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권택경 기자] 한창 기사를 작성하다 시계를 확인하니 어느덧 시침이 오후 1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빠르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근처 편의점에서 떡갈비와 닭강정이 든 도시락을 하나 사 먹었다. 1시간 쯤 지났을까. 갑자기 스마트폰에 ‘혈당이 높다’는 알림이 떴다. 확인해 보니 무려 200mg/dL. 편의점 음식이 몸에 긍정적 영향을 주진 않을 거라곤 짐작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숫자로 똑똑히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렇게 스마트폰으로 혈당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지난 2월 1일 카카오헬스케어가 출시한 AI 기반 혈당 관리 앱 파스타 덕분이다. 열흘간 파스타 앱을 직접 사용해 보면서 어떤 음식이, 어떤 행동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몸소 체험해볼 수 있었다.
출처=카카오헬스케어
‘연속혈당측정기’ 연동으로 실시간 혈당 측정 가능해
파스타를 이용하려면 먼저 연속혈당측정기(CGM,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라는 게 필요하다. 없어도 사용은 가능하지만 식단 기록 등 일부 기능을 아주 살짝 맛볼 수 있는 정도다.
CGM은 몸에 붙여두면 5분 간격으로 혈당을 측정해 준다. 얇은 철사 형태 센서를 피부 아래 삽입해 피하지방의 세포 간질액의 포도당 농도로 혈당을 알아내는 원리다. 한 번 부착하면 제품에 따라 열흘에서 보름까지 유지된다.
덱스콤 G7 센서 부착기. 부착기 내부에 작은 센서가 들어있다 / 출처=IT동아
시중에 여러 CGM이 있지만 파스타가 지원하는 건 덱스콤 G7과 케어센스 에어 2종이다. 구매는 CGM 공식 수입사를 통해서도 할 수 있고, 파스타 앱 내에서도 할 수 있다.
이번 체험에서는 덱스콤 G7을 사용했다. 채혈 측정을 통한 수치 보정이 필요한 케어센스 에어와 달리 덱스콤 G7은 보정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가격은 열흘에 10만 원으로, 15일에 8만 5000원인 케어센스 에어보다 비싸다.
6세 이상 성인이라면 위팔 뒤쪽이나 아랫배 부근에 센서를 부착하면 된다 / 출처=IT동아
착용은 위팔 뒷부분이나 아랫배 중 원하는 부분에 골라 장착하면 된다. 파스타 앱에 나오는 영상을 따라 센서 장착기를 부착 부위에 대고 버튼을 눌렀더니 순식간에 부착이 완료됐다. 센서 크기는 500원 동전보다 살짝 큰 정도다.
처음 하루 이틀 정도는 센서 착용 부위에 가려움이나 아주 가벼운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기간만 견디면 그 이후는 좁은 공간을 지나거나, 옷을 입거나 벗을 때 센서가 닿는 순간 정도를 제외하면 센서를 달고 있다는 걸 잊고 지낼 정도다. 방수 제품이라 샤워나 수영을 해도 문제가 없다.
AI 카메라로 식사 기록하고 혈당 변화 확인
덱스콤 G7 장착을 마치자 처음 30분은 센서 안정화라며 수치가 표기되지 않았다. 안정화가 끝나면 그때부터 파스타 앱이 혈당 수치를 숫자와 그래프 형태로 표시해 준다.
이때 표시되는 수치는 파스타 앱이 센서와 직접 통신하며 받아오는 수치다. 카카오헬스케어가 CGM 제조사와 긴밀히 협력해 응용 애플리케이션 인터페이스(API) 연동이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연동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파스타가 CGM 제조사 공식 앱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착용 후 처음으로 확인한 혈당 수치는 68mg/dL. 저혈당에 해당하는 수치였기에 간단히 그릭 요거트를 먹으며 ‘푸드샷’으로 앱에 기록했다.
푸드샷은 음식 사진을 찍으면 비전 AI가 자동으로 음식 종류와 열량을 인식하는 기능이다. 요거트 같은 기성품은 제품 포장의 바코드를 촬영하면 제품명과 열량을 찾아내 알려준다. 다만 편의점 도시락, 김밥, 샌드위치 등 간편식 제품들은 바코드를 촬영해도 인식하지 못했다.
