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홈메이드 아이스크림: 바닐라, 초코, 그리고 소프트콘

Nit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12.27 17:07:48
조회 72359 추천 708 댓글 364

- 홈메이드 아이스크림: 바닐라, 초코, 그리고 소프트콘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295e9f0b2ef98977a98e7601896a8d4c033dcdedd60b2fd1a142e2fcb6e2f


유치원 다닐 무렵의 기억이라고 하면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야 성인이 된 후에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래 전, 아직 꼬꼬마 유치원생일 그 무렵 현장 학습에서 벌어졌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그 때 있었던 일이 어지간히 충격적인 경험이었다고 봐도 되겠지요.

현장 학습이라고는 해도 그닥 거창할 것은 없었습니다. 그냥 유치원 주변의 지하상가를 줄지어 걸어다니며 구경하는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선생님이 일정을 설명하면서 중간에 휴식을 하며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라고 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이스크림. 커다란 고깔모양 과자에 듬뿍 담긴, 하얗고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한 마법의 음식이었습니다.

주변에는 파는 곳도 없어서 놀이공원 놀러 갈 때나 맛볼 수 있었던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니!

당연히 옷가게건 문구점이건 눈에 들어올 리 없었고, 가게 하나 지나칠 때마다 줄에서 빠져나와 선생님에게 선생님, 아이스크림 언제 먹어요?라며 귀찮게 굴었죠.


그리고 마침내 지하 상가 광장에 도착해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들뜬 마음을 추스리며 아이스크림을 기다리던 순간,

선생님이 들고 오는 검은 색 비닐봉지를 보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내 손에 쥐어진 것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아닌, 흔하디 흔한 아이스바. 

물론 캔디바가 맛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만, 난생 처음으로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아빠가 케이크를 사 오마라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막상 열어보니 카스테라가 나왔다면 아무래도 실망하기 마련이지요.

차라리 처음부터 하드나 아이스바를 먹는다고 했으면 딱 그만큼만 기대를 했을 것을, 아이스크림이라는 말에 소프트콘을 기대했던 입장에서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달까요.

그 마음도 모르고 옆에서 계속 어때, 아이스크림 먹으니 좋으니? 맛있어?라며 계속 말을 거는 선생님의 친절함은 야속할 뿐이었구요.

 

그래서일까요.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면 항상 캔디바를 손에 들고 울먹거리던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오릅니다.

애증의 아이스크림. 

만드는 재료로는 우유와 크림, 설탕, 소금, 달걀, 바닐라 빈이 들어갑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295e9f0b2ef98977a98e7601896a8d4c033dcdc8f30e4ae19089014994029


바닐라 빈은 반으로 갈라서 속에 든 씨앗을 긁어냅니다.

바닐라 엣센스를 쓸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맛의 깊이에서 차이가 좀 납니다.

매번 바닐라 해체하기가 귀찮다면 바닐라 빈 꼬투리를 설탕 속에 묻어둬서 바닐라 설탕을 만든 다음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닐라를 가르면 온 집안에 퍼지는 특유의 달콤한 냄새가 매력적이라 좀 번거롭더라도 칼로 긁어내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295e9f0b2ef98977a98e7601896a8d4c033dcdf8863e3a84ecd86df1123af


달걀은 노른자만 분리해서 설탕의 절반 분량을 넣고 거품기로 저어줍니다.

하얗게 거품이 올라오다가 크림처럼 걸쭉해지면 준비 완료.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295e9f0b2ef98977a98e7601896a8d4c033dc8dde33eba941b0b00e92e1a2


우유와 생크림을 1:1로 섞고 바닐라 빈 씨앗과 꼬투리, 설탕의 나머지 절반를 넣은 다음 끓을락말락 할 때까지 가열합니다.

너무 오래 가열하면 끓어 넘치고, 우유 비린내도 나고, 무엇보다도 노른자 크림과 섞었을 때 노른자가 익어버립니다.

김이 오르고 거품이 조금씩 올라오면 불에서 내리고, 한 국자씩 퍼서 노른자 크림에 넣어서 섞어줍니다.

