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꿈 꾸었던 커다란 나무 아래.

푸른 하늘 속 붉게 얼굴 물들인 태양의 따스한 햇살, 그 속에서.

부끄럽게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들키지 않으려 조심하면서 사랑하는 이의 한 손을 부드럽게 쥐었으면 했던 그 것.

그 이상이 이루어진 지금.

"넌 마치 사과 같아."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귀를 기울인다.

살며시 띄워지는 입가의 웃음, 굳이 되묻지 않는다.

"그 어느 것보다 싱싱하고 아름다운 붉은 빛의 과실. 속살 가득히 달콤함으로 가득 채우고도 부족해 새콤한 매력까지 채운 사과 말이야. 애플."

마주잡은 손,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이 타고갈까 겁이나 문득 손을 빼려는데 그 이의 손은 그 안 가득히 가두어버린다.

따스함.

시원하게 불어 온 바람이 머리를 쓸어넘기기에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말았을 때.

그는 채 피할 순간조차 주지않은 채 밝게 웃어보이며 말을 이어버린다.

"누군가는 아직 설익은 푸른 빛의 너를 만나 새침함을 닮아있는 시큼하기까지한 그 매력에 떠났을테고, 감히 손을 뻗어 아직 완벽치 못한 너를 한 입 베어물고 마음에 들지않는다 땅에 떨어뜨려 상처를 남겼을테지. 그러고보면…난 참 운이 좋아."

가까이 다가오는 그의 입술에 슬며시 눈을 감아버리고 이내, 달달한 향이 가득히 퍼진다.

우리가 등대고 있는 이 커다란 나무는 사과나무였던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버릴 정도로 지나칠 만큼.

한참이란 단어가 찰나로 변해 순식간에 지나갔을때에.

그가 입술을 떼고 부끄러운듯 고갤 돌리며 속삭인다.

"난 키가 작은 어린아이였기에, 네가 이렇게 아름다워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으니까 말이야. 철 없던 시절에 널 상처주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난 참 행복한 사람이고 운 좋은 사람이야."

"…사랑해."

아, 나도 참 뜬금없지….

당황한 듯 한 손을 들어 뺨을 긁적이는 모습에 실소를 머금고 만다.

정말이지 귀여운 사람, 조금만 더 당황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다시 속삭이려 입을 열 때.

"나도 사랑해."

그가 먼저 답을 한다.

반 쯤 열렸던 입술은 새초롬하게 다물어진다.

행복에 겨워,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가만히 웃고만다.

꿈꿔왔던 지금의 순간에 이 사랑을 만끽할 수 있음을 조용히 그러나 너무도 행복해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