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 문제였어.

우리 부모님은 아파트가 2채다
성북구에 있는 구축 아파트는 반전세 임대중인데
곧 계약이 만료 되니, 거기서 둘이 살면서 돈 모으라고 하셨어.

내가 월 20씩 184회 납입한 청약통장이 있거든
청약 당첨 되면 부족한 금액은 현금 증여 더 해줄테니 청약 계속 넣고
청약이 계속 안되면 성북구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팔테니
그걸 우리가 샀다가 비과세 요건 채운 다음 팔고
너네 살고 싶은 동네로 이사가라고 하셨어
물론 성북구 아파트 매수할 때도 부족한 금액은 현금 증여 더 해주신다고 했어.

나는 직장이 광화문이고
구여친 직장은 서초야
물론 성북구집에서 내 직장이 훨씬 가까운 거 나도 알아
근데 비록 구축이지만 전세가 6-7억하는 아파트에서 무료로 살 수 있다면. 그리고 거기서 살다가 청약 안되면 그 아파트를 매수할 현금까지 증여해주신다면.
서초까지 통근은 감내 가능한 괜찮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친은 아니었나봐.

나는 모은 돈이 2억 정도 있고. 일단 부모님이 2억 증여해주셨어.
여친은 7천 모았으며, 부모님 도움은 없을 것 같다고 들었어.
토탈 4.7억으로 결혼해야하는데
결혼식 준비 과정에서 드는 비용 빼면
4.5억 좀 넘게 신혼집 마련에 쓸 수 있겠다 싶어 부동산 돌아봤어

구여친은 옥수동이 좋대
근데 옥수동 아파트 전세 구하려면 대출 받아야하고
옥수동 빌라 전세는 대출 없이 가능해.
난 솔직히 전세집 구하는데 대출까지 받아야하나 싶어서
옥수동 빌라 생각했는데
구여친은 옥수동 아파트 전세로 가고 싶대
그럼 대출 알아보자니까
말을 얼버무리더라고
그렇게 그날 저녁 먹고 헤어졌어

그 후 카톡으로 신혼집 전세대출 관련 이야기하는데
부모님이 청약 되면 주시기로한 돈 먼저 받을 수 없냐는 거야.
자긴 전세로 시작하는데 다달이 이자 내면서 살면 너무 우울할 거래
난 안된다고 했어. 부모님이 제시해주신 제안을 거절하고
우리 뜻대로 하는데 거기다 추가 도움을 요청할 면목이 없다고 했어
그러면 자기가 우리 부모님 설득해보겠다는 거야
난 많이 놀랐어. 어찌 저리 뻔뻔할까싶었어.
당연히 안된다하고. 냉랭한 시간을 가졌어.

며칠 후. 구여친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어
술 한잔 사주시겠다고...
첫 독대였는데. 집 얘기하려는 구나 싶어서
좋다. 담판 짓자는 심정으로 약속 잡았지만
내심 딸을 잘 타일렀다는 이야기를 듣고자하는 바람이 컸어
근데 결국 아버지도 날 설득하러 나왔더라ㅎ
본인은 공무원으로 살아서 연금이 전부인데
자식은 셋이라 도와주지 못해 (본인 자식들한테) 미안하다고.
너네 부모님한테 도움 좀 더 받을 수 없겠냐고ㅎㅎ
나이든 사람이 나한테 이렇게 구차한 부탁을 한 적이 처음이라
얼얼했는데
아닌건 아닌지라 안된다고 말했어.
불행중 다행으로. 나의 거절에 화를 내진 않고. 알겠다더라ㅎ

그날 새벽에 여자친구가 전화 와서는 파혼하자더라ㅋㅋ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내가 바로 전화 끊어버렸어.
그렇게 서로 연락 없이 끝남ㅎ

우리 부모님께는 다른 이유로 헤어졌다고 말씀 드렸는데
부모님이 애써 무덤덤한 표정 짓는 모습 보니 눈물 나더라

나 또 여자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