귀찮다고 한 번에 왕창 섞으면 달달한 계란탕이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만든 아이스크림 원료는 냉장고에 서너시간 정도 넣어서 차게 식혀줍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295e9f0b2ef98977a98e7601896a8d4c033dcdc8b63e0af4da82b399a77c1


아이스크림 기계에 넣고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돌려주면 완성.

이 기계를 살 때까지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위해 했던 노력들은 그야말로 장대한 삽질의 역사였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잡지에서 집에서 아이스크림 만드는 법이라는 기사를 읽고 나서부터였지요.

생크림과 우유와 설탕을 섞은 다음 냉동실에 얼리면서 수시로 꺼내서 포크로 긁어주면 된다던데... 결과물은 그냥 우유 빙수.

얼음에 굵은 소금을 뿌리고 보울을 얹어서 우유를 붓고 계속 저어주면 된다길래 시도했지만... 결과물은 밀크쉐이크.

큰 마음 먹고 구입했던 냉매형 아이스크림 기계는 밥솥만한 냉매 통을 냉동실에 이틀동안 얼려야 하는 수고는 둘째치고, 

돌리고 나서 30분만 지나면 녹아버리는지라 언제나 2% 부족한 결과물만 나오고...

결국 자체 냉동 기능이 있는 기계를 구입하고 나서야 고난의 행군은 막을 내립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295e9f0b2ef98977a98e7601896a8d4c033dcda8836e1ae4c8c93a1e3cb8b


아이스크림 원료가 얼면서 부피가 점점 늘어납니다.

얼음이 사각거리는 식감이 아니라 부드럽고 쫀득쫀득한 식감의 아이스크림은 기계 안 쓰면 만들기 어렵더군요.

우유의 수분을 아주 작은 얼음 알갱이로 얼리는 것이 관건인데, 유지방과 당분을 섞어서 지속적으로 냉각하면서 저어줘야만 가능하거든요.

얼음 알갱이에 지방과 자당이 들러붙으면서 큰 얼음이 어는 것을 막고, 작은 얼음 알갱이 사이로는 공기층이 형성되면서 아이스크림 특유의 식감을 만들어 냅니다.

이 미묘한 차이에 따라 우유 얼음과 우유 빙수와 밀크 쉐이크와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하드 아이스크림이 나뉘게 되지요.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295e9f0b2ef98977a98e7601896a8d4c033dcd08b63e7fe4ce27a6e8ef7c8


냉동실에 넣어서 완전히 경화시키기 전에 한 주걱 떠서 짤주머니에 넣고 짜서 소프트콘을 만들어 봅니다.

누가 최초로 아이스크림을 과자로 만든 고깔에 넣어서 먹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 박람회 때 만들어졌다는 설입니다.

날이 워낙 더워서 아이스크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종이 접시가 다 떨어져서 곤경에 처한 아이스크림 장수.

그리고 그 옆에는 더운 날씨 탓에 파리만 날리던 와플 부스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한 끝에 접시 대신 와플을 말아서 아이스크림 그릇으로 썼더니 대박을 쳤다는 일화지요.  

코카콜라도 그렇고 모스코 뮬도 그렇고, 실수와 실패에서 비롯된 발명품의 이야기는 뭔가 매력이 있는 듯 합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295e9f0b2ef98977a98e7601896a8d4c033dcd08863ebff1be847098a5bf0


유치원 때의 그 사건 이후로 가끔은 캔디바가 아니라 구구콘이나 월드콘이었다면 납득할 수 있었을까라고 상상을 합니다.

하지만 반경화 상태의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완전히 얼린 하드 아이스크림은 그 식감 차이가 크기 때문에 결국은 실망했을 겁니다.


아이스크림 기계에서 갓 나온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통에 담아서 냉동실에 넣고 반나절~하루 정도 완전히 얼려줍니다.

아이스크림은 유통기한이라는 게 없는지라 일단 만들어 놓으면 계속 두고 먹을 수 있죠.

사실 이렇게 한 통 가득 만들어도 며칠이면 다 없어지기 때문에 굳이 유통기한 따질 필요가 없기도 하구요.

