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즈음이 되면 우리 집 거실에서는 야구 중계가 들려왔다. 어머니는 저녁에 가족이 다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에 야구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지만, 우리 아버지의 눈빛은 알겠다는 말씀과는 다르게 눈길은 텔레비젼을 항상 향해 있었다. 그러한 아버지의 영향일까, 나는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했고, 한화이글스의 팬이 되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의 어렸을 때의 기억 속에는, 지금은 추억의 선수들이 된, 펠릭스 피에,  이양기 등등의 선수들이 있다. 그때의 나는 이양기 선수를 굉장히 좋아했다. 어딘가 구수한 외모에 호감이 갔던 것일까. 평탄치는 않았던 그의 야구 인생에 대해서 알게 되고 나선, 그의 팬이 되었다. 나의 첫 번째 유니폼 뒤에는 김태균, 장종훈, 혹은 류현진이 아닌 이양기가 있었다. 운 좋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일 야구 교실에 참가하게 되어 이양기 선수를 만났을 때, 나의 심장은 어느 때 보다 더 빨리 뛰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 나의 나이가 어느덧 중학생이 되었을 때, 우리 가족은 독일로 이민을 가게 되었는데, 사실 외국에서 아시아인으로 산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 이  아닐 수 없는데, 학교에 가면 말도 통하지 않고, 손으로 눈을 찢거나, 혹은 당시 강아지를 키웠었는데, 그 강아지를 잡아먹으려고 키우냐는 등 놀림거리 가 되기 일수 였기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었다. 한화이글스는 이때의 나에게 꿈이자 희망이 되어 주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고, 모두가 꼴지 후보로 예상했던 2018년 보란듯이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한화 이글스 덕에 나는 삶의 원동력을 얻었고, 덕분에 다행히 적응을 잘 할수 있었다. 

사람들은 얘기한다, 한화이글스를 왜 응원하냐고, 만년 꼴찌를 응원해봤자 뭐하냐고. 하지만 우리는 안다, 한화 이글스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지금 가을 야구를 위해 고분분투 하고 있는 상황인데, 비록 이번에 가을 야구를 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나는 굳게 믿어 의심치 않다. 그때의 이양기 선수가 그랬던 것처럼, 그때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한화 이글스는 다시 일어나 결국 비상할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