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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업] 도시공유플랫폼 (2) 공급자가 아닌 사용자를 보라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8.19 16:20:32
조회 88 추천 1 댓글 0
코로나19, 최저임금 상향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IT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비대면 무인 매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무인 매장 운영에 대하여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편의점 업계로 CU, GS25 등 주요업체들은 인공지능, 비전분석, RFID 등 첨단 기술을 집약한 무인편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현재 상시무인형 편의점은 전국에 100여곳 수준이지만 야간에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형은 1000여곳에 달한다고 한다. 수년 전 우리를 놀라게 했던 아마존고(Amazon Go)가 흔한 동네 풍경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편의점 업계가 무인 운영하는데 있어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주류 판매였다. 주로 무인운영이 되는 시간인 야간에 주류와 담배 매출이 약 60%를 차지하는데 성인 인증이 안된다면 이 매출을 고스란히 놓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오늘, 우리가 다룰 ‘주류 자판기’가 되겠다. 2020년 6월, ‘주류 자동판매기에 의한 비대면 주류 판매’에 대한 실증규제특례 승인에 따라 4개 업체가 무인 주류 자동판매기를 생산, 판매가 허용되었고 이 주류 자판기는 무인 운영 편의점의 야간 매출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과연 이들은 편의점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인가?

무인판매기 ‘아이스고’ 그리고 경쟁자들

도시공유플랫폼이 제공하는 주류자판기는 냉장고에 키오스크가 달린 형태를 갖고 있다. 이름은 아이스고(AISS GO)라고 한다. AISS가 무엇의 약자이고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는지 모르겠으나 아마존고(Amazon Go)를 연상시키기 위한 명칭이라고 한다.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제품이 중요하지.



이 아이스고의 경쟁제품은 CU, 이마트24, GS리테일,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계에서 발견되는데, 이들 제품은 신세계I&C, 페이즈커뮤 등의 업체가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세계 I&C는 그룹사인 이마트24의 무인편의점을 위한 무인자판기 뿐 아니라 통합 시스템을 제공하며 페이즈커뮤는 모바일과 자판기를 연결하는 O2O플랫폼을 표방하는 스타트업으로 GS리테일(GS25)에 납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세븐일레븐은 그룹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과 손잡고 무인편의점 테스트매장인 ‘DT 랩 스토어’를 오픈했다.



제품의 경쟁력은 있을까?

무인판매기의 기능을 따져 보면 사실 대동 소이하다. 모바일을 통해 성인인증을 거치고 결제수단을 입력한 후 물건을 선택하면 결제되는 방식이다. 이 단순한 프로세스에서 각각의 기업들은 고객에게 얼마나 편리하고 안정된 경험을 제공하는가에 대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이스고는 성인인증 방식, 결제, 제품의 인식 등 각각의 단계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사용자 편리성을 선보이고 있다. 타사의 제품이 QR코드를 활용하는데 비해, 재방문시 안면인식을 통해 사용자를 인증하는 점, 냉장고에서 제품을 골랐을 때 비전인식과 질량 센싱을 통해 정확도를 높인 점 등은 타사 대비 비교우위에 있다고 보여 진다. 이런 강점들을 설명하는 박진석 대표의 얼굴에 자부심이 한껏 드러난다. 그리고 쐐기를 박는 듯한 표정으로 마지막 한방을 날린다.

“결정적으로 가격면에서 절대 우위 에요.우리 제품은 700만원인데, 타사의 절반 이하의 가격이죠”

실제로 외견만 보면 타사의 제품은 엄청 비싸 보인다. 그 비싸 보인다는 타사 제품이 2,400만원까지 올라가지만 아이스고는 700만원이란다. 대단한 가격 경쟁력이다.

그 엄청난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왜 필자는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일까? 긴긴 설명에도 불구하고 뭔가 빠졌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필자를 박진석 대표가 째려본다.

“가격은 B2B고객(매장주)이 써야 할 이유가 될 수 있죠.그런데 누군가 더 싸게 만든다면...”



무엇이 빠졌을까?

