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 경남·우성3차·현대1차(경우현) 통합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경남 1차 아파트 집주인 중 과반수가 재건축 조합 설립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우현은 지난 2022년 10월 신속통합기획 대상 지구로 선정됐다. 현재 정비계획안을 수립하고 공람 절차를 밟고 있다. 이후 주민 동의를 거쳐 조합을 설립하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종전자산 평가액을 두고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며 사업이 시계제로 상태에 놓이게 됐다. 경남 1차 408세대 중 216세대가 조합 설립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현행 도시정비법상 조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지 내 모든 동이 각각 50% 이상의 주민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이에 더해, 경남 1차 주민들은 재건축 동의 철회서를 이미 강남구청에 제출한 상태다.

개포 경남아파트는 1차와 2차로 구분된다. 경남 1차는 1~7동으로 이루어진 12층의 건물이다. 나머지 8~10동은 15층 높이의 경남 2차다. 경남 1차의 용적률은 158%, 경남 2차의 용적률은 203%이고, 대지 지분 또한 층수가 낮은 1차가 2차에 비해 15%가량 더 크다.

2차와 비교했을 때 1차가 일반에 분양할 수 있는 물량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조합원 분담금과 분양 수익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경남1차 주민들은 이를 들어 독립채산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정비계획안 공람안 도면을 보면, 경남 1차보다 경남 2차의 일반분양 세대수가 더 많다. 또 경남·우성·현대 등 각 단지의 비례율과 추정 조합원 분양가가 같다. 경남1차 입주민은 "용적률과 대지 지분이 다른데 같은 숫자가 도출된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독립정산이라는 원칙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 1차 주민들은 경우현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의 회장이 경남2차 주민이라는 점에서 신뢰성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다. 다른 주민은 "통합 재건축 동의서를 받았던 6년 전부터 1차 주민들의 재산으로 2차 주민들의 손해를 메우기 위해 계획적으로 꾸민 일 같다"고 주장했다.

다만 추진위 측은 경남1차와 2차는 하나의 필지로 묶인 단지인 만큼, 두 개의 단지처럼 분리 정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개포 '경우현'의 통합 재건축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한 단지 내에서도 평형이 달라 갈등이 발생하기가 쉬운데, 통합 재건축은 당연히 더 복잡하다"며 "각 단지가 유·불리를 따지기 시작하면 사업이 엎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