아이스크림 원료에 코코아 가루와 초콜렛 소스를 섞어넣은 초코 아이스크림도 만들어서 함께 얼립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295e9f0b2ef98977a98e7601896a8d4c033dcda8b36e4f34edd4dbfddb5f4


완성된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씩 떠서 놓으면 완성.

레스토랑을 가면 간혹 아이스크림을 요상한 타원형 모양으로 떠서 주곤 하는데 퀸넬(Quenelle) 혹은 끄넬이라고 하는 기술입니다.

원래는 프랑스 리옹 지방의 요리로, 고기나 생선을 럭비공 모양으로 조리한 메뉴를 퀸넬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그와 비슷한 모양으로 음식을 뜨는 것을 통틀어서 퀸넬이라고 합니다.

숟가락을 앞쪽으로 밀어내다가 반대 방향으로 돌려서 아이스크림을 타원형으로 긁어오면 됩니다.


접시 위에 그냥 올리면 아이스크림이 빨리 녹기 때문에 호두와 아몬드 조각을 뿌리고 그 위에 올려줍니다.

포크 위에 코코아 가루와 슈거파우더를 뿌려서 모양 내는 것도 은근 재밌네요.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295e9f0b2ef98977a98e7601896a8d4c033dc8e8c34e2f34bf297b0caefb4


아이스크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 많은 사람들이 즐겨왔습니다.

알렉산더 대왕과 네로 황제가 알프스 만년설을 떠서 우유와 꿀을 섞어 먹었고, 고대 중국에서도 물소젖을 얼려 먹었다고 하니까요.

똑같은 우유인데도 얼리면서 조금 저어주기만 하면 딱딱한 얼음과는 다른,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 된다는 사실은 조그만 차이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초콜렛이나 딸기, 녹차, 혹은 호불호가 갈리는 민트에 이르기까지. 

약간의 부재료만 더해도 정체성이 확확 바뀐다는 점에서는 무한한 가능성의 상징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해서 만들어 본 케이크, 부쉬 드 노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베이커리 업계에는 언제나 비상이 걸립니다. 

적게는 일 년 매출의 10%에서 많게는 30%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양의 케이크가 단 하루이틀 새에 다 팔려나가기 때문이죠.

이제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종교와 관계없이 전 국민이 즐기는 명절 풍속의 하나로 자리잡은 듯 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리가 흔히 사 먹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일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1960년대 일본 가정에 냉장고가 보급되기 시작하고, 비닐하우스 딸기가 겨울에도 출하되면서 

'후지야'라는 제과점이 하얀 생크림과 빨간 딸기를 조합시킨 딸기 쇼트케이크를 크리스마스 시즌 상품으로 판촉한 것이 그 시작이거든요.

일본이 버블 경제로 호황을 누리던 1980년대 전후로, 서양 문화에 대한 선호와 경제력이 맞물리면서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렸고, 

'성탄절에는 하얀 버터크림과 크리스마스 장식이 꽂혀있는 케이크'라는 공식이 성립되었습니다.


실제로 서양에서 전통적으로 먹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버터 케이크보다는 아이싱을 올린 과일 케이크나 푸딩, 고기 파이, 파운드 케이크 등이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과점에서 볼 수 있는 케이크 중에도 나름 유서깊은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있으니, 프랑스식 크리스마스 케이크인 부쉬 드 노엘이 바로 그것입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19be9f0b2ef98977ab4b2e0879a3e6a24421064850e183136343fa54d5831


우선 케이크 시트 재료로는 달걀, 버터, 설탕, 밀가루와 코코아 파우더가 들어갑니다.

달걀과 버터는 만들기 한시간 전에 미리 꺼내서 찬 기운을 빼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외에도 생크림과 초콜렛이 재료로 사용됩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19be9f0b2ef98977ab4b2e0879a3e6a2442103fd358193c62aa63814d21bd


달걀을 거품기로 휘핑하면서 설탕을 슬슬 나눠서 넣어주면 밝은 색깔의 크림이 됩니다.

