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나 만들까하고 집 앞 슈퍼마켓에 걸어가던 도중이였다.
'일단 떡볶이 떡하고.. 파하고... 또.. 어묵하고... 뭐넣지..'
곰곰히 생각하며 슈퍼를 향해 걷고 있던 나에게
"야~!"
라고 소리치는 여성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난 그저 여고생, 여중생, 초등학생, 여대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다른 누군가를 불렀을거라 생각하고 걸었다.
"야아아~!"
여성의 목소리는 한번 더 울려퍼졌고, 발걸음 소리가 내게 가까워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뒤를 돌아보았을땐,
"워이!"
하며 그녀는 내 어깨에 손을 턱 하곤 올려놓았다.
순간 누구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나의 친구들이 대학교에 갈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난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여자들과의 연락을 끊고 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누.. 누구지...'
"오랜만이네. 오랜만이야 음음 그래그래 정말 오랜만이야."
그 쪽은 나를 알아보는게 확실했다. 하지만 난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짐작이 가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과 얼굴이 비슷한, 내가 아는 이 동네 주민인 여자애.'
"지현이?"
"헤헤 어디가?"
다행히 맞았나보다. 아직도 이 동네에 살고 있었구나.
그건 그렇고 정말이지 몰라볼 정도로 스타일이 변해있었다.
"나. 슈퍼. 떡볶이나 해먹을까 하고."
"야 니 오랜만에 봤는데 뭐 안부같은거 안묻고 막 그르냐. 섭섭하다 야."
안부라... 안부라할만한 것은 딱히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그래. 오랜만이다. 너 어떻게 지내고 있어? 아직도 여기 살고 있었구나."
그러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쏟아냈다.
"나야 뭐. 별 문제없이 지내고 있지. 니 어떻게 연락을 한번 안하냐? 너 최근에 스마트폰으로 바꿔서 카톡에 떴던데 카톡한번 안주드라?"
"하하.. 뭐.. 연락하기 좀 그렇고 그래서.."
여자랑 연락 안한지 3년이 다 되어간다고는 말 못한다.
"학교 계속 다니는거야?"
"응 계속 다니고 있지. 넌 요새 뭐하고 지내?"
'마갤하고 지내.'
라고는 말할 수 없었기에
"그냥저냥.. 내 일 하면서 지내. 뭐.. 좋아보이네."
"난 항상 좋아. 슈퍼 같이가자. 나도 살 거 있어."
'좋아.'
그 단어를 들으니 내가 초등학교 6학년 일때의 일이 생각난다.
그녀와 나는 같은 반으로 6학년때 처음 만났다.
6학년 1학기 내내 그녀와 난 짝꿍이였었다.
나는 그 당시 종이접기를 굉장히 즐겨하며 여자애들의 이목을 아주 경미하게 끌었었다.
"와 너 종이 무지 잘접는다. 나도 알려줘."
"요건 요렇게.. 여기서 이렇게 접으면 짜잔! 완성~"
그리고 6학년 2학기가 되어 졸업을 준비하던 어느 날이였다.
점심시간 중앙현관 복도에서 애들이랑 뛰어놀다가 교실로 들어오니 여자애들이 날보고 킥킥대고 있었다.
그 중에 가장 키가 큰 은영이가 내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야야 니 여자친구 있냐?"
그 때 당시 나는 여자에 대해 흥미가 없었다. 씨발 멍청한 고자새끼 등신같은 새끼 병신놈...
"아니. 없는데."
그러자 여자애들은 '꺄아-' 하고 소리를 지르며 귓속말로 속삭였다.
"지현이가 너 좋아한대."
그 사실은 우리반을 휘감았고 모든 애들이
"지현이가 빠두를 좋아한대요~ 키키킼."
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있었지만 지현이는 애들이 놀려댈때마다 창피해하며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곤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무슨 춤을 추는 날이 있었다.
선생님께선 짝꿍끼리 짝을 지어서 같이 춤을 추라 하셨다.
내 짝꿍은 지현이가 아닌 다른 여자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애들은 내 짝꿍을 강제로 바꿔버렸다.
어떨결에 짝꿍이 지현이로 바뀐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춤을 추었다.
춤을 추다보니 손을 잡는 동작이 있었다.
손을 잡고 춤을 추었다.
그리고 종이 쳤다.
"오늘은 여기까지~ 3교시에 보자 애들아~"
아이들은 종이 치자마자 교실밖으로 뛰쳐나가고 화장실도 가고 했었지만
지현이는 종이 쳤음에도 불구하고 내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녀와 나의 손이 땀범벅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졸업식이 점점 다가오자 애들은 나에게 재촉하기 시작했다.
"야 빠두야 그냥 지현이랑 사귀여라 ㅋㅋㅋ"
그러나 난 그 때 당시 사귀는건 별로 필요없다 생각했다. 진심 그 때 내가 병신 씨발 미친 돌은놈이였나보다. 배부른 등신새끼.
그래서 졸업식 전날까지도 난 그녀에게 전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손을 잡아줄 뿐, 좋아한다든가 싫다든가 그런말은 전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졸업을 하고 나는 남중을 가게 됨으로써 그녀와 헤어졌다.
그래도 같은 동네다보니 가끔씩 마주치곤 했다.
만날때마다 그냥 인사만 살짝할 뿐 깊은 인사는 하지 않았다.
슈퍼에서 그녀는 아이스크림 하나 달랑 샀다.
나는 내가 생각해놓은 재료들을 샀다.
그리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우리 둘은 슈퍼를 나왔다.
...
조금의 침묵이 흘렀다.
내가 먼저 정적을 깼다.
"그래. 오랜만에 만나니까 반갑네. 뭐.. 음..."
"아... 응..."
"내가 연락할께. 나중에 만나서 밥 한번 먹자."
"어.. 그래."
"어... 그럼 나중에 보자."
"그래."
어색한 인사를 나눈 뒤, 나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걔가 지금은 날 좋아하지 않겠지?'
그녀에게 일단 카톡을 하나 보내두기로 마음 먹었다.
"미안미안. 앞으론 자주 연락할껭."
답장은 곧바로 왔다.
"그래 ㅋㅋ 떡볶이 맛있게 먹어."
6학년때 졸업식 전날.
그녀가 내게 한 말이 있다.
"너... 나 싫어..?"
"아니.."
"그럼.. 나 좋아?"
"..."
나는 그 때 무슨 말을 해야 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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