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아큐웨더,소박사 채널을 보며 그래도 화요일은 경기하지 않을까란 설레임으로 광주야구장에 도착.도착했을 땐 태풍이란 말이 무색하게 파란 하늘에 햇빛이 쨍쨍했다.선수들은 강한 햇살에서 열심히 몸을 풀며 경기를 준비중이었다.

1회초 황동하의 실책으로 황성빈이 출루. 귀한 1점을 만들어냈다. 3회초 레이예스기 등판할 때 갑자기 하얗고 덩치 큰 백로가 경기장 2층 높이에서 레이예스의 머리 주변을 날았다. 그도 그럴 것이 새가 맞을 법 했기에. 그 새가 등장한 순간 귀한 득점 기회를 놓친 것 같았고 아니나 다를까 3회말 롯데는 3:1로 역전을 당하고 만다.
그러나 하늘이 보우하사 4회초 번개와 폭우의 콜라보로 경기가 취소되고 말았으니 마치 그 백로가 '니가 나를 치나 보자'하고 내려온 신의 사자 같았다. 레이예스가 평소에 쓰레기 잘 줍는지 착하게 사는지 살피려온 신의 사자였던가.

사실 비가 8시 30분쯤 지나 조금씩 잦아들러 이러다 경기하는게 아닌가 싶었으나 하늘은 어림도 없다는 듯 다시 비를 내리고 번개도 나이트 조명처럼 번쩍였다. 사실 비보다는 저 번개에 맞아 목숨도 잃고 뉴스 사회면에 나오는 게 걱정이었다.

기아팬들은 간만에 롯데를 이기고 있었는데 아쉬워했고 멀리서 응원하러 온 롯데팬들은 아쉬움도 있었으니 오늘 지지 않을 수 있어 행복해보였다. 사실 우취로 이렇게 기분 좋은 적은 드물지 않은가.



심판은 팔로 엑스자를 만들며 우취를 선언했고 기아 선수들과 롯데 선수들은 빗속을 뚫고 나와 팬들에게 인사하고 나왔다. 팬들은 오늘 지지 않은 기쁨과 우취로 인한 아쉬움에 원정 버스가 있는 곳으로 모였다 기약없는 내일 경기를 기다리며 흩어졌다.



나 역시 이제 슬슬 숙소로 돌아갈까 하고 어슬렁거릴 때 원정버스 출입구 오른편에 광주의 자랑 잉크 커피 매장이 보였다. 진짜 넓고 쾌적하고 좋더라. 기아팬들이 자랑할만하다.

1시간 가까이 내린 비로 생쥐꼴이 된 관중들이 쾌적하게 젖은 옷을 말리며 기분 좋게 머물 수 있는 곳이었다. 음료를 마시며 훑어보니 음료 구입 손님 뿐만 라니라 음료를 사지 않아도 들어온 사람도 누구나 편하게 앉아 쉬었다 갈 수 있는 넉넉한 곳이었다.

음료와 베이커리도 일품이었고 기념품 매장도 있었는데  기아타이거즈와 콜라보한 제품도 많았다. 광주까지 왔는데 기념품으로 잉크커피 물티슈와 텀블러를 샀다. 저 텀블러는 진짜 얼마 안하니 강추한다. 기아와 콜라보한 제품은 가격대가 있으나 그 외엔 가격이 합리적이다.



땀을 식히고 매장을 나오니 어느새 비는 그쳐있었다. 비를 말리는 바람에 자랑스럽게 나부끼는 롯데 깃발 한 컷.



이후 숙소로 가는 길에 운암시장을 들러 '원조 양정시장통닭'을 사봤다. 양에 놀라고 맛에 놀라고 가성비에 놀라고 사장님이 자부심을 가지고 운영하는 곳이었다. 경기장 주변에 양정시장 통닭을 파는 노점상이 많아 호기심에 저 곳을 가봤는데 알고보니 저 곳이 원조더라. 상자에 적힌 매장 전화번호에 사장님의 책임감이 엿보인다. 다른 노점상의 양동시장통닭 상자엔 전화번호가 없다.


저 집은 광주야구장 외야입구가 아니라 정문앞 횡단보도 왼쪽에서 판다고 하시던데 기아 선수들 싸인도 많고 기아 선수들도 많이 오고 사장님이 선수들이랑 찍은 사진도 보여주시던데 진짜 우연찮게 맛집을 찾아간 것 같다 신기했다. 소크라테스 가족과 찍은 사진이 진짜 인상적이었다.

하얀상자에 4마리, 갈색상자에 2마리가 들어가는데 총 10마리가 기아 경기 3시간 전에 선수단쪽에 납품이 된다고 한다. 기아 1위의 비결은 저 통닭이었던가..

22시즌 이대호 은퇴 광주투어 이후 매년  8월만 되면 광주 원정 경기를 꼭 가는데 3번째 광주 방문만에 잉크커피와 양정시장 통닭이라는 맛집을 갈 수 있어 좋았다. 수요일 경기가 우취될 수도 있지만 그 전에 광주와 그 주변 관광지를 열심히 둘러보고 부산에 돌아갈 생각이다. 광주 방문 3번째. 이제야 광주가 제대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