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동네 이야기가 나온다는 이야길 듣고 달려왔습니다.

유하 감독님은 제가 알기론 서울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말죽거리 잔혹사>나 <강남 1970>같은 강남 영화를 만드시는 걸 보면...

정말로 강남을 사랑하시는 것 같네요.

저는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 거주자입니다.

네이티브 강남4구 주민으로 한마디 하고 싶어서 지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강남4구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대한민국 엘리트들이 모여사는 곳.

서울 특별시에서 가장 특별한 곳이죠.

매일 밤마다 호화스런 선상파티, 아름다운 거리, 200만의 꿈이 펼쳐지는 꿈의 도심입니다.

시골 거주자 분들은 강남을 잘 모르시겠지만...

저는 80년대에 태어나 70년대의 강남에 대해선 아는 바가 별로 없습니다.

서울에 편입하기 이전에 원래는 경기도 광주였다거나, 죄다 밭이었다는 이야기는 지겹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의 강남은 어떻습니까.

미국에 맨하튼이 있다면, 한국에는 강남이 있습니다.

전국에서 서울대생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이 바로 강남입니다.

집 값이 가장 비싼 지역이기도 하죠.

저는 스누라이프 로그인도 못 하고, 가진 땅도 한 평 없지만, 대리적인 만족감에 지금 이 순간 밥을 먹지 않아도 포만감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하지만 요즘들어 저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왜냐면 시골 사람들이 강남에 너무 많이 와서 제 고향이 어수선한 느낌입니다.

이민자들로 상처를 입은 패리지앵과 뉴우요커가 그런 기분이었을까요.

저와 같은 서울리떼들은 너무나 서울을 사랑합니다.

우유도 서울우유만 마시고, 시골 분들은 보지 못하는 SBS를 실시간 시청합니다.

그런데 지방 분들이나 강북 사람들이 강남을 막 무시하고, 저를 보고 서울 촌놈이니, 서울 거지니 어쩌고 하는 걸 보면 정말 자존심이 상합니다.

수도에 거주하는 주민으로서 수치심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이순신 장군님도 서울 출신인데... 대체 어찌 이럴 수 있습니까!

서울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당신들을 위해서 지금 이 순간도 열정적으로 살고 있으니까요!

수도의 불이 한시라도 꺼져선 안 됩니다. 서울 시민들은 모두 애국자이니까요.

뭐, 지방 분들이 까칠하게 굴기는 하지만... 서울사람들은 지방에 가면 특히 여성분들에게 인기가 참 많습니다.

예전에 해운대에 갔을 때도, 부산 여자들이 제가 서울 말씨를 사용하니깐 마치 영국 남자의 악센트를 사랑하는 미국 여성들처럼, 그런 눈빛ㅡ개가 개밥그릇을 바라보는 눈빛이랄까ㅡ으로 저를 바라보시더군요. '어머!! 서울 분이세요??!!' 이런 느낌...?

그런 건 남성과 여성의 관점의 차이일 것이겠죠. 마치 렌티큘러 같은 효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산 남자들은 서울 놈들 말씨가 재수없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욕하기 바쁘시더군요.

그러면서 자기들은 서울로 올라오면, 막 지하철 2호선 타면서 큰 소리로 외치곤 합니다.

"마!!! 저게 63삘띵 아이가!!!"

"짜슥아!!! 부산에 가면 더 높은 삘띵 있다 아이가!! 부러워하지 말그레이!!! 부산이 최고 아이가!!"

대략 70db로 소리쳐서 말씀하시더군요.

그래도 서울 사람들은 당신들의 사투리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강남4구 거주자들은 관대하거든요...

이러면 또 뭐, 왜 경상도만 가지고 뭐라고 하느냐 하시는 데...

뭐 다른 지방 분들도 다 마찬가지일 것이겠지만... 유독히 경상도 분들이 서울에 대한 열등감이 높으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서울 다음으로 발달한 지역이 2등 경상도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1등에 대한 열등감이라고 할 수 있겠죠.

군대에서도 서울 사람을 미워하는 지방인들을 많이 봤습니다.

억지로 제게 사투리를 쓰라고 강요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하지만! 저는 현대를 살아가는 교양있는 서울 사람입니다.

즉, 제가 하는 말이 표준어입니다.

게다가 강남인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온 사람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랄까?

당신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드는 강남의 랜드마크들...

저는 그곳에서 살아왔습니다.

글을 쓰는 곳, 이곳이 바로 강남4구 입니다.

압구정동을 거닐다 보면 유재석 씨가 눈 인사를 하는 곳.

청담동을 지나다 보면 보아 양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듣게 되는 곳.

어쩌다 삼성동을 지나가다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집이 보이는 곳.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선 이재용 씨가 하이파이브를 해주죠.

잠실 야구장에 가, 자연스럽게 LG트윈스 캡을 쓰고 앉아 수다를 떱니다.

게임에서 지건, 말건 그런 건 상관 없습니다. 왜냐면 여기는 강남4구 이니까요.

한강 시민공원과 올림픽 공원, 광나루 유원지, 선사유적지, 남한산성까지...

모두 구경하세요!

당신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곳, 이곳은 바로 강남4구 입니다.

한강 시민공원, 지방 분들도 가셔도 됩니다. 아직도 서울 시민만 가는 줄 아는 분이 계시더군요.

롯데월드, 꼭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지방 유원지 보단 그럭저럭 나을 것 같네요.

지하철, 물어보세요. 친절하게 알려드리죠. 지하에서의 삶이 익숙하지 않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스타일, 부담스러워하지 마세요. 너무 과도하게 꾸미시면 더 티 납니다.

높은 빌딩, 마음껏 사진으로 찍으셔도 좋습니다. 물론 고향 분들에게 자랑하는 건 잊지마세요.

횡단보도, 조심하세요! 서울에는 차가 많아요! (좌우를 살피시길 바랍니다.)

언어, 당신이 꼭 표준어를 쓰지 않으셔도 우리는 대부분 알아듣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친절합니다. 당신을 위해 무언가 돕고 싶습니다.

이 영화는 지방 분들이 꼭 보셨으면 하네요. 강남의 <창세기> 같은 영화니까요.

서울 사람들 보다는 시골 분들이 더 많이 보시리라 생각합니다.

뭐, 지방에도 멀티플렉스(관이 여러개 있는 극장입니다.)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어서 오세요! 이곳은 강남4구 입니다!

흐미~ 빨랑 오랑께! 여긴 강남4구여부러~!

마! 강남4구 아이가!

음메~? 오셔유~ 강남 사 구 여유~~

혼저옵서예 이곳은 강남 4구 입수깡~

(죄송합니다.. 강원도 사투리는 잘 모르겠네요.)