여기에 밀가루와 코코아 가루를 체 쳐서 넣고 거품이 죽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주걱으로 슥슥 섞어줍니다.

반죽을 한 국자 떠서 녹인 버터에 넣고 섞은 다음, 이 버터 반죽을 본 반죽에 섞어줍니다.

사각팬에 유산지를 깔고 반죽을 골고루 부어준 다음 탕탕 내리쳐서 공기 방울을 빼 줍니다.

180도 오븐에 약 10분에서 15분 가량 구워줍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19be9f0b2ef98977ab4b2e0879a3e6a24421062d25c4d3f318333a763614f


케이크가 구워지는 동안 설탕 시럽을 만들어 줍니다.

설탕과 물을 1:2 비율로 섞고 여기에 키르쉬(체리술)을 약간 부어준 다음 팔팔 끓여서 식히면 완성입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19be9f0b2ef98977ab4b2e0879a3e6a2442103083084b3f311f7224e8c79c


다 구워진 케이크 시트는 유산지를 떼내고 식혀줍니다.

너무 뜨거우면 크림을 발라도 다 녹아버리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달걀과 설탕, 버터와 밀가루를 이용해서 만든 케이크를 제누아즈라고 하는데,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제노아 지방에서 만들기 시작해서 붙은 이름이지요.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19be9f0b2ef98977ab4b2e0879a3e6a24421067865c436b313cb45214ccf7


제누와즈가 식는 동안 초콜렛 커버춰를 녹여줍니다.

케이크나 생크림에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관계로 초콜렛은 다크 초콜렛으로 선택했습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19be9f0b2ef98977ab4b2e0879a3e6a24421031d2084b3161a889d11f59d6


생크림을 80%정도 휘핑합니다. 거품기를 들어올렸을 때 묻어나오는 거품의 끝부분이 살짝 구부러지면 됩니다.

여기에 녹인 초콜렛을 조금만 남기고 다 넣어서 섞어줍니다.

원래대로라면 조금씩 넣어서 잘 섞이도록 해 주는게 정석인데, 이번에는 거친 질감을 내기 위해 왕창 때려넣었습니다.

이렇게 한꺼번에 넣으면 초콜렛이 굳으면서 나중에 케이크에 발랐을 때 중간중간 나무 껍질이 일어나는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19be9f0b2ef98977ab4b2e0879a3e6a24421065d2554b6d61e3f6e847f73d


케이크 시트에 설탕 시럽을 뿌리고 크림을 발라줍니다.

유산지를 김 발처럼 이용해서 김밥 말듯 케이크를 말아줍니다.

설탕 시럽을 뿌리지 않으면 식어서 딱딱해진 케이크의 옆구리가 터져나가기도 합니다.

뭐, 그런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나중에 크림으로 보수 공사를 하면 되긴 합니다만.

돌돌 말린 롤케이크는 유산지 채로 냉장고에 두세시간 쯤 넣어둬서 굳혀줍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19be9f0b2ef98977ab4b2e0879a3e6a24421067875e4b3d61a84e46f16f43


접시에 유산지 두 장을 잘라서 깔고, 그 위에 케이크를 올립니다.

케이크 한 쪽 끝을 잘라 옆에 붙여서 가지를 만듭니다.

크림을 골고루 발라서 덮어줍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19be9f0b2ef98977ab4b2e0879a3e6a24421060830c436832d7aa94884c82


크림을 바르면서 살짝 살짝 누르거나 긁어내서 거친 나뭇결을 표현해 줍니다.

아까 남겨뒀던 녹인 초콜렛을 붓으로 발라서 나무껍질을 입혀줍니다.

마지막으로 슈가파우더를 뿌려서 눈 덮인 장작을 표현해주면 완성.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19be9f0b2ef98977ab4b2e0879a3e6a2442103f820b4330663658e4680076


프랑스식 크리스마스 케이크, 부쉬 드 노엘입니다. 해석하자면 크리스마스(노엘)의 통나무(부쉬)라고 할 수 있겠네요.

