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원래 양홍원의 노래를 많이 듣는 편이 아님. 그리고 팬도 아니고.

이걸 전제로 깔고 들어갈게. 이전까지 사전 곡들이나 정보 하나도 모르고 안 들어봤음. 

양홍원 오보에나 스트레인저도 오 나쁘지 않게 뽑았구나. 근데 아쉽다. 언오피셜보이보다 앨범은 못 뽑는 아티스트구나. 이런 느낌만 받았었음.

근데 이번 슬로모는 확실하게 내 취향이었다. 

난 원래도 레게톤/트랩톤. 댄스홀 음악들을 좋아했고 특히 아누엘 아, 오즈나 노래랑 제이발빈 많이 들었었다. 배드버니는 말 할 것도 없음.

그 뎀보 리듬에 멜로디 깔고 흥얼거리는 음악들 들으면서 아... 김치래퍼들 이런 건 언제 해줄라나...... 이랬었음. 

당연히 김치애들은 ㅈ되는 훅 못짜고 레게톤 만들어도 안 팔리니까 안 했으리라 믿었지. 

국힙에서 레게 태그 치면 나오는게 루드페이퍼, 스컬 쿤타 뭐 이렇게 끝이잖아. 근데 난 저런 요즘 레게에 트랩비트랑 멜로디컬 랩 올라간 걸 좀 더 좋아했거든. 그런면에서 슬로모는 완전히 취향에 맞는 앨범이었다.

1번트랙, 인트로부터 뒤에 깔리는 뎀보리듬 퍼커션에 어! 혹시..... 하고 살짝 기대했고 랩은 역시 잘하는구나.. 이렇게 들었는데

2번트랙 들어가자마자 눈이 확 떠졌다. 인트로부터 개씹  2018-9년도의 푸에르토리코 살사냄새에 와 이걸 김치앨범에 넣는다고? 이러면서 바로 고쳐앉음. 

진짜 딱 듣고 어 씨발 이새끼 코리안 배드버니가 될라고 이런걸 만들었나?  이번 트랙만 그런거겠지?

응 아니야 3번도 4번도 쭉 레게톤 조져~ 바로 좋아요 눌러서 플리에 집어넣었다. 

뭐 양홍원이 이거(레게) 했다! 개쩐다! 이거보단 나는 어디에 더 점수를 주고 싶었냐. 

그냥 씨ㅣㅣㅣ발 들리는게 한글 아니었으면 레게하는 남미 애 음악이겠다 싶은 그 해석을 칭찬하고 싶음. 

블라세가 드릴하는거 뭐 사람들이 김찌먹고 된찌먹는애들이 드릴 이러면서 까도 못까는게 김치먹고 본토처럼 드릴 만들고, 개라지에 랩 뱉고 그라임 비트에 뱉는게 자연스럽고 확실한 이해도를 가진 상태인건 맞잖아.

양홍원 이번 앨범도 장르의 이해를 확실하게 하고 노래하고 있다는 걸 느껴서 좋았음. 물론 뭐 앨범 완성도도 괜찮고 가사는 그닥이긴 한데. 이건 원래 레게톤 가사가 다 클럽섹스 대마섹스 끈덕지게 섹스 이런거라 그러려니 했다.

비트는... 그냥 레게톤 타입비트 쓴 것 같더라. 근데 이게 오히려 본토느낌 내는 핵심이라 괜찮았다. 어줍잖은 김치 비트싸개가 이런 거 만들어봐- 시켜서 찍은거 썼으면 개씨발 ㅈ같은 트랩드럼 티기기기긱 딸딸이친 비트에

 존나 리드머같은 새끼들만 듣고 비트가 ㅈ되네요 이러면서 '누구누구 비트메이커와 양홍원의 합주는 씨발나게 좋았다' 이지랄 써놓고 3점 줬을 삘인데. 

그냥 타입비트 쓰니까 김치향 싹 빠지고 바로 빵디 흔들고싶은 그 튀기냄새나는 비트에 여름느낌 나잖아.

7번 비트는 하이프하이프가 찍은거 괜찮았음. 무작정 김치비트메이커 혐오할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고. 그냥 캐치를 잘 했으니까 좋게 들렸음.

그리고 랩도 잘 뱉어서 듣는 내내 지루하거나 질리지 않고 딱 적당했음. 이런 거 김치들이 못 지키는거 있잖음. 

멜로디컬한 라인에 쿵 닥 쿵딱 뎀보리듬 나오는데 여기서 갑자기 지구인같은 래퍼가 개씹고음 히! 요! 삐끼삐기 거리면 바로 음악 꺼버리지 이걸 왜 듣겠음. 과하게 지랄하면 안 되는 장르에서 개인 기량 묻어나게만 뱉어준게 호감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6번 (근데) 트랙은 듣다가 아 이거. 뭐 하고싶은지는 알겠다. 

Tainy의 앨범[DATA] 같은 느낌 내려고 했구나.  근데 이거 김치 리스너가 듣고 좋아할까. 바로 이 생각 들더라고.

그리고 [DATA] 같은 느낌은 받았는데 그 앨범만큼의 충격은 못 받았다. 그냥 카피한 느낌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타이니의 그 앨범은 진짜 혁신적이라고 생각하니까 혹시 레게톤 들어볼 생각이면 나중에 한번 힙붕이들도 들어주라.

암튼 결론은 아주 재밌게 들었다. 트랙 수도 딱 8곡에 20분 듣기 편하게 담았고 곡들 유기적인 것도 괜찮았음.

나는 앨범 들을 때, 다른 건 몰라도 다시 '듣고싶어지는 앨범' 이게 앨범평가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함.

아무리 전위적이고 혁신적인 앨범이 있어도 나중에 이걸 다시 들을 수 있냐. 물으면 아니오 나오는 앨범들 많잖음. 

와 메세지 지린다! 와 비트 존나 복잡하고 신기하다! 와 랩 개잘했다! 근데 이거 또 들어? 흠......

이 앨범의 수록곡을 플리에서 돌리다가 발견했을 때 앨범을 다시 듣고 싶어지는가. 에서 이번 앨범은 지켜지는 부분이 있다.

나는 슬로모 앨범은 다시 들을 거 같음.

한줄평:

이번 앨범이 혁신적이냐 물으면 그건 아닌데, 내 안에서 양홍원 이라는 래퍼의 인식은 싹 바꾼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