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협력자
(1)
계곡의 격류로 떨어져,
그 상태로 기절한 단장.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물방울 소리에 이끌리듯 눈을 뜨자,
눈앞에는 지저호가 펼쳐져 있었다.
비이
응……?
뭐야 여긴……?
루리아
아……!
둘 다 눈이 뜨였네요!
다행이다……
어딘가 아픈 곳은 없나요?
비이
우린 괜찮아.
루리아가 먼저 정신을 차렸구나.
그치만 이 동굴은……
왜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거야?
루리아
그 시냇물이 지저호로 연결되어 있던 거예요.
저희는 기절해 있었지만,
카사 씨라는 사람이 마침 지나가다가―
카사
루리아 씨.
식자재를 모아왔는데 어떠세요?
루리아
카사 씨!
감사합니다.
카사
아……
두 분 다 깨어나셨군요.
비이
오우.
누님이 우리를……
덕분에 살았어.
카사
아닙니다.
저야말로 동기 때문에 죄송해요.
설마 다리째로 떨굴 줄이야.
비이
동기……?
다리……?
어이 잠깐.
설마 누님도 마히토―!
루리아
기다려요 비이 씨!
카사 씨는 적이 아니에요.
우선은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겠어요?
비이
루리아……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카사
루리아 씨에겐 아까 이야기했습니다만……
말씀하신 대로 저는 마히토입니다.
하지만 적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여러분과 협력 관계를 맺고 싶어요.
비이
협력 관계라고……?
카사
네.
마침 다리를 지나가던 건 우연이었습니다만,
당신들과 만나게 돼서 행운이에요.
저는……
저는 아가르타의 비원을 막고 싶습니다.
(2)
우선 일행의 체력 회복을 위해,
카사는 모아온 식자재를 조리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서로 자기 소개를 하고,
대화는 화기애애하게 흘러갔으나,
아가르타의 식문화는 독특해서……
비이
우왓!
뭔가 나왔어!
뭔가 나왔다고!
카사
실이네요.
아가르타란튤라의 실은,
고단백질에 영양만점이랍니다.
루리아
하와와……
이 경단 신기한 식감이에요……
처음 맛보는 걸지도……
카사
입에 맞아서 다행이에요.
그 경단은 아가르타개구리의 간이에요.
콜라겐이 풍부해서 여성에게 인기랍니다.
자, 단장 씨도 드세요.
눈앞에 3종류의 요리가 있다.
뭐를 먹을까……
-날개 달린 하얀색 무언가
-뿔이 돋은 검은색 무언가
-아직 움직이고 있는 무언가
-날개
달린 하얀색 무언가
카사
눈이 높으시군요.
그 식자재는 봉래버섯.
다른 말로는 천국의 간식이라고 해요.
씹어 보니 단 즙이 입 안에 퍼져갔다.
마치 연유 같은 게 정말로 간식거리였다.
-뿔이
돋은 검은색 무언가
카사
나쁘지 않은 초이스네요.
오니달팽이는 자양 강장에 좋답니다.
술안주로 나오는 일이 많아요.
입 안에 넣자 고급진 소금기가 은은하게 떠돈다.
심야에 살짝 허기질 때 먹기에 딱이다.
-아직
움직이고 있는 무언가
카사
새까만나방으로 하시겠어요?
이 곤충은 산 채로 먹는 걸 추천해요.
숨통을 끊었다간 독소가 나와서 위험하거든요.
혀에 올린 순간 찌릿한 자극이 있었다.
그 묘한 감촉에 중독될 것 같았다.
비이
우웁……
진미에도 정도가 있어야지……
그치만, 그랬던 거구나..
아가르타의 민족은 마물이나 곤충을 먹는 걸로,
죽음의 공역의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았단 건가.
카사
소나 말도 있기는 있습니다만,
수가 적어서 사치품이에요.
루리아
그렇게 해서까지 살아남으려 했던 건……
하늘의 세계에 복수하기 위해서인가요.
카사
네.