보통 케이크 위에 머랭이나 마지판으로 만든 버섯을 올리기도 하고, 솔방울 모형이나 크리스마스 장식을 꾸미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 통나무처럼 생긴 케이크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장식 다 생략하고 최대한 나무 비슷하게 만드는 데만 주력했습니다.


사실 이 케이크도 그렇게 기독교적인 케이크는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성찬용 밀빵 빼면 진짜 기독교적인 케이크라는 건 없겠지만요) 

기독교가 전파되기 전의 켈트족이 동짓날을 기념해서 태우던 나무 장작이 부쉬 드 노엘의 원조거든요.

앞으로 해가 점점 더 길어지는 것을 기념하며 통나무에 불을 붙이고 밤새도록 그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도중에 불이 꺼지면 불운을 불러온다고 해서 다들 조심스럽게 불을 지켰고, 

타고 난 재는 질병을 물리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해서 다들 소중히 간직했습니다.

그러다가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켈트족의 풍습은 자연스레 성탄절 풍습으로 바뀌었고, 

사람들은 성탄절이 되면 벽난로에 장작을 태우며 그 전통을 이어갔지요.


viewimage.php?id=2bb2df22&no=29bcc427b28177a16fb3dab004c86b6f1241ce450ebd83e19be9f0b2ef98977ab4b2e0879a3e6a2442103ed20b4e3f3ba8412ef1f362


장작이 나무 모양 케이크로 바뀌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습니다만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나폴레옹과 관련된 일화입니다.

나폴레옹은 겨울철 질병이 급증하는 이유가 벽난로를 통해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믿었고, 

파리 시민들에게 겨울철 벽난로 사용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옷을 더 껴입게 만들어서 의류 산업을 활성화시키려는 계획이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반항으로 파리의 제빵사들이 통나무 모양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부쉬 드 노엘 케이크의 시작이라는 이야기지요.

현실적으로 봤을 때는 열 시간 넘게 장작을 태우는 게 힘들고 소모적인데다가 

나중에는 난방기구와 조리기구의 등장으로 벽난로가 점점 사라졌기 때문에 통나무 모양 케이크가 만들어졌다는 설이 더 설득력 있기는 하지만요.


생각해보면 유래야 어찌되었건 성탄절을 즐겁게 보내면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성탄절이 상업적으로 변질된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했지만, 애초에 크리스마스의 시작 역시 종교계의 파워게임이 만든 결과물인걸요.

크리스마스는 예수님 생일이 아니라 예수님 생일을 축하하는 날이고, 12월 25일이 지정된 이유는 이교도들의 동지 축제를 밀어내기 위해서였다는 말이 있으니까요.


기독교인이건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이건, 아니면 아예 종교가 없는 사람이건, 

딸기 쇼트 케이크를 먹건, 부쉬 드 노엘을 먹건, 아니면 크리스마스 고기 파이를 먹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입니다.





- 허니브레드를 만들어 먹었습니당




출처: 기타음식 갤러리 [원본보기]

