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9월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에 대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취업청탁 의혹과 관련해 23일 국토교통부와 CJ 계열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문재인 정부 청와대 2인자였던 노 전 실장까지 수사선상에 올린 것이다. 검찰 수사가 전 정부 청와대와 내각, 야당 인사들로 전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이날 노 전 실장의 취업 청탁(업무방해) 의혹과 관련해 CJ대한통운 계열사인 경기도 군포 한국복합물류 사무실과 국토부, 채용 청탁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실 직원 A씨의 사무실,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한국복합물류 사무실에서 내부 인사 자료와 인사 담당 직원들의 이메일 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총장은 2020년 한국복합물류에서 1년간 고문으로 재직하며 1억원의 급여를 받았다. 이 전 부총장은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국토부 추천으로 한국복합물류 고문에 취업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한국복합물류에 취업하는 데 노 전 실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송국 작가 출신인 이 전 부총장은 물류와 관련한 전문성과 경험이 없어 그의 고문 취업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전 부총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고문 역시 민주당 보좌관 출신이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낙선 직후 노 전 실장을 만났고, 그 직후 ‘실장님 찬스뿐’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시 이 전 부총장이 민주당 서초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어 겸직 문제가 생기자 노 전 실장에게 도움을 요청해 ‘겸직 가능’이란 답을 받은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실장은 이씨의 공소장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공소장에는 이씨가 사업가 박모씨에게 노 전 실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로비를 위해 노 전 실장과 통화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노 전 실장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검찰이 조만간 그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노 전 실장은 ‘탈북 어민 강제북송’ 의혹,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가 야권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도 보인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반부패수사2부는 태양광 사업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청탁 등과 함께 사업가 박씨로부터 약 9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달 이 전 부총장을 구속기소했다. 이어 지난 16일 각종 청탁과 함께 박씨로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노웅래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또 지난 18일 노 의원의 자택을 재차 압수수색해 현금 5만원권 묶음 등 3억여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자금의 출처를 쫓고 있다.
검찰은 노 의원이 용인 물류단지 인허가와 관련해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에게 말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도 박씨에게서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장관까지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날 노 전 실장의 취업 청탁 의혹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전 정부 청와대로 수사 범위를 넓혔다. 이 전 부총장에서 시작된 수사가 전 정권 및 야권 고위 인사들로 번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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