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만 하다가 끄적여볼게.

이용규가 FA 때 한화를 선택한 중요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돈이었다면 기아가 제시한 금액과 얼마 차이나지 않았으니 그건 제외.

그렇다면 그냥 기아라는 팀이 싫어졌을 것.

현재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한화라는 팀에 대해서 싫어졌다는 것.

그렇다면 이제 그 원인을 찾아야겠지.

이용규는 왜 갑자기 한화가 싫어졌을까?

방금 이용규가 한 인터뷰를 다 믿지 못하겠지만, 타순 수비위치와 같은 것이 아니라면,

결국 '야구 외적인 것'이 한화라는 팀이 싫어진 직접적인 원인이지 않을까?

다시 기아에서 한화로 오게된 FA 계약 때를 살펴보자.

이때 이용규는 국대 테이블센터로 입지가 굳건했으며, 어느 구단이라도 탐을 냈던 자원이었어.

그런데 '굳이' 이용규가 한화를 택한 이유는, 돈뿐만이 아니라 자신을 강하게 원한다는 구단, 그럼으로써 높아지는 자존심.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최진행'이 주전으로 있었던 팀이었을꺼야.

그래서 정근우 역시 위와 같은 이유로 김태균이 있는 한화로 둥지를 옮길 수 있었지.

즉, 돈+가치+사람 이 조합되어 한화라는 구단이 좋아지게 되었고, 택할 수 있었어.

이제 현재로 다시 시점을 돌려서 '돈+가치+사람'을 생각해보자.

돈? 26억이지만 반토막짜리 26억이지. 옵션 비중이 반을 차지한다는 것을 보면

가치? 가치 역시 하향되었어. 예전에 자신을 강하게 원하던, 자신이 가치있다고 여겨주던 구단이 아니야.

사람? 이게 가장 중요할 수 있는데... 예전에 4번타자로서의 최진행의 위엄은 없어졌다고 봐. 그러면서 최진행 역시 구단에서 입지를 잃어가고 있지.

그래서 주전은 고사하고, 최근 부상 때문에 2군에 내려가 있는 상태야. 그리고 최진행의 주포지션은 '좌익수'라는 점.

이용규의 변경된 포지션도 '좌익수'야. 가장 친한 친구와 경쟁한다는 것은 뭐랄까..

원래 한화에 온 이유도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즐겁게 야구하려고 왔을텐데.. 함께 포지션 경쟁을 한다는 것이 슬펐지 않았을까?

이용규가 스프링캠프에서 구단에게 트레이드를 첫 번째로 요청했을 때 아마도 이런 것을 염두해두었고,

최진행 부상이 3월 12일. 이용규가 트레이드 요청한 것이 3월 15일 저녁.

최잰행 부상은 스스로에 의한 것이었지만, 최진행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남으려고 열심히 하다가 다치게 됨. 알게모르게 둘은 치열하게 경쟁하게 된거야.

"최진행이 부상이니 포지션 경쟁이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은 것이 아니냐?"라고 물어볼 수 있지만, 결국 6주 후에 최진행이 돌아온다면 경쟁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는 없지.

물론 이것은 뇌피셜이지만, 지금까지 나온 기사들과 좀 전에 나왔던 이용규의 인터뷰를 보았을 때, 간단히 타석이나 수비변경, 경쟁 등과는 다른 느낌이 들어서..

그리고 당연히 잘못했지. 본인도 그것을 인터뷰에서 인정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내 뇌피셜이 사실이라면 이용규는 절대 사실을 말할 수 없을꺼야.

그러면 오히려 최진행에게도 미안해지니까.

정리해보자.

이용규가 한화에 온 이유는 '돈+가치+사람'이었다.

그런데 현 상황에서 세 가지 모두를 따져보았을 때 한화에 있을 이유가 사라졌다.

특히, 최진행과 포지션 경쟁을 해야한다는 것은 본인에게 큰 죄책감 및 한화에 대해서 정을 떨어지게 만들었다.

따라서 구단에게 트레이드를 요청하였다.

이렇게 본다면 이용규는 한화라는 팀 입장에서, 그리고 팬 입장에서는 팀을 위한 선수가 아닌 개인만을 위한, 그래서 프로정신이 결여된 선수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용규 개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사태는 본인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스스로 파국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었지 않았을까?

내 얘기는 추론에 근거했을 뿐이야.

뭐가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가 문제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자.

그저 한화의 팬으로 이용규에 대해서 너무 화가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감정은 접어두고 '왜' 이용규가 이런 극단적 선택을 바보처럼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해보고 싶었어.

주저리주저리 긴 이야기 들은 사람들에게 고맙고, 비오는 날 막거리에 파전이 먹고 싶어지는 날이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