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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디극장] 나의미래 1편(이공계편)

U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03.10 16:24:33
조회 144 추천 0 댓글 10

띠리리리리리리링~ 탁!
AM 5시30분-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은 찾아왔다. 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아직 제법 쌀쌀한 날씨에 이불 밖으로 나가기 싫다.
5분정도 정신을 차린후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옆에서 자고 있는 아내가 혹여 깰까봐 조심스레...
일어난후 화장실로갔다 거울을 보니 백발이 듬성듬성한 덥수룩한 머리에 퀭한 눈과 눈밑에 짙게낀 다크 서클, 앙상하게 튀어나온 광대뼈,덥수룩한 수염를 가진 40대 중년 남자가 있었다. 후... 오늘따라 자신이 더욱 무기력해 보이고 늙어 보여 슬플 따름이다. 간단하게 세수와 양치 면도를 하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시계를 보니 벌써 5시 47분이 넘어있었다. 대충 상의와 하의만 걸친채 주방으로 갔다. 마땅히 먹을 음식이 없어 어제 딸들이 먹다 남긴 빵부스러기를 입에 털어 넣고 집을 빠져나왔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인사하는 경비를 무시한채 차에 시동을 거니 벌써 6시다. 지각 하지 않으려면 속도를 좀 내야 겠다.

AM 7시- 연구소 주차장엔 벌써 차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그래도 간신히 지각은 피한 모양이다. 흰벽을 가진 낡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매케한 약품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2층에있는 제2실험로 들어 갔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준비를 마친 모양이다. 간단히 인사를 한 우리는 어제 실패한 연구에대해 검토를 시작했다.

PM 12시- 5시간 동안 검토를 했지만 아직도 어디가 잘못됬는지 모르겠다. 연구원들 모두 지친기색이 역력한 모양이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 10분을 넘겨있었다. 30분 남짓한 식사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나는 실험실 구석으로가 전에 미리 사다놓은 라면박스에서 컵라면 하나를 꺼내 들었다. 물을 붓고 면이 채 익기도 전에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5분만에 식사를 마치니 속이 덥수룩 했다. 연신 나오는 트림을 참고 제자리로 돌아와 검토를 재시작했다.

PM 3시- 드디어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알아 내었다. 그 부분에서 잘못 된걸 알아 차리느라 벌써 몇시간이나 들인건지.. 허탈할 뿐이다. 실험 재시작 전에 30분간 휴식 및 준비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는 자리로 돌아와 자리 정리를 했다. 10개가 넘는 종이컵엔 담배와 가래가 가득 했고 커피믹스 봉지는 아무렇게나 어지럽혀져 있다. 자리를 치운 후 자리에 엎드려 잠깐 눈을 붙였다. 꿈에서 벌써 5년이나 명절때 찾아 뵙지 못한 부모님을 뵈니 죄송스럽고 피눈물이 낫다.

PM 4시- 연구가 재개 되었다. 아까 검토한 부분을 수정하여 다시 실험에 들어갔다.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화학약품 냄새와 미세한 세포를 헤집기 위해 온신경이 집중된 손이 나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PM 6시- 1차 실험은 성공적 이었다. 우리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저녁 식사 시간을 갖게 되었다. 후배 연구원이 오랜 만에 밖에서 저녁을 하고 싶단다.
나도 공기도 쐴겸해서 흔쾌히 수락했다. 우리는 연구소 주변의 순대국밥집에 들어갔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오랜만에 왔다며 얼굴 잊겠다고 불평아닌 불평을 털어 놓으셧다. 우리는 살짝 미소를 지은뒤 나온 순대국밥을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밥을 먹으면서 가족생각이 들었다. 지금쯤 아내와 두아이는 저녁 먹고있을까? 아이들은 학원에 잘다닐까? 큰아이 성적이 떨어졌던데 무슨 고민거리라도 생긴걸까? 돌이켜 보면 아이들 얼굴도 제대로 못본지 어언 2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괜시리 아내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눈시울이 붉어졌다. 밥을 다먹고 계산표를 들여다 보니 1만6000원이나 나와있었다. 나는 돈을 낸다는 후배를 뿌리치고 카드를 내밀었다. 서명을 하는 내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PM 7시- 아내에게 문자가 왔다.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 저녁을 먹는데 만육천원이나 썻냐는 것이었다. 내가 해줄 답장은 미안하다 라는 말밖에 없다. 전직 커리어 우먼인 아내는 알뜰살뜰 아끼고 저축할줄 아는 여자였다. 가뜩이나 박봉이었던 내월급을 한푼두푼 저축해 결국 36세에 18평짜리 주공아파트를 살수 있었다. 그후에도 아내는 둘째 아이출산후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기 전까지 일을 계속하며 우리집 가계를 불려나갔다.
첫집 마련후 4년뒤인 40세때 우리는 꿈에그리던 26평짜리 **아파트를 구할 수있었다. 물론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긴했지만 우린 우리의 보금자리가 생긴것이 너무나도 기뻣다. 하지만 불어나는 은행이자에 비해 내 벌이는 시원 찮아 요즘엔 이자 갚기조차 빠듯한듯 했다. 거기다 아이들까지 자라 학원비니 뭐니 들어가는 돈이 상상을 초월하게 되니 그 곱던 아내의 얼굴에도 주름살이 많이 늘었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친구들에 비해 박사학위를 받고도 낮은 연봉을 받는 나에게 적잖이 실망한듯한 모습을 보일때 마다 가슴이 아프고 또 미안해진다.

