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우리집은 진짜 가난해.

내가 11월 EJU 망했다고 생각해서 부모님한테 말씀드렸더니, 아빠가 케이오 쓰라고 했었는데,
내가 우리집 사정을 아는데, 사립은 도저히 감당을 못해서, 국립만 2개 넣었어.

거기다가 내가 뭔 정신이었는지, 미쳤었는지, 도쿄대랑 교토대만 썼는데, (난 이번에 떨어지면 재수할 생각이었어.)

어쩌다 고려대 자유전공에 붙어서 (나름 내신관리도 했어) 아빠 엄마는 그쪽으로 가길 바라는 거 같아.

환율도 환율이고, 생활비가 한국에 사는 것보다야 훨씬 많이 나올테니까...


나도 EJU 망했다고 생각했었고, 토플도 98, 내신도 등수론 전교 10등 안팎인데, 등급이 1.5~1.6
(출원 당시에는 3학년 2학기가 안들어간 상태라서 1.7이었음)였고, 수능도 11141221 로, 사탐을 망해서
도쿄대 1차도 못 통과할 거라고 생각해서 진짜 오늘까지 현실도피로 잠만 잤어. 하루에 14시간은 잔 것 같아.


당연히 일본어 많이 까먹었고, 완전 지금 똥 만드는 기계 신세야.
집에선 눈치밥만 먹고.

교토대에 원서(사전 심사 통과해서 원서는 도착한 상태야) 내고, 일단 본고사 보러 가긴 가는데,
솔직히 난 비행기 표 예약할 때까지만 해도 그냥 동경하던 대학 구경하러 가자, 하는 마음이었거든?

근데 EJU가 380(6), 196, 193이 나왔어.

일본어는 정신줄을 놓아서 그렇게 잘 본 건 아니지만 종과를 잘 봐서 생각보다 너무 점수가 잘 나온거야.

근데 이렇게 되니까 욕심이 나더라.


지금부터 공부 열심히 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막 생각도 들고,

근데 문제는 가정 사정이야.


아빠는 집에 들어오면 나한테 화만 나고, 완전히 난 죄인 신세야.
솔직히 나 일본문학이 너무 전공하고 싶고, 일본문학 제대로 배우려고 일본유학을 결심한 거고, 원래 대학 갈 생각도 없었는데,  아빠는 무슨 문학 가러 유학가냐, 이런 식이고,

이미 다른 친척이고 뭐고 주변인들은 다 싼 고대 가라고 난리야.
내가 제정신이냐고 묻더라.

근데 내가 안내키는 데 어떡해. 고대 합격한 거보다 교토대에서 원서 온 게 난 더 기뻤어.


고대 등록금 정도야 친척한테 손 벌릴 수 있지만, 유학 간다고 손 벌리는 건 말도 안되잖아.
아빠는 집에 들어오면 내 욕만 하고, (여동생의 제보)
진짜 나도 속 편한 게 아닌데, 어디다가 털어놓지도 못한다.


친구들은 EJU 점수 잘 나와서 좋겠다고, 막 그러는데...
하... 어디다가 말도 못하고... 아, 진짜 지금도 막 눈물 나네. 미쳤나봐.

아직 도쿄대에선 1차 발표도 안났지만, 그냥 답답해서 글 싸지르고 가...
나중에 떨어질 봐에야 그냥 1차에서 떨어졌으면 좋겠다.
13000엔 돌려주니까.

집안 사정이 이런데 혼자 유학 간다고 그러는 건 너무 이기적인 거겠지?
그래도 여기다가 글 써놓고 나니까 속이 좀 후련한 것 같다.


뻘글 읽어줘서 고마워.
남동생이 아파서 물수건 해주러 가야겠다.

혹시 기분 나쁜 사람 있으면 댓글 달아줘. 글 지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