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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점에서 듣는 에린 이야기 - 거울 마녀 ( 4 )

오아리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2.12.08 10:03:30
조회 14 추천 0 댓글 0



  "이곳에 있다간 얼어 죽기 딱 좋겠어. 차라리 땅굴에서 자는 게 나을 것 같군."

  그 말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엘프를 들고는 아까 전에 피신해 있었던 땅굴 안으로 들어갔다.

  나무 뿌리 밑에 있는 땅굴은 작았지만 자이언트 한명과 엘프 한명이 있기에는 적당한 공간이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서로의 체온 때문에 땅굴 안은 훈훈한 열기로 달아올랐다.

  모든 일을 끝마치자 피곤함이 밀려드는 느낌을 받은 웬디고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햇다. 이대로 내일까지 아무 일이 없도록 바라면서 말이다.



  로즈는 독특한 엘프였다. 그녀는 궁술에 대해서는 만년 낙제생이였지만 마법에 관해서는, 특히 얼음 마법에 관해서는 그 누구도 견주지 못할 실력자였다.

  제 3차 장기전이 펼쳐지고 나서 그녀는 동료 엘프 몇몇과 함께 척후 활동을  펼쳤고 그러던 중 자이언트 정찰자와 조우하게 되었다. 야간에 쓰는 얼음마법은 달빛에라도 반짝이기 때문에 쉽게 위치가 드러나게 될 것 같아서 그녀는 잘 쏘지도 못하는 활을 들게 되었다.

  이윽고 결투가 벌어지고 나무 위에 올라간 그녀는 화살을 한 발 쏘고는 한 자이언트의 소름끼치도록 정확한 던지기 솜씨에 옆구리 쪽에 깊은 상처가 남게 되었고 나무에서 떨어지게 되었다.

  이어서 자이언트 중 한 명이 메모리얼 큐브 차단기를 사용해서 기억을 잃게 되었지만 2차 장기전을 겪고 난 뒤 개선을 했기 때문에 기억은 금방 복원되었다.

  메모리얼의 단점은 동료들의 죽음과 공포, 혼란적인 상태를 공유하기 때문에 개선된 사항에서는 동료 중 사망자가 생길 경우 이 여파를 고려해 다른 동료들과의 기억 공유를 차단시키도록 설계되었다. 그 때문에 후퇴하는 자이언트를 쫓아가는 엘프들은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로즈를 잊은 채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고통에 겨워 정신을 잃은 로즈가 정신을 차렸을 때 눈앞에 한명의 자이언트가 있엇다. 그녀는 놀랐지만 모든 것을 체념한 채 곧 죽을거라 생각했다. 허나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자신의 앞에 있떤 자이언트가 자신의 옆구리에 나 있는 상처를 회복 포션으로 치료해 줬고 붕대로 응급처치까지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자신을 들어 올려서 나무 밑에 나 있는 땅굴 안으로 들고 들어갔다.

  '왜 죽이지 않지. 어떻게 되든 난 이미 죽은 목숨이었어.'

  이런 생각을 하던 도중 그녀는 다시 한번 의식을 잃었다. 이번에는 고통에 겨운 기절이 아니라 편안한 기절이었다.

  아직 날이 밝은 것은 아니지만 이웨카가 새벽을 알리는 빛을 수평선 너머로부터 뿜어오고 있었다. 로즈는 그 때쯤에야 잠에서 깰 수 있었다.

  깨자마자 바로 앞에 있는 자이언트를 본 그녀는 허리춤에 있는 시미터를 뽑기위해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조심스럽게 시미터를 뽑은 그녀는 그 칼날을 눈 앞에 있는 자신의 생명의 은인에게 가까이 대려고 했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인지 칼을 다시 거두고는 긴장으로 인해 가빠진 심장을 안정시켰다.

  "현명한 판단이군"

  웬디고는 눈을 감은채 말을 했다. 그 말에 로즈는 흠칫하면서 재빨리 시미터를 검집에 넣었다.

  "날 살해할 의지가 있었다면 죽었을텐데 아쉽게 되었군."