추천 비추천

708

고정닉 213

1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축의금 적게 내면 눈치 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1/11 - -
공지 HIT 갤러리 업데이트 중지 안내 [911] 운영자 23.09.18 29850 37
공지 힛갤 기념품 변경 안내 - 갤로그 배지, 갤러콘 [352] 운영자 21.06.14 115189 57
공지 힛갤에 등록된 게시물은 방송에 함께 노출될 수 있습니다. [821/1] 운영자 10.05.18 566426 251
17809 메피스토펠레스 완성 + 제작 과정 [601] 무지개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5 68152 376
17808 야쿠르트 아줌마의 비밀병기 [410] 6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5 73915 993
17807 첫 해외 여행, 일본 갔다온 망가 [189] 불효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4 49976 290
17806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디시인사이드...manhwa [865] 이재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4 85092 1620
17805 7년간 존버한 수제 커피만들기.coffee [227] 끾뀪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3 44124 614
17804 닌텐도 DS로 원시고대 Wii U 만들기 [219] 도박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2 63774 565
17803 계류맨의 수산코너 조행기(스압,움짤) [58] 고정닉이라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30 31628 46
17802 추석 .MANHWA [419] ..김지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9 120587 2014
17801 대충 히로시마 갔다온 사진 [28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8 63929 190
17800 쿨타임 찬거 같아서 오랜만에 달리는 sooc 모음집 [80/1] ㅃㄹ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7 30124 47
17799 메이플 콜라보 기념 디맥콘 DIY 제작기 [143] 빚값(211.220) 23.09.27 34558 180
17798 깜짝상자-上 [135] 고랭순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6 36026 234
17797 홈마카세) 올해 먹은 식사중에 최고였다 [240] 내가사보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6 57680 301
17796 니끼끼 북한산 백운대까지2 [73] 설치는설치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5 18376 62
17795 어휴 간만에 밤새 sff겜기 만들었네 ㅎㅎ [195] MENY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5 33131 176
17794 GBA SP 수리 및 개조일기 [166] 서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3 37458 196
17793 [스압] 첫글임. 여태 그린 낙서들 [295] Big_Broth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2 38262 310
17792 스압) 올해의 마지막 자전거여행 [73] 푸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2 21743 90
17791 유럽 한달여행 (50장 꽉) [106] 야루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1 28421 109
17790 대충 조혈모세포 기증하고 온거 썰 풀어준다는 글 [256] 사팍은2차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1 34180 510
17789 심심해서 올리는 니콘 9000ed 예토전생기 (스압) [87] 보초운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0 20875 91
17788 이번에 새로만든 고스트 제작기 [166] PixelCa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0 33759 266
17787 더 작고 섬세하게 만드는 종이 땅꾸들 [184] Dikas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9 29814 381
17786 고시엔 직관.hugi [222] MERID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9 35720 189
17785 미니 브리프케이스 완성 (제작기+완성샷) [71] 카나가와No.1호스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8 18356 105
17783 일본우동투어 7편 후쿠오카현 (완) [170/1] 모가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8 31741 167
17782 이광수 만난 manhwa [235] 그리마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6 77516 283
17781 지리산 노고단 당일치기 후기 [74] 디붕이(222.106) 23.09.15 24522 50
17779 대보협 Mr.YMCA 대회 참가 후기 [375] 포천시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4 44426 267
17778 (스압)장제사의 이틀 [193] ㅇㅇ(180.67) 23.09.14 35296 300
17777 일본일주 여행기 (完) [133] Oreo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3 34755 169
17776 하와이안 미트 피자 [422] 고기왕레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3 52904 467
17775 요도(妖刀)슬레이어 (1) [261] 호롱방뇽이(211.178) 23.09.12 45969 115
17774 [폰카] 카메라 없이 폰카만 있던 폰붕이 시절 [132] 여행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2 30173 74
17773 PBP 1200K 후기 - 完 누군가의 영웅 [79] 우치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1 16269 78
17771 단편만화 / 시속 1000km 익스트림 다운힐 [119] 이이공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1 22182 197
17769 KL - 델리 입국 후기 (으샤 인도 여행기) [79] 으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8 21708 65
17768 세트병) 프리큐어 20년 즈언통의 굿즈모음 [404] 신나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8 29587 500
17767 적외선 사진 쪄옴 [92] D75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7 48965 108
17766 싱글벙글 내 작은 정원 [355] 이끼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7 36489 420
17765 일붕이 여름 철덕질 하고온거 핑까좀 [195] ㅇㅌㅊ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6 28882 227
17764 전 특수부대 저격수 예비군 갔다 온 만화 [453] 호공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6 63625 595
17763 전에 주워서 키웠던 응애참새 [759/2] 산타싸이클로크로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5 76673 1742
17762 위증리) 혼자서 하는 스코틀랜드 증류소 여행 [73] 우왕(124.216) 23.09.05 25046 45
17761 세계 3대 게임 행사, 게임스컴을 가보다 (행사편 上) [142] Shikug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4 40658 225
17759 굣코 1/5 스케일 피규어 만들었음 [164] 응응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4 28154 330
17758 용사냥꾼 온슈타인 피규어 만들어옴 [158] 도색하는망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2 34756 317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