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타자 둘과 투수 하나. 결론부터 보자면 당장은 현실적으로 성사 가능성이 거의 없는 조합이다. KBO리그 어느 구단도 3명 보유에 투타 포지션을 나눠 뽑아야하는 현 외국인선수 제도에서 투수는 1명에 타자 2명을 쓰고 있지 않다. 

전 구단이 너무 당연한듯 투수 2명, 그것도 선발투수 2명에 타자 1명의 조합을 이루고 있다. 이는 한 경기에 외국인선수 2명만 기용할 수 있는 관련 조항과 KBO리그 전반의 선발투수 기근이 어우러져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번쯤 거꾸로 가고 싶은 구단이 있을지 모른다. 가령 검증된 정상급 기량의 외국인타자 2명을 같은 라인업에 넣고 거의 매일 경기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이다.

최근 타자 용병과 궁합이 척척 맞았던 한화는 심각하지 않은 수준에서 ‘생각’ 정도는 한번 해본 모양이다. 일본에서 들려오는 갖가지 소식에 자연스레 스치듯 나눈 의견 정도로 듣는 것이 사실 맞을 것 같다.

한화는 제라드 호잉이라는 ‘복덩이’ 외야수와 한 시즌을 보냈다. 내년 시즌에도 함께 할 대상이다. 그런데 지난해까지 함께 한 외국인타자로, 지금은 일본프로야구 한신 소속인 윌린 로사리오가 KBO리그 복귀를 원한다는 소식이 나오며 가벼운 검토는 해볼 만 했다. 

우선 로사리오가 한화에서는 꽤 경쟁력 있는 타자였다. 2016년부터 2년간 타율 3할3푼에 70홈런 231타점을 올리며 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쳤다. 이에 호잉과 로사리오가 나란히 중심타선에 선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하는 상상을 미디어와 팬 뿐 아니라 구단에서도 해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팀내 선발 투수 부족으로, 외국인타자 둘을 묶는 고민은 몇 걸음을 더 나가기 어려웠다. 한화에서도 살짝 아쉬움은 따를 일이었다. 혹여 선발진 가운데 KIA 양현종 또는 SK 김광현 같은 ‘용병급’ 선발투수를 갖추고 있었다면 검토 과정이 조금 더 구체화될 만도 했기 때문이다. 

또 한화가 아니더라도 토종 선발진만 튼튼한 팀이라면 아예 외면할 조합은 또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선발투수라고 해도 부상과 부진으로 두자리 수 승수에 이르지도 못하고 애매한 피칭만 거듭하는 경우라면 똑똑한 외국인타자보다 팀공헌도가 나을 게 없기 때문이다.

‘호잉과 로사리오’ 조합은 아직은 상상 속에 있다. 그러나 국내투수 자원에 변화가 나타날 어느 날에는, 과감한 선택을 하는 구단이 나오지 않을까.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