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ㅓㅜㅑ

무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5.06 10:59:05
조회 110 추천 0 댓글 0
														

선비들의 존경을 받은 노비

박인수(朴仁壽, 1521~92)는 정2품 중추부지사(中樞府知事)1)를 지낸 신발(申撥)의 노비였다. 오늘날 발행된 어떤 사전에는 박인수가 평민이었다고 적혀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사전을 집필한 사람은 ‘학자로서 이름을 날린 인물이었으니, 그는 양반 아니면 평민이었을 것’이라고 착각한 모양이다. 학자들 중에 노비도 있었다는 점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조선의 선비

조선의 선비박인수는 노비였으나 높은 학식과 단정한 품행으로 선비들의 존경을 받았으며 제자들까지 거느렸다. 사진은 다산유적지에 전시된 정약용의 모형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소재.

박인수는 막일을 하는 노비가 아니었다. 학식을 쌓고 선비 이상의 몸가짐을 유지한 노비였다. 조선 후기 민담집인 유몽인(柳夢寅)의 《어우야담(於于野談)》에서 그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다. 아래 글에서 “노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농업·공업·상업·병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 것은 노비는 학문을 연구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반적인 노비들은 그런 직업밖에 가질 수 없었다는 의미다.

국법상으로 노비는 벼슬길에 나갈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농업·공업·상업·병사에 지나지 않는다. 박인수는 천한 일을 버리고 학문에 힘쓰면서 선행을 좋아했다. 읽은 책은 《대학》 《소학》 《근사록(近思錄)》2) 같은 것으로,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행실이 탁월했고 예법에 맞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았다.

박인수는 일반적인 노비의 길을 거부하고 공부에 매진했다. 그를 학문의 길로 이끈 사람은 박지화(朴枝華)란 학자였다. 박지화는 대학자인 서경덕(徐敬德)의 제자로 명종 때 당대 최고의 학자로 손꼽혔다. 박인수는 유학만 배운 게 아니었다. 한때는 불경에 심취해서 승려가 되려고 했다. 유교와 불교를 두루 공부했으니, 누구와 대화해도 막힘이 없었을 것이다. 방 안에 거문고를 두고 즐길 정도로 취미도 제법 고상했던 듯하다.

노비 주제에 그렇게 한다고 남들이 알아주기나 했을까? 비웃지는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니다. 그의 학문은 남들이 ‘알아줄’ 정도였다. 수많은 선비들이 그를 존경했다. 매일 아침, 날이 밝기도 전에 수십 명의 제자가 찾아와 마당에 늘어서서 절을 올렸다. 제자들은 박인수에게 죽을 올린 뒤, 그가 다 먹은 다음에야 물러갔다. 그가 선비 중심의 사회에서 얼마나 탄탄한 지위를 갖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노비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정도였으니 박인수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노비주(奴婢主) 신발도 그를 쉽게 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박인수가 주인집에 기거한 솔거노비였는지 아니면 주거를 따로 한 외거노비였는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평생 노비 신분을 유지하며 공부에 전념한 것을 보면 외거노비였을 가능성이 더 크다. 학문적 명성을 쌓기 전까지는 가족 중 누군가가 그를 위해 희생했을 것이다. 그래서 공부하는 중에도 그가 노비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외거노비의 중요한 의무는 노비주에게 정기적으로 신공(身貢), 즉 공물을 바치는 것이다. 제자가 생기기 전에는 가족들이 대신해서 신공을 바쳤을 것이고, 제자가 생긴 후에는 거기서 생긴 수입으로 박인수 스스로 신공을 마련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유명한 노비를 거느린 노비주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시기심이 생기지는 않았을까?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박인수의 주인은 그렇지 않았다. 박인수는 주인집과 꽤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어우야담》에서는 그가 신발의 아들인 신응구(申應榘)와 함께 개골산(금강산)에서 책을 읽었다고 했다. 박인수는 그냥 학문이 좋아서였지만, 신응구는 과거시험을 목표로 금강산에 공부하러 갔다. ‘수험생’인 아들을 노비에게 맡긴 것을 보면, 신발이 박인수를 얼마나 신뢰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박인수가 당대 선비들의 존경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주인집과의 돈독한 관계 덕분에 박인수가 좀더 쉽게 선비 사회로 진입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주인이 면천(免賤)을 시켜주지 않았다면, 일개 노비가 이렇게까지 될 수 있었을까?’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가 면천되었다는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박인수 같은 인물이 면천되었다면, 그 이야기도 분명히 전하겠지만 그런 기록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기록상으로 나타나는 사실은 노비 신분으로 학문 활동을 하는 박인수의 모습뿐이다.

