '플레이어'라는게 있었기 때문에 롱런하는것같다

어쩔 수 없이 사냥으로 레벨업할수밖에 없으니까 같이 파티로 사냥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다가 길드가입도 하고

필드에 좋은 아이템 주는 유니크급 몬스터 뜨면 아들딸 있는 아재들이 풀발기해서 우리길드가 먼저 찜했네 아니네 우리가 먼저왔네

그르렁거리면서 신경전 벌이고 길드끼리 전쟁도 많이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에

하우징기능 그딴건 개나줘버리고 그냥 필드에 경치좋은자리 골라서 길드원들끼리 자리잡고 앉아서 길드모임하고

목 좋은 사냥터 몇시간동안 자리빌때까지 기다리다가 빡치면

무슨 그쪽 길드는 사냥터에 전세를 냈네 그게 월세냐 전세냐 시덥지도 않은것가지고 싸우고

요즘게임들에 비해서 맵도 엄청 좁아서 네임드 유저는 매일매일 마주치고

경매장 그딴기능 존재하지도 않을때라서 하루종일 필드에 장판깔아놓고 장사하면서 몇시간동안 서로 귓속말로 가격 흥정하면서 신경전

누구는 오십만원 더 싸게팔더라, 그럼 그쪽가서 사라, 하면서 싸우고...

아무튼 유저들끼리 부대끼면서 살냄새 풍기던 그런 맛이 있었던것 같은데 요즘 게임들은 너무 그런맛이 없는것 같다

대부분의 것들을 퀘스트가 대체함으로써 내가 온라인게임을 하는건지 콘솔게임을 하는건지 하는 적막감이 들때도 있고

길드 들어가고 나가는것도 철새마냥 왔다갔다 자유롭게하고

맵도 하도 넓어서 한 번 파티 같이했던사람 다시만나는것도 어렵고

뭔가 재래시장과 백화점 정도의 차이랄까...

백화점이 훨씬 넓고 볼것도 많고 보기도 좋지만 재래시장같은 따뜻함과 사람간의 재미, 시장이라는 공간 자체에 대한 애착같은건 백화점에 없으니까

뭔가 백화점은 '정'과는 거리가 먼 공간이고 애착도 안생기니까 쉽게 다른곳으로 옮겨가버리고

아무튼 그렇다보니까 몇달에 한번씩 해주는 업데이트 콘텐츠, 빨아먹을만큼 빨아먹으면 질린다고 접어버리고,

게임사에서는 부랴부랴 또 업데이트한다고 개고생하고... 유저는 또 잠깐 즐기다가 다른게임으로 증발해버리고...

길드같은게 활발하고 유저들끼리 부대끼면서 해야하는 콘텐츠가 많으면 유저 감소도 줄텐데 말이지

아무튼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