기성품은 바코드 인식으로도 입력할 수 있다 / 출처=IT동아
전반적으로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한식 식단, 주로 찾는 외식 메뉴는 잘 인식하는 편이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 덩어리가 잘 보이지 않는 국물 요리는 인식률이 다소 떨어졌다. 배달 음식을 촬영할 때는 소스나 국물이 묻은 용기의 뚜껑도 별개의 그릇으로 인식하는 현상이 빈번히 나타났다.
물론 인식을 잘못하더라도 간단히 수정할 수 있다. 밥상 앞에서 일일히 입력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면 일단 사진만 찍어뒀다가 나중에 앨범에서 사진을 불러와 입력해도 된다.
한국인이 흔히 먹는 한식 식단 인식율은 꽤 높은 편이다 / 출처=IT동아
파스타의 푸드샷으로 식사를 꼬박꼬박 기록해 두면 센서 착용 2일 차부터 발행되는 ‘리포트’에서 어떤 식사가 혈당을 크게 올렸는지 복기할 수도 있다. 혈당을 크게 올리진 않을 거로 생각했던 김치찌개 백반, 연어덮밥 등이 상위권에 올라와 있는 모습을 보며 경각심을 지니게 됐다. 섬유질, 단백질 등이 적고 탄수화물이 중심인 음식일수록 혈당을 많이, 급격히 올린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리포트에서는 이외에도 평균 혈당, 목표 범위 내 비율, 혈당 변동성, 혈당관리지표 등 혈당 관리에 중요한 수치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주고, 그 의미까지 알려준다.
센서 착용 2일차부터 확인할 수 있는 리포트 / 출처=IT동아
CGM의 혁신, 파스타의 역할
파스타 출시일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취지의 질문이 나왔다.
'실시간으로 혈당 측정이 가능한 건 CGM의 혁신이지, 파스타의 혁신은 아니지 않느냐?'
파스타를 직접 사용할수록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실제 실시간으로 혈당 측정이 가능한 건 따지고 보면 파스타가 아닌, CGM이 이룬 혁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파스타의 역할은 뭘까?
황희 대표는 당시 질문에 “CGM이 혁신적인 게 카카오의 업적은 아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환자 입장에서는 센서만 가지고 할 수 없는 걸 채워주는 게 카카오 헬스케어의 역할”이라고 답했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 / 출처=카카오헬스케어
실제 CGM 제조사의 앱은 혈당 수치 이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자세히 알려주지는 않는다. 반면 파스타는 저혈당 상태일 때는 단순히 ‘혈당이 낮다’는 알림에 그치지 않고 ‘주스 한 잔이나 사탕 2~3개를 먹으라’는 구체적인 지침을 준다. 고열량 식사를 기록했을 때는 식후 산책이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정보를 앞서 알려주기도 했다.
말하자면 파스타는 CGM이 그려내는 무미건조한 혈당 그래프 위에 식사, 잠, 복약 등 삶의 행적을 덧그리는 걸 도와주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뭘 하면 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고강도 운동 후 혈당이 치솟는 모습 / 출처=IT동아
다만 사용 중에 ‘조금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종종 있었다. 운동 중 혈당이 급격히 치솟았을 때, 파스타 앱에서는 별다른 정보나 안내가 나오지 않았다. 운동을 하면 혈당이 내려갈 것이란 기대와 반대였기에 당황스러웠다.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서야 고강도 운동 중에는 오히려 혈당이 오르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추후 지원 예정이라지만 아직은 부재한 기능들의 빈자리도 크게 느껴진다.
아이폰 ‘건강’, 갤럭시 ‘삼성 헬스’ 등 스마트폰 자체 건강 앱들과의 연동 기능이 대표적이다. 아이폰으로 수면 시간을 기록하거나, 애플워치 등으로 운동을 기록해도 그 기록을 파스타에서 불러오는 게 불가능해 따로 입력을 해줘야 한다. 애플워치 전용 앱도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아직 애플
아이폰 버전에서는 안드로이드 버전과 달리 아직 커뮤니티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다. 커뮤니티는 다른 이용자들과 혈당 기록을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는 기능이다. 현재 아이폰에서는 카카오톡 연락처에 등록된 지인, 가족들에게만 혈당 기록을 공유할 수 있다.
카카오 측은 아이폰 앱의 커뮤니티 기능은 조만간 업데이트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폰 건강, 갤럭시 삼성 헬스 등과의 연동 기능도 2분기 내 구현 예정이라고 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인슐린 투여량을 기록할 수 있는 인슐린 펜 연동 기능도 2분기 내 구현 예정이며, 앞으로 스마트 체중계 등 파스타 앱과 연동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 종류를 점차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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