400년 전의 일이긴 하지만……
프로파간다라고 하던가요,
아가르타의 민족은 전원 초등교육 단계에서,
하늘의 세계에 대한 증오를 배워요.
공통의 원수가 있다는 점이,
사람들에게 강한 결속을 자라게 해,
완전 관리 사회를 성립시키는 거예요.
비이
아이는 전원 가쿠엔이란 곳에서 자라고,
직업이나 일상생활은 나라가 정하고,
너무 자유가 없는 사회인데.
루리아
저희가 보기엔 그런데요……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건가요?
카사
자유롭지 않다는 건,
자유가 뭔지 알아야만 느낄 수 있어요.
가령 의문을 가진 자가 있었다 해도,
제 추측으론 아마 비밀리에―
루리아
카사 씨?
카사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비이
그치만 그럼……
누님은 왜 의문을 가진 거야?
아가르타의 비원을 막고 싶다는 건,
그 복수에 의문이 들었기 때문인 거지?
카사
…………
저도 1년 전까진 모두와 마찬가지로,
아가르타의 비원을 성취하기 위해,
연찬을 거듭하며 살고 있었어요.
허나 저희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이,
그에 희생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처음으로 아가르타에 의문을 가졌다……
그를 지키고,
정말로 아가르타를 막기 위해선,
복수를 멈추지 않으면 안 돼요.
비이
으음……
알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카사
죄송해요.
저는 신용할 수는 없는 사람인가요……?
루리아
카사 씨는 생명의 은인이에요!
신용할 수 없을 리가 없죠.
비이
오우.
어찌됐건 인질을 구출하는 게,
누님한테 있어서도 좋은 거라며.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거잖아.
수용소 안내는 부탁할게.
카사
감사합니다.
부디 협력하게 해주세요.
수용소의 감시를 교묘히 피해 갈 수 있으니,
인질을 구출하기 전까진 저한테 맡겨주세요.
루리아
물론이에요.
그럼 배도 찼겠다……
바로 수용소로 가죠!
(3)
수용소의 집무실―
쿄우
지각한데다 다리까지 반파……
대체 무슨 생각으로 다니는 거지?
니레
적 세력이 있었어.
다리는 필요 경비였다.
쿄우
하아……
바보라곤 생각했다만 이 정도일 줄이야.
니레
아?
덕분에 하늘의 쥐새끼들을 제거할 수 있었잖아.
이븐하잖아.
쿄우
지각까지 합치면 마이너스다.
징벌은 아리에스 내무장관의 지시에 따르지.
니레
융통성 없는 새끼……
그래서?
하늘놈들의 동향은 파악된 거냐?
쿄우
인질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 상황에서 나올 건,
질서의 기공단이란 세력이겠지.
다른 세력은 일단 지켜보거나,
질서의 기공단에게 위탁할 가능성이 높아.
니레
호오.
그 질서단이란 놈들의 전력은?
쿄우
아직 정확하게는 몰라.
인질한테 캐묻고 있던 참이다.
니레
느긋하군.
눈앞에서 몇 명 죽이면 입을 열 걸.
쿄우
인질은 견제용으로도, 고기방패로도 쓸 수 있어.
무의미하게 수를 줄이는 건 멍청한 짓이야.
니레
아 뭐 알아서 해.
전선 지휘는 내가 한다.
쿄우
멍청한 소릴.
전선 지휘는 카사에게 맡긴다.
넌 혼자서 적 세력을 휘젓고 다녀.
니레
아?
내 전술안을 얕보는 거냐?
쿄우
물론.
졸업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은 전설의 두뇌인데.
니레
이 새끼가……
쿄우
일단 알았다.
카사를 불러와줘.
작전 회의를 하고 싶은데.
니레
카사?
내가 어떻게 아냐.
쿄우
뭐?
같이 온 거 아니었나?
니레
어.
여기 올 때까지 못 봤는데.
쿄우
…………
오니가면의 마히토
실례한다.
질서의 기공단의 스파이를 한 명 잡아왔다.
단토
으윽……
니레
어이쿠.
