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되게 사소했어

조랑이의 바람일기에서 나오는

"마비노기 짱"

바람만화에 넣을만큼 얼마나 재밌길래? 라는 호기심으로 게임을 시작했지

그 당시엔 던바튼 굵은 나뭇가지는 최고의 무기였고

축포를 바른 해머는 신이었지 (최대 랭크도 6랭이었고)

하루 2시간밖에 못놀고  돈도 현금도 없는 뉴비에게는

무기를 구하기 위해 하루종일 알바하고, 밤에는 티르광장에 모여 수다떨고 놀고

시간 임박했을때는 제일 긴 던전을 돌거나 아레나에 들어가서 3시간동안 떠들고. 그래도 재밌었어.

그렇게 놀던 중 여신강림을 보고 스토리에 취했었고

글라스기브넨을 잡기위해 4가지 구슬던전을 돌아보고

모든 마을 NPC 이상형 퀘스트를 깨기 위해 4채널 죽치고 앉아있기도 하고

바올던전을 쉽게 깨기 위해 1채널에 고의렉을 일으켜서 돌기도 하고

신규대륙, 신규종족, 신규재능 등등

메인스트림 하나하나 추억이 있었어.

접속했을 때 1주년에 태어난 타이틀을 줄때는

게임사에게는 타이틀 하나 주는 사소한 패치였겠지만

나에게는 그동안 마비노기를 그때부터 지금까지 잘 해왔다는 하나의 증표같기도 했고

마비노기 해서 정말 행복하다는 감정도 있었지.

군대에서도 마비를 생각하는 마음도 있었지

인트라넷에서 무도대회 공략법같은것 숙지하고 휴가나올때 꼭 돌아봐야지 이런거

물론 운영진이 다 잘했다는건 아냐.

재능 시스템 첫 도입할때 스킬 못쓴다고 했을때 파티창 시위도 했고.

서로 티키타카하면서 조율도 많이 했다고 생각해

소녀할로윈이벤트, 체인슬래시 재능이 나왔지만 PC방 인생인 나는 슬슬 대학졸업에 가까워졌고

공무원 시험준비, 취업을 위한 스펙업 등 점점 잊혀졌지.

취업 후 내 월급으로 컴퓨터도 맞췄고

그러던 날 점성술 신규재능이 나왔기에 그때의 좋은 추억을 바탕으로 홀린듯이 들어왔어.

하지만 나에게 온건

사이버 유격을 강요하는 "상위던전 시스템"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는 "넥슨30주년" 이벤트

일러스트 한장 없는 무성의한 "콜라보" 이벤트

특정 스킬을 얻기위해 몇시간이고 붙잡고 있어야했던 스토리

PC방 이벤트라고 40시간,55시간 접속해야 주는 보상은 그냥 켜놓고 나가버리기 일쑤고,

그저 돈만 벌기위해, 숙제를 하기위해

퇴근 후 반복작업만 4~5시간 붙잡고 하는 내 자신을 보고 현타가 오더라.

그래도 장비라도 맞추게 한두푼 모았고

평생 모아본 적 없는 억단위에 내심 좋았어.

그런데 이번 오버플로우 사건이 터지니까 내가 몇 달간 해온 비용,노력,시간이 다 부정당한 느낌이더라

여기서 더 하면 마음이 깎일거 같아서 보상이고 뭐고 내려놓을거야.

새벽 감성으로 두서 없이 써서 읽기 힘들었을거야 미안해

그동안 고마웠고, 어디선가 같은 닉으로 보게되면 인사라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