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칼럼] 아이유가 찍은 소주광고는 새로웠다. 기존의 소주광고라 하면 누구나 자신의 옆자리에 두고 싶은 그런 여성, 한없이 매혹적인 여성을 등장시키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광고에 등장한 아이유는,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지도 않았고 누군가의 옆자리에 앉지도 않았다. 그저 ‘아이유’답게 기타를 연주하며 달콤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줄 뿐이었다.
그렇다고 아이유가 소주광고를 찍을 만큼 아리땁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며, 이건 어디까지나 콘셉트에 관한 혹은 고정된 콘셉트까지 변화시키는 ‘영향력’에 관한 이야기다.
소주광고에 ‘아이유’를 끌어들인다는 건, 사실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아이유는 이제 단순한 유명인, 스타를 벗어나 하나의 ‘브랜드’인 까닭이다. 다시 말하면, 아이유는 자신만의 특정한 영역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곳으로부터 ‘아이유’ 고유의 결과물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 점이 상당히 중요한데, 많은 이들이 그것에 영향을 받는다.
오죽했으면 ‘아이유효과’라는 말이 나왔을까. 아이유와 콜라보를 하면, 남녀노소, 신인과 기성을 막론하고 톡톡히 인기를 누린다. 당장의 가시적인 효과로 예를 들자면, 음원차트 순위에서 상위권은 맡아놓은 것이나 매한가지다. 심지어 문화대통령이라 불리던 서태지마저 그녀의 영향을 받지 않았는가.
만약에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갑을’로 명명한다 치면 아이유는 두말 할 것 없이 ‘갑’이다. 그것도 ‘슈퍼’갑. 웬만한 영향력을 가지고선 그녀의 것을 압도할 수도, 지울 수도 없다. 오로지 을이 되어 순순히 그 힘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짧은 소견이긴 하다만, 소주회사로서는 참 어려운 결정이었으리라. 여타의 다른 모델들은 소주광고가 가진 기존의 이미지를 입히기만 하면 됐었다. 요염하고 매혹적인 여성이되, 고된 하루를 거뜬히 버텨낼 힘을 주는 편한 친구여야 했다. 한 마디로 술맛을 돋우는, 직접적으로 소주의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이미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비록 실제 술자리에선 광고에 나오는 모델과 같은 여인은 존재하지 않지만.
아이유가 소주광고모델로 발탁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녀의 팬들 중 일부는 우려를 내비쳤다. 소주광고라면 당연히 섹시미를 내세워야 할 텐데 그리 되면 아이유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고. 그녀가 가진 본래의 매력, ‘아이유’라는 정체성은, 외형적인 것이라기보다 내면적인 것에 더 많이 그 뿌리를 내리고 있는 탓이다. 물론 외모에서 풍기는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일부분일 뿐이고(아이유의 경우엔), 그녀 특유의 감성, 그로부터 나오는 목소리, 노래 등이 함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으니까.
당연히 광고주가 이를 모를 리 없었을 게다. 그리고 느꼈을 게다. 그저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데려오기에, 아이유의 영향력이 너무 둔중함을. 섣불리 지금껏 고수해왔던 방식대로 다루었다간 양측에 해만 입히고 끝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음을. 이쯤에서 소주광고는 그 방향을 트는 모험을 시도한다. 기존의 것을 버리고서라도 아이유의 이미지를 덧입어보자고. 오해는 말라. 조심스레 내놓는 추측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아이유가 모델로 등장하는 소주광고가 색다른 모습을 갖추게 된 게 아닐까. 그것도 아이유의 영향력이 고스란히 반영된 방향으로.
광고 속에서 비춰지는 여자모델의 완벽한 보디라인이 술잔을 든 남성들의 맥박을 더 빨라지게 하는 효과를 냈다면, 광고 속에서 들려오는 아이유의 달콤한 목소리는 힘겨운 하루를 보낸 보통의 사람들에게 위로의 술잔을 들려주는 역할을 했다. 그동안 전자에 머물렀던 소주광고로서 거의 지각변동이나 다름없는 변화다. 온전히 ‘아이유’의 영향력에 의해, 고정되어 있던 소주광고의 콘셉트가 완벽하게 깨져버린 것이다.
커다란 이변이 없는 이상, 아이유는 한동안 영향력에 있어서 ‘갑’으로 존재하리라 생각된다. 그 영향력이 일시적인 결과물이나 누군가가 일으킨 파급력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 근래 대중의 SNS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뜻밖의 호기를 맞는 스타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그 호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이들도 존재하고.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지는 영향력은 그 힘이 약하다. 쉽게 부스러진다.
아이유만큼은 아니더라도 동일한 방향의 ‘영향력’을 목표로 한다면, 즉, 오래 가고 싶다면 무엇보다 본인에게 허락된 고유의 영역을 탄탄히 다져가야 할 것이다. 누구도 수이 따라할 수 없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내야 한다. 제대로 된 ‘영향력’은 여기에서 나온다. 짧고 굵게 찾아오는 뜻밖의 호기와 달리, 이 과정은 길고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래 가는 길이며, 언젠가 아이유처럼 영향력의 ‘갑이’ 되는 ‘좋은 날’을 맞이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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