PM 7시 30분- 다시 연구가 재개 되었다. 1차 실험이 성공했으니 2차실험도 금방일거라 생각했으나 역시 만만치 않았다. 주변 연구원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벌써 6개월 가까이 이번 프로젝트에 매달렸으나 성과는 거의 없었다.

PM 9시- 아무래도 오늘 2차 결과물을 얻기 힘들거 같다. 실험에 전혀 진전이 없고 제자리만 맴돌 뿐이다. 정신이 바닥까지 치닫자 지난달 그만둔 김박사가 생각난다. 그친구는 캐나다에서 석박사를딴 유능한 인재로 우리 연구실의 에이스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나와는 항상 동고동락하며 지내온 어찌보면 형제같은 그 친구도 결국 내 곁을 떠나고 말았다. 들리는 소문엔 기술이민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더라. 외국에서 학.석.박사를 나온 나로서는 마땅히 한국에서 가질 직업이 없었다. B급 논문으로 학계에 진출하기도 힘들고 작년까지 해왔던 지방대 겸임강사도 결국 올해는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외국에서도 B급논문으론 제대로된 직장을 구하기 힘들었다. 결국 아내의 바람도 있고해서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한국도 마찬가지 였다.
23살때 금의환향을 꿈꾸며 세계에 발을 내딛은 젊은 청년은 온데간데 없고 백발이 훤한 볼품없는 40대후반 중년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AM 12시 30분- 오늘도 결국 연구 성과 없이 끝마치게 되었다. 간단히 뒷정리를 한 후 연구소를 빠져나왔다. 후배가 술이나 한잔 하러 가자고 했으나 어제도 그리 늦게간것이 미안해 오늘은 거절하였다.

AM 1시 30분- 집에 돌아왔다. 오늘도 아내는 피곤했는지 먼저 들어가 잠든 모양이다. 옷을 빨래통에 던져놓고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다. 나름 개운해져서 기분이 상쾌했다. 피로를 풀기위해 냉장고에서 맥주한캔을 꺼내 TV를 틀고 마셧다. 역시 퇴근후 마시는 맥주만큼 좋은 피로회복제는 없으리! 맥주를 마시다 보니 문득 탁자위에있던 서류봉투가 눈에 들어 왔다. 나는 또 딸아이 교육비이거나 이자문제에 대한 서류인줄 알고 내용물을 확인하였다. 어질..... 내용물을 확인 하는 순간 눈앞이 깜깜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아내가 준비해온 이혼서류였던 것이다! 아내도 끝까지 참았지만 결국엔 한계에 다다랐나보다. 나는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화가 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당장 안방에가서 아내에게 이것이 무엇이냐고 따질 힘도 없었다.
결국 서류를 다시 봉투에 넣고 나는 마루 소파위에 누웠다. 저 서류를 보니 왠지 안방에 들어가기조차 꺼려졌다. 방불을 끈 후 눈을 감은 후에도 나는 한참동안 잠이 들지 않았다....

짤림을 방지하기 위한 외국대학이야기:옥스브릿지는 옥스포드 대학과 캠브릿지 대학을 칭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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