놈들 외에도 쥐새끼가 있던 건가.
쿄우
스파이라……
알았다.
이 자의 심문은 우리가 하지.
너는 보초로 돌아가도 돼.
오니가면의 마히토
라저.
뒤는 부탁하지.
쿄우
…………!
오니가면의 마히토
이거 놀라운 걸.
이 거리에서 소인의 일섬을 피하는 반응 속도……
너도 마히토인가 하는 초인인 건가.
쿄우
네놈……
맥코이
머머리.
단토
알고 있다.
대검의 남자는 나한테 맡겨라.
니레
호오……
설마 적진의 중심까지 숨어드는 쥐새끼였다니.
아주 훌륭해.
그치만 대머리 아재……
평범한 인간이 마히토한테 대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단토
물론.
비록 신체능력은 미치지 못할지라도……
나에겐 자유를 관철하는 기술이 있다!
누오오오오―!
(4)
카사의 안내로,
겨우겨우 수용소까지 도착한 일행.
감시의 눈을 피해,
몸을 숨기며 인질들이 있는 안쪽까지 전진한다.
늑대가면의 간수
…………!
비이·루리아
오~……!
카사
죄송해요……
열쇠 좀 빌릴게요.
그럼 단장 씨.
저는 중앙구로 돌아가서,
아가르타를 멈추기 위해 움직이겠습니다.
뭘 할 수 있을진 아직 모르겠지만……
내부에 있어야 가능한 것도 있을지 몰라요.
무운을 빌어요.
비이
오우!
누님도 힘내라고!
루리아
만일의 경우엔 저희도 협력할게요!
카사
……감사합니다.
리샤
응……?
발소리……?
루리아
리샤 씨!
리샤
루리아!?
비이
만물상도 있었네!
모니카의 작전으로 구출하러 왔어!
셰로카르테
감사합니다~!
그치만 어떻게 감옥 열쇠를……
루리아
마히토 협력자가 있어요.
리샤 씨에 대해서도 알고 있던데요.
카사 씨라는 여성인데요……
리샤
카사 씨?
저를 심문했던……
비이
얘기는 나중에.
리샤 일행은,
마히토들의 주의를 끌어줬으면 해.
그 틈에 우리는,
근공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니카한테,
신호를 보내는 작전이야.
리샤
알겠습니다.
모니카 씨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
무슨 수를 쓰건 인질 수백 명이,
감시의 눈을 피해 탈주하는 건 불가능……
셰로 씨.
모 아니면 도입니다만……
전쟁에 대해 아는 사람들을 모아주겠어요?
마히토들은 우리를 얕보고 있어.
거기서 무력 봉기인 척 하면서,
농성전으로 끌고 가면 어쩌면……!
셰로카르테
과연~……!
인질이 탈주하지 않고 수용소에 틀어박힌다……
마히토들을 속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단장 씨~
감옥 열쇠를 주시겠어요~?
다른 곳을 돌아서 모두를 모아올게요~!
리샤
그럼 저는 무기 회수를.
어딘가에 모두의 짐이 있을 거예요.
윌
응~……?
아아 구원이 왔구나.
과연 단장이야.
비이
윌!?
너도 잡혀있던 거냐!
윌
비이 군……
나는.. 감격했어..
마물과 인간의 융합……
서로 피와 살을 먹으며 마소를 높여,
이 수백 년간을 살아남은 거야.
이 섬은 나한테 있어 낙원 그 자체!
아가르타에대해더더더알고싶어!
마물의본질을더욱연구하기위해서!
아아……!
루리아
아하하……
여전하시네요……
비이
기운이 넘치는구만.
그럼 작전 제3단계 개시다!
대사집
모니카
아가르타는 왜, 하늘의 세계를 적대시하는 거지? 400년 전에 대체 무슨 일이……
리샤
카사 씨…… 희한한 여성이었지……
나한텐 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어……
윌
유 레 카 ! 마소, 마물, 마히토…… 점과 점이 완벽하게 이어졌다!
셰로카르테
아가르타의 선조분들은, 그야말로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단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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