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김)태균이가 다리를 만지작 거리더라고요.”

한화 한용덕 감독은 촌철살인의 대가다. 민감한 질문에도 재치있는 입담으로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정근우와 김태균(이상 36)의 묘한 포지션 경쟁에도 한 감독의 특유의 촌철살인으로 배려와 경의를 동시에 표했다.

한 감독은 6일 수원 케이트 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와 정규시즌 원정경기를 앞두고 “휴식기에는 말그대로 휴식을 많이 부여했다. 7, 8월에 선수단 전체가 피로감을 느낄 것으로 예상해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우리 입장에서는 최적의 스케줄이라고 생각했다. 휴식기 이후 베테랑들이 승부처 때마다 한 수 위의 기량을 발휘해준 덕분에 고마운 마음을 담아 늘 베테랑들 칭찬만 하고 다닌다”며 웃었다. 지난 4일 5일 대전 롯데전에서도 김태균과 송관민, 이성열 등이 돌아가며 결정적인 홈런을 쏘아 올려 연승 무드에 불을 켰다.

중심타선이 맹활약할 수 있도록 공수에서 희생아닌 희생을 하고 있는 정근우의 역할도 한화 상승세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 특히 종아리를 부상해 장시간 자리를 비운 김태균을 대신해 주 포지션인 2루가 아닌 1루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 감독은 “(정)근우가 타석에서도 짧게 끊어치려고 노력하는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비도 의욕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복귀한 김태균이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어 자연스럽게 포지션 경쟁에 관심이 모였다. 수비를 해야 타격 리듬을 유지할 수 있는 선수가 많기 때문에 ‘건강한 김태균’이라면 당연히 주 포지션인 1루로 나서야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 감독은 “(김)태균이가 미트 자체를 안끼려고 한다. 훈련을 시키려면 자꾸 다리쪽을 만지작거린다”며 웃었다. 정근우가 당분간 주전 1루수로 출장한다는 의미다.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든 한 감독은 잠깐 뜸을 들인 뒤 이내 본심을 드러냈다.

그는 “(김)태균이가 복귀한지 얼마 안됐고 민감한 부위를 다쳤다. 혹시 수비를 하다 재발할 가능성이 있어서 조심스럽다. (정)근우가 1루 수비에 자신감을 갖기 시작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포지션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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