  그 말을 하면서 그는 땅굴 밖으로 나갔다.

  "몸이 성치 않을 테니 가만히 있어라."

  로즈는 그의 바지가락을 붙잡으면서 질문햇다.

  "왜……왜 날 죽이지 않은 거지?"

  웬디고는 로즈의 손길을 가볍게 뿌리친 채 앞으로 가면서 말했다.

  "변덕이다."

  그리고는 로즈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웬디고는 숲을 돌아다니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 종류가 나무 열매나 버섯 같은 류 뿐이여서 그의 배를 채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고기 같은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귀쟁이는 육식을 안하지?"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러다가 무언가 눈에 익은 나무를 보면서 기쁨에 겨워서 환호성을 질렀다.

  "오오, 이것은."

  그는 눈앞에 있는 나무에 다가가 표피를 쓰다듬었다.

  "커피열매군."

  그는 나무를 치면서 열매를 떨어트렸다. 낱알 몇 개를 생으로 씹어 먹으면서 기쁨에 겨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웬디고는 얼마간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나무 열매, 버섯, 커피 열매를 잔뜩 수집하더니 로즈가 있는 토굴로 돌아갔다.

  "여, 귀쟁이. 대충 먹을만한거 몇 개 가져왔어. 너희는 고기 안먹는다며? 그러고도 어떻게 사냐?"

  "우리도 고기는 먹는다."

  "……. 진작 말하지."

  한동안 정적이 흐르더니 로즈는 바닥에 나부라져있는 열매를 집으면서 말했다.

  "자이언트는 믿지 못하지만 음식까지 믿지 못 하는 건 아니다. 감사히 먹겠다."

  "퍽이나 고마운 말투네."

  웬디고는 그녀가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왜 안 먹는 거지?"

  "아, 난 돌아다니면서 먹고 왔어."

  웬디고는 배부르다기보다는 커피 열매를 제외하고는 나무 열매나 버섯 따위보다 육식이 훨 빼 낫다는 생각을 하면서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로즈는 별 대꾸없이 묵묵히 음식을 먹었다. 맛을 따진다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손놀림에 가까웠다.

  토굴 안으로는 음식 씹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정적으로 가득 차 있엇다. 비록 땅은 차가웠지만 밖에서부터 들어오는 햇살 때문에 그렇게 춥지도 않았다.

  쿠르클레는 계절이라고는 여름만 알고 있는 것인지 일년 내내 덥고 습하다. 게다가 여름의 특성으로 인하여서인지 벌레들이 엄청났다. 태양도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지만 정글이라는 특성답게 촘촘히 나있는 고목을 뚫고 빛이 들어 가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그림자 사이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존재가 나란히 길을 걷고 있엇다.

  엘프와 자이언트.

  누가 들어도 이보다 완벽한 숙적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두 존재가 힘을 합치고 있었다. 자이언트는 엘프를 어깨에 맨 채로 늪지대를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그런데 넌 왜 피시스로 가지 않고 날 데리고 필리아로 가는 거지?"

  "흥, 아무리 엘프라도 약해빠진 존재 혼자서 대 자연 속에서 방치 되는 것은 위대한 자이언트 전사로서 용납할 수 없어서 그렇다."

  "자연속에 사는 것 중 약해빠진 존재라면 나 말고도 흔하게 있지 않은가?"

  "……."

  "할 말이 없나 보군."

  로즈는 피식거리며 말했다. 웬디고는 대답할 말이 없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앗다. 그가 대답하든 말든 로즈는 말을 이었다.

  "나는 육체적으로 뛰어난 전사는 아니다. 얼음을 다루는 마법사이기에 육체적으로 허약하다고 그대가 볼 수 도 있는 것이다."

  "거참 말 만헨. 좀 조용히 갑시다."

  "그렇게 시끄러우면 버리고 가면 되지 않나."

  "위대한 자이언트 전……."

  "그 말은 앞뒤가 안 맞지 않은……."

  "으아아아아아아!"

  웬디고가 비명을 지르자 로즈는 킥킥거리면서 알겠다고 한 뒤 조용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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