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개인적인 목표는 없습니다. 그저 남은 기간 팀에 도움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돌아온 한화의 ‘불꽃남자’ 권혁(35)이 굳은 각오를 전했다. 삼성에서 수많은 영광을 맛본 뒤 2015시즌을 앞두고 한화로 이적해 제 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 권혁은 한화 불펜에서 필승조로 자리매김하며 불꽃같은 투혼을 보여줬다. 이적 첫 해 무려 112이닝을 소화하며 몸을 아끼지 않았고, 2016시즌에도 95.1이닝을 던지면서 한화에 헌신했다. 혹사 논란도 불거졌지만 개의치 않고 묵묵히 마운드에서 공을 뿌렸다. 하지만 단기간 많은 공을 던진 여파는 고스란히 돌아왔다. 지난 시즌 37경기에서 31.1이닝을 던지는데 그쳤고, 8월 이후 더 이상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올시즌에도 좀처럼 구위와 구속이 올라오지 않아 오랜 시간 2군에 머물렀고,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끝나고 나서야 1군에 등록됐다.

권혁의 가세는 좌완 투수가 부족한 한화 불펜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올시즌 선발난을 겪고 있는 한화는 불펜진에 대한 의존도가 큰 상황이다. 이럴 때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의 합류는 그 자체로 큰 힘이 된다. 젊은 투수들도 권혁을 보면서 배울 점이 많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권혁이 팀이 필요할 때 올라와 큰 힘이 되고 있다. 현재 몸상태가 최대치라고 본다. 만족한다”라며 미소지었다.

권혁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선수가 부상으로 빠져있는 건 큰 스트레스다. 심적으로 많이 힘든 기간이었다. 그저 마운드에 빨리 오르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이어 “지금은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남은 시간도 중요하니까 늦게 합류한 만큼 어떤 상황에 나가든 최선을 다하는게 내 역할”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화는 지난 2007시즌 이후 11년만에 가을야구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6번의 우승 경험이 있는 권혁은 존재만으로도 후배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권혁은 “포스트시즌 경험은 쉽게 할 수 없다. 나도 21살 때 처음 가을 야구를 경험했고 정상에도 올라가 봤지만 가을 야구는 해마다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더불어 “백마디 얘기보다 직접 피부로 느끼는 것이 제일 좋다. 아무래도 큰 경기니까 심리적으로 긴장이 될 텐데 시즌 외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즐겼으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한 해 한 해 발전한다. 돌이켜보니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거더라.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자산이 된다”며 팀 내 어린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남은 시즌 권혁의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그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생각 뿐이다. 권혁은 “늦게 팀에 합류한 만큼 미약하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후배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불꽃남자’ 권혁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