선비형(型) 노비 박인수는 우리를 의아하게 만든다. 노비가 글을 좋아하고 거문고를 타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치더라도, 노비가 수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선비들의 존경을 받았다는 점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박인수를 떠받든 제자들은 거의 다 양인(良人)이었을 것이고 그중 상당수는 특권층인 양반이었을 텐데, 그런 사람들이 노비를 떠받들었다니!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박인수가 아니라 우리에게 있다. 노비에 관한 우리의 지식이 역사적 실제와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노비에 관해 잘못 아는 게 많기 때문에 박인수란 존재를 납득하기 힘든 것이다. 노비가 정확히 어떤 존재였는지를 탐구하면, 박인수가 노비 신분을 갖고 선비 사회에서 존경을 받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각주

  1. 1 중추부는 1392년 건국과 함께 설치된 중추원(中樞院)에서 출발한 기구였다. 중추원은 오늘날의 대통령비서실, 경호실, 국방부 등을 합쳐 놓은 기관이었다. 이 부서는 1400년에 삼군부(三軍府)로 개칭됐다가 1401년에 승추부(承樞府)로 바뀌었다. 1405년에 군정 업무가 병조로, 비서 업무가 승정원으로 이관되면서 승추부는 병조에 흡수됐다. 1432년, 경호 기능을 띤 중추원이 다시 설립되었다. 이것이 1461년 중추부로 개칭되고 《경국대전(經國大典)》에 규정되었다. 하지만, 이때의 중추부는 실권이 없었다. 정3품 이상의 고위 품계를 갖고 있지만 특별한 소임이 없는 사람을 예우하는 기관에 불과했다. 요즘 말로 하면, 계급은 준장인데 보직이 없는 장군에게 형식상의 직책을 만들어주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박인수가 살던 시대의 중추부가 바로 그러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선비들의 존경을 받은 노비 (조선 노비들, 천하지만 특별한, 2013.3.4, 예담(위즈덤하우스))

