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펼쳐진 3차전은 내심 출전 기대를 했었습니다. 한 번 지면 끝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게 기회가 주어질 거란 예상도 해봤습니다. 물론 상대팀 투수와의 전적이 저보단 마자라가 더 앞서 있기 때문에 선발이 아니라면 나중에 교체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닝이 바뀔 때마다 계속 더그아웃 뒤편에서 방망이를 잡고 스윙 연습을 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타석에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나 제러드 호잉이 외야 수비를 보고 타석에 들어서는 걸 지켜볼 땐 형언하기 어려운 심정이 되더군요.

물론 압니다. 제가 나가서 경기 결과를 뒤집거나 변화를 주리란 보장이 없다는 사실을. 헛스윙 삼진을 당할 수도, 내야 땅볼로 아웃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포스트시즌의 마지막을 벤치에서 끝낼 거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 모든 원인은 제가 부상을 많이 당했고, 그로 인해 정상적인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 때문일 겁니다. 그래도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마지막 타석에 제가 아닌 제러드 호잉을 내세운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경기 후 클럽하우스는 초상집 분위기였습니다. 실수를 저지른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며 자책하고 있었고, 다른 선수들도 할 말을 잃은 채 의자에서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전 일일이 선수들 등을 두들겨 주고 수고했다는 말을 전한 다음 제일 먼저 샤워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