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주말에만 문을 여는 디저트 전문점, 페브.

물론 연남동 유동인구는 주말에 확 올라가는게 사실이긴 합니다만, 문 닫는 날이 많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에게 노출되기도 힘들다는 말인지라 대다수의 가게들은 주5일, 주6일은 물론이고 여건만 가능하면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직원 돌려가며 연중 무휴로 열어버리는 가게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2일 근무라는, 다른 사람들 보기에는 천국과도 같은 영업시간은 - 물론 주중에는 투잡 뛰시겠지만서도 - 사장님의 배짱이 두둑하다는 걸 짐작하게 만듭니다.

...아니면 혹시 건물주이신가?

내부 인테_리어는 뭐, 연남동의 많은 카페들답게 깔끔하고 소박합니다.

미니멀까지는 아니고, 그냥 부담없이 들어와서 먹을만한 느낌.

페브를 방문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바로 에클레어 때문입니다.

가게 네온사인 표지판에도 "디저트, 에끌레어"라고 대놓고 박아놨듯이, 이곳의 주력 메뉴는 에클레어.

계절에 맞춰가며 소소하게 메뉴가 바뀌기는 하지만 메인이 에클레어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샤인머스켓 에클레어가 딸기 에클레어로 바뀌는 정도랄까요.

바닐라피칸, 샤인머스캣, 공주밤몽블랑을 하나씩 주문하고 음료는 아메리카노를 시켰습니다.

아이들은 에이드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두 종류의 에이드가 모두 품절 (두둥!)

그런데 사장님이 서비스로 머스켓 음료수를 주셔서 다시 기분 업. 완전 럭키비키잖아~

만화책 '서양골동양과자점'에서 세계 정상급 파티셰가 "그 가게의 격은 크로와상, 애플파이, 에끌레어로 알 수 있다"는 말을 하는데

그만큼 에클레어는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심지어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도 합니다) 제대로 맛 내기는 쉽지 않은 과자입니다.

페브는 그런 면에서 에클레어를 맛있게 만들고, 그렇게 만든 에클레어의 격을 해치지 않으면서 토핑을 조화롭게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에클레어의 식감과 필링의 퀄리티가 잘 살아있고, 그 섬세한 맛이 토핑에 밀리지 않고 균형을 이룹니다.

홍대라는 영역 내에서 볼 때 'A라는 메뉴는 XX카페, B라는 메뉴는 OO카페'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에클레어를 먹고 싶다면 페브'라는 공식 또한 성립하는 듯 합니다.

다만 에클레어가 땡기는데 그 날이 주말이 아니라면 대략 난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