    viewimage.php?id=24a8ef28e0c5&no=29bcc427b18a77a16fb3dab004c86b6f01720db71ffeb166c82673cf12e0ad9b4dede5c55a4dad4710f16837e58703e3cbfb05f9f615864b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주위의 유혹에 쉽게 마음이 흔들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0/21 - -
74176 조은아침 ㅏㅔㅣㅛ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58 0
74175 도미노 올스타 음... [1] 만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75 0
74174 목요일 공연도 경쟁 심하려나 탱탱球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47 0
74173 아이유 앨범 나오는 날짜 이거 정확해?? [4] (121.188) 14.05.06 329 1
74171 민송아, 자신을 모델로한 누드화 선공개 [2] ㅇㅇ(221.143) 14.05.06 326 0
74168 티케팅 좋은자리 실패하면 젖같을거 같다.. [4] 첫날밤그이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132 0
74167 내일모레 결전의날이군... 말랑이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48 0
74166 긱스, 맨유 지휘봉 내려놓는다…판할 유력 ㅇㅇ(221.143) 14.05.06 98 0
74164 오늘갤 십노잼 SynoPsi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41 0
74161 난 이번엔 중간열 예매할거임 [2] 버칼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131 0
74160 온비갓.. 멀봐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44 0
74159 이번에 리버풀이 우승할꺼임ㅇㅇ [1] 윺윺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59 0
74158 짱구극장판는 언제봐도 명작.. [1] {^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61 0
74157 영화관도 중간 가운데가 명당으로 뽑히는데 [2] 리얼좋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148 1
74155 한달전만해도 수망찡이 저보다 티어가 높으셨던것같은데.. [1] 파괴왕ㅋ런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69 0
74154 맨시티 남은경기 vs아스톤빌라, vs웻햄 [1] 한지민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69 0
74153 빨리 안가면 비행기 놓치는데! [2] 버칼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74 0
74152 금만나 들을수록 너무 좋다 [2] 마리아센세니뮤(119.198) 14.05.06 181 2
74151 앞줄 안보이는거 ㄹㅇ인데 왜 안 믿지 [4] 2011.12.2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195 0
74150 이제 리버풀이 우승할학률 없음? [2] ㅅㅅㅇ(180.71) 14.05.06 130 0
74149 증말 주겨버리고싶당.. ㄴㅁ(175.193) 14.05.06 98 0
74146 지현우·유인나, 양측 소속사 조심스러운 반응 ㅇㅇ(221.143) 14.05.06 235 0
74145 티켓팅 앞줄은 하지 마라 [3] 2011.12.2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203 0
74143 멍청이새기들 7일로 속이면 뭐하냐 9일로속여야 티켓팅을 못하지 ㅋㅋㅋㅋㅋ [3] 리얼좋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159 0
74142 개미 [1] ㄱㄱㄹ(112.154) 14.05.06 81 0
74138 리버풀 끝나기 10분전에 3골이나 먹혔네 [2] 한지민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82 0
74137 ㅋㅋ 티케팅이 언제든상관없는데 Noy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56 0
74136 ㅅㅂ 법적으로 수요일날 티켓오픈 못하거든 병신들아ㅋㅋㅋㅋ [1] ㅇㅇ(211.36) 14.05.06 120 0
74135 티켓팅 내일. 5월 7일 8시입니다. 속지마세요 [3] ㅇㅇ(203.226) 14.05.06 441 5
74134 계양역 갈때 박촌행, 인천공항갈때 검암행 [3] 버칼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202 0
74133 포맨 “이제 2인조로 활동합니다” [5] ㅇㅇ(221.143) 14.05.06 184 0
74131 리버풀 비겼네ㅋㅋㅋㅋㅋㅋ [4] 프라페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92 0
74130 봉갤새끼들 구라까는것보소 ㅋㅋㅌ [5] 아이셔♡(125.178) 14.05.06 158 0
74128 꼬은이 ㅇㅇ(223.62) 14.05.06 96 2
74127 영화 제목이 무슨ㅋㅋㅋ 만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77 0
74126 얘드라 선물사왓다 문글라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54 0
74125 꼬으니 오빠가 맛난거사줄까 ㅠ [3] 아기다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139 0
74124 63빌딩 높이 올라가보고 싶다 [1] 한지민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187 0
74122 갤5 영화모드가 업계표준인데 [1] 프라페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90 0
74121 여러분 하스스톤 하십셔 [1] 기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88 0
74120 여기 유예나인가요?? K.I.S.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110 0
74119 댓글에 ㅋ 갯수만큼 섹스함 [2] ㅇㅇ(117.111) 14.05.06 146 1
74118 그럼 봉갤에 꼴데빠 빼고 전부다있네ㅋㅋ [1] Ranger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130 0
74117 지금 저한테 재미 찾으시는데 [3] 리얼좋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119 0
74115 근데 다리장애라 학교안간다했는데 책가지러 학교가면 욕먹겠지? [2] Ranger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65 0
74114 재민이랑 준호 누구냐 ㅋㅋㅋ [7] 아기다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148 0
74112 @월간징짱 짤원본 [1] [삼수는싫어]삼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119 0
74111 앱등폰도 6500짜리면 지하철에서 누렇게보일걸 [2] 프라페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92 0
74110 갤럭시 화면 영화모드로 놓으면 [1] 프라페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92 0
74109 오늘 쥐칰 단두대매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올해로떼우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5.06 50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