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북적북적하던 집 안..
다들 성장기라 매일 팔이 아플 정도로 사오던 장보기..
찬장에 가지런히 들어간 수많은 식기들..
항상 순번을 기다리던 목욕탕..
다같이 눕기에 좁디 좁았던 침실..

이제는 퇴근하고 문을 연 집안은
시커멓게 입을 벌린 암흑과 적막함이 가득하고

저녁식사를 준비하던 야요이는 어느새 눈치를 챕니다
아....밥 너무 많이 지어버렸네...

동생들도 이젠 기숙학교로, 직장으로 떠나버리고..
그래도 괜찮습니다. 곧 명절이니까 오랜만에 북적이는 기분을 느낄수 있을거 같습니다.

언니 미안~
나 남자친구랑 만나기로 해서..

어? 아 안돼. 나 그날도 출근이야. 하..진짜 부장새끼..

그 때 강화합숙 있어서 못갈거 같은데.



응...그래..아냐 누나는 잘 지내. 응. 응. 밥 잘 챙겨먹고.
응..연말엔 내려올거지? 응...

전화를 끊은 야요이는 장바구니가 터져라 양손에 가득 들고와 올려놓은 식재료들은 황망히 바라보며 피식 웃습니다

..저건 다 어쩌지...
이번엔 숙주나물 말고 고기도 많이 사놨는데..


가라앉은 기분으로 목욕을 마치고 불을 끈 뒤 이부자리에 누운 야요이는.. 눈을 감고소 느껴지는 무겁게 짓누르는 적막감에 이불을 끌어안듯 그러쥐다가 저도 모르게 작게 흐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