보편화 이후 본격적인 가격경쟁이 시작된다

현재는 비대면 주류판매기에 대한 규제특례 실증기간이다. 따라서 허가된 4개 업체만 무인판매기를 공급할 수 있고 이 마저도 50~60대 수준의 제약된 숫자만 설치 가능하다. 하지만 미래에 무인편의점과 무인판매기가 보편화된 시장이라면 어떨까? 수많은 공급자가 나타날 것이고 가격은 필연적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이때 경쟁력이 되는 것이 인공지능과 IOT 등 첨단 기술 기반의 기능인데 이런 기술 또한 보편화 되거나, 더 저렴한 방법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쉽게 말해서 아이스고가 사용자의 안면인식이 된다고 해서 매장주인이 더 비싼 돈 주고 제품을 구매하겠는가? 안면인식 대신에 QR코드로 사용자를 인증하고 가격은 더 저렴하다면 이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플랫폼? 현재로서는 편의점 업계가 유리하다

도시공유플랫폼은 회사명 그대로 플랫폼을 지향한다. 무인판매기 기반의 커머스 플랫폼이 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좋은 성능,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아이스고가 동네마다, 건물과 가게마다 설치되고 이를 이용하기 위해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아이스고 App을 설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동네마다, 건물과 가게마다 무인판매기를 설치하고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있어 가장 유리해 보이는 쪽은 대기업 계열의 편의점과 계열IT회사 쪽이다. 기존 수많은 편의점 이용자들을 App을 통해 플랫폼 가입자로 끌어 들일 것이며 그렇게 확보된 가입자를 무기로 편의점을 벗어나 건물이든 업소 든 무인판매기형 미니 편의점을 확장할 것이며 식품, 소비재 등 다른 프랜챠이즈에도 시스템을 제공하여 플랫폼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다. 아직 확신이 없어 하지 않을 뿐, 확신만 생기면 왜 하지 않겠나?

다른 시장, 다른 가치

그들과 다른 길, 롱테일 전략

어짜피 대형편의점 브랜드는 도시공유플랫폼의 시장이 되기 어렵다. 그 이유를 들자면 첫째, 그룹 계열사의 IT전문기업과의 협업체계가 공고하다는 특성 때문이고 둘째, 제품을 공급한다 해도 단순 납품업체가 될 뿐, 고객정보는 절대 가져올 수 없기 때문이다.

플랫폼을 지향한다면, 대형사업자 시장을 포기하고 결국 동네의 슈퍼마켓과 같이 개인사업자 시장과 중소 프랜챠이즈 사업자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다수의 소형사업자를 확보하여 큰 시장을 만들어 내는 이른바 롱테일(긴꼬리) 전략이다.



위에 표시된 롱테일에 해당하는 사업자로는 중소수퍼마켓체인, 개인유통사업자, 신규무인편의점 프랜챠이즈 등이 해당 될 수 있다. 제품을 공급과 함께 플랫폼 가입자를 확보하게 되고 가입자 Pool을 통해 더욱 큰 시장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박진석 대표 또한 이미 이부분을 간파하고 ‘소상공인과 함께 하는 공유경제플랫폼’을 내세우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과 접촉하여 스마트슈퍼 지원사업에 나서고 있다.



가격을 이기는 고객가치

전술한 바와 같이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게 되면 지금 아이스고가 가진 가격경쟁력은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그 가격경쟁력이 진입장벽으로 작동하는 기간을 1~2년으로 잡고 그 기간 내에 또 다른 진입 장벽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 진입장벽이란 고객이 반드시 써야 할 고객가치를 말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인판매기라는 제품공급자가 아닌 무인 리테일 사업을 위한 통합 플랫폼이어야 한다.

무인 리테일 플랫폼의 모습을 조금 더 설명하자면, 구매자에게는 아이스고가 정확한 제품의 센싱 기능을 기반으로 제품의 브랜드, 재고량, 가격 등 훨씬 더 정확한 재고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자에게는 재고량 파악은 물론 데이터 기반의 Product Mix를 추천할 수 있으며 제품의 주문과 입고 대항까지 기능을 넓힐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업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마케팅 채널의 역할이 결정적인 차별성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도시공유플랫폼의 아이스고, 무인판매기의 시장과 그에 따른 비즈니스모델 및 고객가치에 대해 풀어 보았다. 글이 길어졌지만, 결론은 시장의 약자로서 시장과 기능 차원에서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인가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유통대기업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앞두고 있는 연약한 스타트업, 도시공유플랫폼이 부디 시장과 기능차별화로 도시의 시민과 소상공인을 위한 착한 플랫폼을 성장하길 기원한다.

글 / 인사이터스컨설팅 황현철 대표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19년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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