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동안 좋아했던 누나가 있었다.

난 23살, 누나 27살.

좋아해서 감히 쳐다볼 수도 없을 정도였어. 그러다가 몇 번씩 밥 먹을 기회도 생기고 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19일 토요일에 밥먹고 처음으로 술 한잔 할 기회가 생겨서 먹다가 술김에 소심한 내가 좋아하는 기색을 보였다.

누굴 처음 좋아해봤다고. 지금 내 모습은 못났지만 누나가 앞으로 남자친구가 안생기면 나한테도 기회를 달라고.

누나가 웃으면서 그러라고 하더라. 역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 날 헤어지면서 카톡으로 좋아한다고 한번 더 했다. 누나도 싫지만은 않던 것 같아. 하트 붙여진 이모티콘 보내주고.

그러다가 오늘 일이 터졌다. 좋아하는 누나의 남자친구라는 번호로 나한테 전화가 온거지.

뭐하는 새끼냐고 초면에 쌍욕부터 뱉어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왜그러시냐고 하니까 남자친구있는 여자 건드니까 좋냐더라.

그 순간 당황스럽다는 기분보단 눈물부터 나더라. 이미 3개월정도 사귀고 있었다고.

10분정도 욕 퍼붇더니 에이 씨발 진짜하고 끊더라. 누나한테 5분 뒤에 전화왔다.

숨겨서 미안하다고. 너한테 정말 미안하다고. 난 근데 이 남자 놓치면 안된다고 그러니까 제발 싹싹 빌어달랜다.

난 또 병신새끼마냥 이 누나가 좋아서 전화로 그 남자친구한테 싹싹 빌었다.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난 사실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누나를 좋아했다 이딴 식으로...

왜냐면 누나랑 단 둘이 술먹은게 들키면 안되니까 그러라고 하더라.

다 빌고나니까 누나가 이제 누나랑 엮이지 말자고 하더라고. 그렇게 6개월 간의 짝사랑은 터무니없이 끝났다.

일은 일단락 된 것 같은데 진짜 너무 비참하다. 찌질한 내 삶이 너무 원망스럽고. 방금 내 인생 첫 담배도 피고오는 길이야.

누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 속을 찢어 놓는다. 내가 왜 그래야하냐고 거짓말하기 싫다니까 니가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없는거라고, 사회생활이란걸 한 줄 모르냐고 찌질한 놈이라고. 난 이제 어쩌면 좋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